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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충북 제천 교동 민화마을
충북 제천 교동 민화마을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4.1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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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우리 그림, 벽에 물들다
충북 제천의 교동 민화마을.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제천]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부산 감천 문화마을 등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 좋고, 사진 찍기 좋은 벽화마을이 관광지로 인기다. 유명세를 타고 어느새 벽화마을이 전국에 130여 곳이 넘게 생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화인 ‘민화’로 벽을 수놓은 곳은 충북 제천의 교동 민화마을 뿐이다.

교동이라는 지명은 향교가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제천 교동 역시 오랜 역사의 흔적과 고즈넉함이 남아 있는 마을. 그리 높지 않은 앞산에 자리 잡은 향교와 그 아래로 펼쳐진 낮은 단층집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제천 교동의 골목골목에는 제천의 이야기를 70여 점의 다양한 그림과 색으로 담았다.

고고한 선비의 품격을 연상시키는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벽화. 사진 / 김샛별 기자
부귀를 뜻하는 모란 벽화. 사진 / 김샛별 기자

지붕 없는 민화 미술관
교동 민화마을은 육거리를 중심으로 ‘장생길’, ‘평생길’, ‘학업성취길’, ‘추억의 골목길’, ‘골목미술관’, ‘장원급제길’, ‘출세길’ 등 다양한 테마로 나누어져 있어 골목골목 지루할 틈이 없다.

각 길목마다 인간 삶을 주제로 한 어변성룡도, 초충도, 장생도, 화접도, 평생도, 책가도 등 민화 속 다양한 이야기와 제천의 전설 중 하나인 박달재 이야기 속 주인공인 박달 도령과 금봉낭자의 애달픈 전설도 만날 수 있다.

박숙희 ‘민화와 커피공방’ 대표는 “민화를 낯설게 생각하지만 전통적인 그림 모두가 다 민화”라며 “요즘 드라마로 재조명된 사임당의 그림들이 대표적인 민화”라고 설명한다.

간혹 민화가 아닌 벽화들이 눈에 띈다. 이재신 관광두레 PD는 “원래 교동 민화마을도 평범한 벽화마을 중 하나였다”며 “향교와 전통적인 마을의 분위기에 맞춰 일반적인 벽화보다는 민화로 그려보자는 의견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민화로 채운 것이 벽만은 아니다. 대문 옆에 곱게 걸려 있는 문패까지 민화다. 문자도, 까치호랑이, 화조도, 충(忠,) 효(孝), 신(信)등 지역미술가들이 의미를 담아 선물한 것으로 집집마다 각기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Info 제천 교동 민화마을
주소 충북 제천시 칠성로 117 향교

제천향교로 이어지는 길에 그려진 잉어. 사진 / 김샛별 기자

아는 만큼 보인다. 읽어내는 재미
민화는 단순히 그림이 아닌 상징의 세계이기도 하다.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소나무와 바위는 곧은 선비 정신을 뜻한다. 거북과 국화, 천도복숭아는 장수를 뜻하고 석류와 포도는 다산을 상징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민화다.

교동 민화마을 벽화도 마찬가지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계단과 도자기로 만들어진 다양한 물고기들이 장식된 ‘용용출세길’은 이곳을 찾은 이들이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민화에 나오는 어변성룡 이야기를 표현한 이 계단은, 물고기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 용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길이다.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용으로 변해가는 잉어의 모습은 합격과 출세의 상징이기 때문. 육거리에서 제천향교로 이어지는 길에도 커다란 물고기가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Tip
제천 향교는 크기는 작지만 뒷산 도시숲이 조성되어 있어 교동 민화마을을 둘러보고 함께 걷기 좋다. 한방테마식물원과 한방약초길을 지나 향림봉까지 오르면 제천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향교 바로 위쪽에 300년 된 음나무와 쉼터로 마련된 정자에서 잠시 앉아 쉬는 것도 좋다.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는 이곳에서 시민들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인화공방'에서는 다양한 수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교통골목공방촌에서 컵에 민화를 그려보고 있는 커플. 사진 / 김샛별 기자

직접 그려보는 민화
마을 곳곳에서 민화를 눈으로 구경했다면, 이제 민화를 직접 그려볼 수도 있다. 교동 민화마을의 교동골목공방촌에서는 민화 그리기 체험부터 민화 문패 만들기, 도자기 체험, 민화 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있다.

세명대 제천문화탐방과 스토리텔링(제천학) 수업 현장실습으로 이곳을 방문한 박태영씨는 “직접 민화를 그려보니 그냥 민화마을을 둘러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화를 보고, 그리고, 기념품도 만들 수 있는 1석 3조의 제천 교동 민화마을이다.

Info 교동골목 공방촌
프로그램 민화쿠키·민화무지노트·민화주걱·도자기컵 체험 5000원, 민화액자 체험 1만원
주소 충북 제천시 용두천로20길 18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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