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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전남 여수 거문도 해풍쑥
전남 여수 거문도 해풍쑥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3.1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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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푸릇한 봄
다른 지역보다 40일 빨리 나오는 거문도 해풍쑥. 쑥 채취가 한창이다. 사진제공 / 거문도해풍쑥향토사업단
봄을 알리는 쑥이 한바구니 가득하다. 사진제공 / 거문도해풍쑥향토사업단
거문도에서 쑥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제공 / 여수시농업기술센터

[여행스케치=전남] 육지의 쑥은 완연한 봄과 함께 피지만 남쪽의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쑥은 이른 봄을 일깨운다. 가장 먼저 푸릇한 봄을 일깨우는 쑥을 찾았다.

봄이면 바구니 하나를 들고 논두렁 밭두렁에 지천으로 돋아난 쑥을 캐 개떡을 해먹거나 된장국 등에 쑥을 한소끔 끓여 먹었던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진다. 봄향기 가득한 추억 속 그리운 ‘쑥’향이 진동하는 곳, 거문도로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육지보다 한 달 먼저 오는 ‘봄맛’의 전령
“봄 찾아 오셨어요?”
안창균 거문도 해풍쑥 향토사업단 사무국장은 이른 봄을 찾아오는 이들에 익숙한 듯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육지에선 2월 말부터나 먹는 쑥이 전라남도 최남단의 섬, 거문도에선 1월 말부터 쑥향이 진동한다. 다른 지역보다 40일이나 빨리 고개를 드는 셈이다.

바닷바람은 세지만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는 온화한 기후 덕이다. 거문도의 쑥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이른 채취 때문만은 아니다. 공해가 없는 거문도에서 자란 쑥은 2010년 친환경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청정 먹거리다.

바닷바람 이겨내 강하고 따뜻한 생명력을 지녀
쑥은 단군신화에서도 마늘과 함께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동의보감에서는 3번이나 쑥이 언급되는데 ‘3년 묵은 쑥이 3년 걸린 병을 다스린다’고 말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만병을 다스리며 특히 부인병에 좋다고 적혀 있다.

최근에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비타민 A와 C가 많고 해열과 진통, 해독 작용이 뛰어나며 혈압강화와 지혈효과가 있어 고혈압과 여성생리통에도 좋다. 몸속 각종 유해물질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쑥은 모두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쑥 종류만 해도 20여 종이 있다. 그 중 바닷가나 섬 지방의 쑥들이 특히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사자발과 닮은 모습으로 ‘사자발약쑥’이라고도 불리는 강화약쑥이 특히 뜸이냐 약 용으로 이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창균 사무국장은 “강화약쑥이 약성분이 강하지만 크고 질긴 것과 달리 해풍쑥은 부드럽고 향이 좋아 식용에 적합한 쑥”이라고 설명한다. 돌이 많고 바람이 강한 거문도의 척박한 섬에서 언 땅을 비집고 해풍을 견디며 자라난 쑥의 약효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쑥개떡은 찌는 즉시 냉동해 맛을 지킨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먹기 좋게 하나씩 개별 포장되는 쑥개떡. 사진 / 김샛별 기자
거문도에서 그날 그날 채취한 생쑥도 배송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추억의 맛, 쑥개떡을 찾아
쑥을 가공해 만든 다양한 식품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쑥개떡이다. 이광희 거문도 해풍쑥 영농조합 과장은 “촌스럽지만 옛날 그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한다. 쫀득쫀득한 쑥개떡은 어릴적 추억의 맛인 셈.

거문도 해풍쑥과 쌀가루, 약간의 소금을 넣어 만든 쑥개떡의 쫄깃쫄깃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이광희 과장은 “다른 떡들에 비해 소금이 1/10 정도만 들어갈 정도로 소금을 조금 넣는데도 짭짤한 감칠맛이 돈다”며 “해풍을 맞아 염기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이처럼 청정해역이 키워낸 쑥은 육지의 쑥과 달리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바다안개가 녹아 있어 미네랄이 풍부하고 향과 맛이 진하다.

'카페갤러리'의 쑥아이스크림과 쑥팬케이크. 사진 / 김샛별 기자
도다리와 쑥이 어우러져 시원한 맛을 내는 도다리쑥국. 사진 / 김샛별 기자

해풍쑥, 다양하게 입으로 ‘쑥~’
쑥이라면 쑥설기, 쑥버무리, 쑥개떡, 쑥송편 등 보통 떡 종류만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쑥을  절반만 즐긴 셈이다. 이제는 거문도에 가지 않아도 다양하게 해풍쑥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여수엑스포의 ‘카페갤러리’에서 맛볼 수 있는 쑥아이스크림, 쑥라떼, 쑥팬케이크 등은 ‘여수 먹방’의 인증샷으로도 인기만점.

보기만 해도 상큼한 초록색 음료와 아이스크림에 눈이 먼저 즐겁다. 녹차맛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단맛은 덜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 뒷맛에 진한 쑥맛이 느껴진다. 지역 특산물인 여수 거문도 해풍쑥 생 막걸리도 입안 가득 쑥향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진정한 쑥향에 ‘쑥’ 빠져보고 싶다면, 도다리쑥국은 놓쳐서는 안 될 별미다. 남쪽 바다의 대표 봄철 생선인 도다리에 향긋한 쑥 향기가 어우러져 맑고 시원한 봄을 선사한다. 담백한 쑥의 향이 강하게 코끝을 찌르고, 입에 넣으면 어느새 사라져버릴 정도로 부드러운 도다리의 하얀 살이 조화롭다.

김운영 환희식당 대표는 “쑥은 데치듯 살짝만 끓이는 게 중요하다”며 “오래 끓이면 질기고 쓴맛이 강해진다”고 주의를 주었다. 꼭 도다리가 아니더라도 된장국이나 바지락국을 끓일 때 마지막에 쑥을 넣고 가볍게 끓이면 맛있다는 그의 팁대로 봄철, 해풍쑥을 담은 쑥국으로 몸부터 따뜻하게 해보자.

Info 카페갤러리
메뉴 쑥팬케이크 1500원, 쑥아이스크림 4000원, 쑥라떼 4500원
주소 전남 여수시 박람회길 1 여수엑스포 국제관 D동 1층

Info 환희식당
메뉴 도다리쑥국 1인분 1만2000원
주소 전남 여수시 시청서3길 21-1

Tip
다도해의 비경을 품은 섬, 거문도 트레킹 여행을 준비중이라면 두 발의 피로를 풀어줄 힐링체험장도 방문해보자. 거문도 해풍쑥을 이용한 훈증, 사우나, 족욕 등을 할 수 있는 힐링체험장이 4월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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