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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은 맞춤형 힐링코스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은 맞춤형 힐링코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5.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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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옛길과 충청도양반길
충청도양반길 2코스 중에 지나는 선유대에서 내려다본 괴산호 전경. 양반길 1코스인 산막이옛길과 연계하여 걷기 좋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괴산] 충북 괴산에는 국내에서 걷기 좋기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산막이옛길이 있다.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삶을 위해 오가던 길을 관광용으로 되살려냈다는 의미도 지닌 이 길은 지난해 연하협구름다리가 개통되며 153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인기 코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세요
“산막이옛길은 누구에게나 눈높이가 맞는 곳입니다. 10리에 이르는 옛길은 뭇사람들의 힐링코스로 적격이고, 좀 더 많은 활동을 원하는 이들에게 맞는 등산로 코스도 있죠. 오래 걷는 것이 힘든 노약자들은 유람선을 타고 풍경을 즐길 수 있어 가히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막이옛길 관광안내소를 지키고 있던 오성인 괴산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소개다. ‘한 번도 안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산막이옛길은 그리 오래된 역사를 지닌 ‘옛길’은 아니다. 1957년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기존 전력시설 복구와 소계곡전원개발계획에 따라 괴산수력발전소가 만들어지며, 괴산읍으로 가는 물길이 막혔다. 이후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막이 마을 사람들이 읍내를 오가기 위해 이용하기 시작한 길이 지금 산막이옛길의 원형이다.

산막이옛길 입구에서 익살스런 조형물들이 반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들짐승들이나 뛰어다닐 수 있을만한 토끼벼루길에 사람들이 길을 만들었죠. 2011년부터 관광용도로 조성을 시작해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데크를 설치했습니다.”

옛길이라는 이름은 옛 말일뿐, 산막이옛길의 유명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걷기 편해진 데크 산책로 덕분이다. 그러나 그 모양새가 싫지 않다. 한때는 길이 없으니 만들었던 길이지만, 이동수단이 생긴 지금에는 자칫 사라졌을 옛길을 관광용도로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아주 옛날에는 연하구곡이라 불리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소를 천천히 산책하며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책로 곳곳에는 옛길에 담긴 이야기 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잘 설치해놓아 걷는 내내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

차돌박이 나루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산막이옛길을 걷기 시작하면 두 나무의 가지가 붙은 연리지며, 고인돌쉼터 등 명소들이 연이어 나온다. 극기훈련장을 떠올리게 하는 소나무동산의 출렁다리는 초반의 재미난 요소. 옆길로 둘러가도 되지만 너나할 것 없이 출렁다리에 발을 내디디며 추억을 되살리고 담력을 시험한다.

두 나무의 가지가 붙은 연리지와 괴산호가 어우러지는 풍경. 사진 노규엽 기자
재미와 함께 담력을 체크해볼 수 있는 소나무동산의 출렁다리. 사진 노규엽 기자

쉼터이자 전망대역할을 하는 망세루와 병풍루 등도 조성되어 있다. 특히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꾀꼬리전망대는 ‘2인 이상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스릴을 더해주는 곳. 전망대들은 각기 수력발전소를 조망하거나 물 건너편 한반도 지형과 환벽정을 바라볼 수 있으면서 추억남기기용 촬영 명소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신령바위, 매바위 등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괴석들과 길을 지나던 옛 사람들이 비를 피하던 여우비 바위굴 등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길 중간 즈음에는 앉은뱅이 약수가 있어 시원한 물도 한 잔씩 마시며 쉬어갈 공간도 제공한다.

옛길이 끝나는 무렵, 산막이마을에 이르기 전에는 물레방아가 반긴다. 조경을 위해 만든 것뿐 아니라 실제로 떡방아를 찧는 장소다. 간식으로 딱 좋은 인절미와 식혜를 팔고 있으며, 시간이 맞으면 떡방아 찧는 체험도 실제 해볼 수 있다.

Tip 산막이옛길을 즐기는 다른 방법
옛길 건너편의 한반도 지형을 자세히 보고 싶으면 등산로를 올라 전망대로 향하면 된다. 하산 지점에 따라 2시간 또는 3시간 코스로 나뉘어 있어, 체력에 맞는 코스를 정할 수 있다.
산막이옛길 시작점과 가까운 차돌바위나루에서 유람선도 자주 있어 발품을 들이지 않고 풍류를 즐기기도 좋다. 유람선 코스가 다양하니 직접 확인하고 결정. 단, 짧은 거리라도 배에 오르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문의 http://sanmaki.goesan.go.kr/

산막이옛길 중간 즈음 목을 축일 수 있는 '앉은뱅이 약수'가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 이어지는 충청도양반길
옛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살던 산막이 마을은 이제 산속 식당촌이 되어버렸다. 이런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대적 여건이 바뀌면서 생활상도 바뀌어버린 모습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쉼터이자 먹거리촌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산막이 마을에 들르지 않고 물가를 따라 걸음을 이으면 삼신바위가 나온다. 해와 달, 별의 신이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의 삼신바위는 예부터 아기를 점지해달라는 소원을 비는 바위다.

충청도양반길 2코스로 이어지는 길이자 출렁거리는 재미도 겸비한 연하협구름다리. 사진 노규엽 기자

삼신바위에서 연하협구름다리로 가는 길은 현재 정비를 위해 공사 중이다. 안내표지를 따라 임도를 통해 다리로 갈 수 있으니 걱정은 금물. 언덕을 하나만 넘으면 금세 구름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길에서 만난 뉴은평라이온스클럽의 멤버는 “천천히 걸으며 힐링을 하고 다시 생업에 돌아갈 힘을 주는 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하협구름다리는 그 자체로 인증샷 장소이자 괴산호 건너편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다리이다. 크고 튼튼한 다리지만 그 위를 지나면 몸이 출렁이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곳. 이런 식의 경험에 약한 사람은 “나 죽는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외치기도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갈론나루가 있는 곳. 갈론나루에서는 11인승 노란 선박이 “유람선을 이용하실 분들을 선착장까지 무료로 실어준다”며 마이크 볼륨을 높인다. 이를 이용하여 선상유람을 즐기며 산막이옛길 시작점인 차돌박이나루로 돌아갈 수 있다. 배를 이용하지 않고 시작점으로 가려면 온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이 유일하다. 산막이옛길에 이어 충청도양반길을 이어가려면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직진한다.

충청도양반길 2코스는 숲길을 걷다가 괴산호 풍경도 즐기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주차장을 지나면 개천 위에 놓인 또 하나의 다리와 직면한다. 충청도양반길 2코스 시작점인 양반길출렁다리다. 연하협구름다리보다 한참 작지만 출렁임의 재미는 더 많은 다리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인공적인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자연 산길이 나타난다. 시작부터 가파른 경사가 이어지는데, 양반길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이름은 전망대이지만 막상 도착하면 잡목이 앞을 가려 풍경은 거의 보이지 않는 웃기는 전망대다.

이후로는 산 속 오솔길을 오르내린다. 보일 듯 말 듯한 괴산호 물길과 나란히 길을 이으면 속리산군의 옥녀봉과 아가봉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옥녀계곡을 만나고, 이어 화전민들이 이용했다던 옥녀샘을 지난다. 산막이옛길에 비하면 볼거리가 밋밋한 편인데 선유대에 오르면 눈엣가시 같던 잡목들이 사라지고 괴산호의 시원한 풍경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게 된다. 선유대는 각시바위라고도 부르는데 건너편 신랑바위라 부르는 사모바위와 한 쌍이라는 스토리가 있다. 다만 선유대 위에서는 사모바위가 잘 보이지 않고, 길을 내려와 운교리로 향하는 길목에서 두 개의 기암절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운교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신랑(사모)바위(좌)와 각시바위(선유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평지로 내려선 길을 잇다보면 운교마을에 들어선다. 이후로는 마을 아스팔트 길을 따라 마을을 빠져나온다. 마을 입구의 다리에 닿으면 충청도양반길 2, 3코스로 길을 이을 수 있지만, 거리에 비해 볼거리가 많지 않아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는 추천이다. 다리를 건너 덕평마을로 향하면 사거리 동민슈퍼가 있는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가 자주 있지 않으니 도착시간을 잘 조율해야 한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6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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