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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그리움에 사무쳐 돌이 된 여인 이야기
그리움에 사무쳐 돌이 된 여인 이야기
  • 박상대
  • 승인 2017.03.14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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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전북] 백제 가요 <정읍사>의 주인공을 아시나요?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전설 속의 여인입니다. 그 여인을 찾아왔습니다. 전북 정읍에 정읍사공원, 공원 언덕배기에 그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 그는 하얀 치마저고리에 허리띠를 하고 반코트를 입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인에게는 착하고 성실한 남편이 있었습니다. 부부는 다정다감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뜨겁게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장사를 나갔는데 며칠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금을 팔러 다니다보면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은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보름달이 떴는데 여전히 남편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지, 누구랑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도적들에게 물건을 빼앗긴 것은 아닌지, 저녁이나 잘 챙겨 먹었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인은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진흙탕에 빠지지 않도록 달님이 훤히 길을 비춰달라고 기원했습니다. 그러다가 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전화기 하나로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쯤 귀가할 것인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없던 시절, 택시는커녕 인력거도 없던 시절에 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놀이를 엿보고 서 있습니다.

남편은 어디에 있으며, 언제나 돌아왔을까요? 슬프디 슬픈 사랑 이야기를 마주하며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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