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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떠나는 겨울산행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떠나는 겨울산행
  • 박상대
  • 승인 2017.01.1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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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서울] 이런 엄중한 시절에 한가롭게 여행을 하느냐고 묻지 마세요. 온 세상이 꽁꽁 얼어도 여행을 해야 하니까요. 아니, 여행을 하면 꽁꽁 얼어붙은 가슴을 녹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한가로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여행을 하고 있답니다.

하얀 눈이 덮인 겨울산은 온통 은빛 세상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은 눈(雪)이 전부입니다. 일행들은 눈 보는 재미로 겨울산을 다닌다고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나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산길을 걷습니다.

하얀 눈이 덮인 산 속에서 산토끼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걸음을 멈추고 산토끼가 뛰어간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 갑니다. 그 발자국의 끝까지 쫓아가면 겁에 질린 산토끼를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경험이 있거든요.

저 지난 날 까까머리 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눈 덮인 산 속을 뒤지고 다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산토끼야! 잘 숨어라!” 말해 주고 산을 내려가는데 작은 옹달샘이 있습니다. 주변에는 눈이 쌓여 있고, 샘에서는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금 전에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던 산토끼가 이 옹달샘의 주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산 속에서 혼자 콧노래를 부릅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보이지 않는 산토끼 덕분에 그대에게 동요를 한 곡 보냅니다. 보이지 않는 산토끼가 오늘 산행을 더 흐뭇하게 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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