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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고추장 참 역사를 찾고 있나이다
고추장 참 역사를 찾고 있나이다
  • 박상대
  • 승인 2016.12.1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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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전북] 저는 지금 전라북도 순창을 여행하는 중입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고장이라 가을이면 고추장축제를 열어서 주민들이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답니다. 저는 고추장을 좋아합니다. 매콤하고 달콤한 게 맛있잖아요.

고추장은 고춧가루와 엿기름, 조청이 주요재료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버무리고 발효시켜 고추장을 만들어 먹은 사람들은 한민족 밖에 없다고 합니다. 고추의 원산지라는 멕시코에도 없는 고추장은 언제부터 우리 선조들이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순창에는 만일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구림면 회문산 자락에 있는 이 사찰에서 무학대사가  만일동안 기도정진을 했고, 그러다가 이성계를 만나 조선을 건국하는 데 힘을 보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그런데 순창 사람들은 이 절이 고추장의 시원지라고 주장합니다.

이성계가 남원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순창일대를 다니다가 한 농가에서 점심을 얻어먹었는데 그때 고추장을 맛보았고, 조선을 개국한 후 고추장 생각이 나서 농가에다 부탁해서 다시 조달해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문헌에는 고추가 임진왜란 무렵에 일본을 통해 이 땅에 들어왔다고 하니 논리적 증거가 부족한 전설일 뿐이지요. 고추가 고추장으로 변신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시간이 소요되었을지는 미루어 짐작해야 합니다. 만일사에 있는 고추장의 시원지를 알리는 기록으로 임진왜란 후, 1658년에 세워 놓은 비석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저는 이런 당혹스런 상황에 심심찮게 부딪칩니다. 어떤 학설이 맞는 것일까요? 세상에는 진실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가버린 후에 오래 전에 발생한 일들의 진실을 밝혀내기란 참으로 어렵지요.

진실은 기록으로 남겨지고, 사건이 발생한 지금 밝혀 놓아야 후세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어수선한 시국에 여행지에서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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