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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깊숙한 산골 오지마을의 옛 시골 정경
깊숙한 산골 오지마을의 옛 시골 정경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6.0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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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구미 생태길+마을 걷기
2014년 자연휴식년제가 해제된 비수구미 생태길에는 사람에 때묻지 않은 자연이 남아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화천] 매년 겨울 열리는 산천어축제로 명성 높은 화천. 오랜 기간 군인의 도시였고 지금도 민간인통제선이 가까운 이곳이 대한민국 으뜸 관광지로 추켜세워지는 이유는 보존된 자연과 빼어난 생태 명소를 지닌 덕분이다. 

화천읍에서 평화의댐으로 가는 길목에 우뚝 솟은 해산(日山ㆍ1194m)의 동쪽 자락에 오지마을로 불리는 비수구미 마을이 있다. 이 비수구미란 명칭에 대해 어느 호사가는 ‘물이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후미진 오지’라는 해석을 부여했지만, 실상은 조선시대 벌목방지 비문인 ‘비소고미 금산동표(非所古未 禁山東標)’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기가 들어오고 민박, 펜션도 있는 등 ‘오지 아닌 오지’가 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소란스러운 세상과 단절되어 있어 마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속세를 잊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올곧게 뻗은 소나무들. 비수구미 명칭은 조선시대에 함부로 벌목하지 말라는 '비소고미 금산동표'에서 유래됐다. 사진 노규엽 기자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남은 비수구미 계곡
화천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고 하여 해산이라 이름 붙은 산자락에 흐르는 비수구미 계곡은 20년 가까이 사람의 발길이 없었던 곳이다. 자연공원법에 의거하여 1997년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었던 비수구미 계곡은 2014년 6월 5일에야 자연휴식년제가 해제되며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비수구미 생태길’이란 이름으로 약 6km의 걷기 코스로도 열려 있다.

이 길은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어렵다. 화천읍에서 평화의댐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 2대 운행할 뿐. 이곳을 찾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단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수구미 마을과 연결되는 계곡길은 “해산터널부터 시작하는 것이 내리막길이라 편하다”는 것이 김대성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주무관의 귀띔. 생태길 입구는 화천읍에서 평화의댐으로 가다가 해산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비수구미 생태길은 희귀 동식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인 만큼, 자연휴식년제가 해제되었어도 화장실 등의 최소한의 시설만이 있는 장소이다. 비수구미 마을 주민들은 차로 지나다닐 수 있도록 허용된 길이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최소한의 용도로만 이용한다.

사람의 흔적이 드문 길인만큼 자연의 소리를 양껏 들으며 걷는 것이 비수구미 생태길의 힐링 요소이다. 사람의 등장에 도망치는 풀벌레 소리와 숲 속 어딘가 숨어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적당한 거리에서 멀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계곡물 소리까지. 소리만 들어도 행복해지는 길이 비수구미 생태길이다. 

비수구미 마을 앞을 흐르는 비수구미 계곡 풍경. 사진 노규엽 기자

조용한 마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 풍경
비수구미 생태길을 빠져나오면 마을 초입이자 널찍한 공터가 기다리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초록지붕 가옥은 장복동 이장이 운영하는 비수구미 민박. 계곡을 따라 시선을 이으면 주황색 다리가 건너편 숲과 마을을 연결하고 있다. 다리 방면의 길은 평화의댐과 연결되는 도로로 이어진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는 길이 차로 비수구미를 드나드는 길인데, 아주 가물어 계곡물이 없을 때만 도로가 연결되고, 그 외에는 배를 타야 넘나들 수 있다.

비수구미 마을 트레킹은 공터에 있는 ‘에코스쿨(구 수동분교)’ 이정표를 따라 가는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온통 숲이 둘러싸고 있던 생태길과 비슷한 길로 여겨지지만, 한 고비만 오르면 넓은 물길과 맞닿은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처럼 비수구미 마을은 생태길에서 즐기는 계곡 숲길과 마을 초입에서 수동분교까지 이어지는 강마을 풍경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지녔다.

비수구미 마을 트레킹은 강처럼 흐르는 파로호 물결과 함께 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을 걷는 중 만나는 작은 계곡인 법성골 계곡. 사진 노규엽 기자

강처럼 흘러가는 물이라 ‘강마을’이라 칭했지만, 기실 마을 옆을 흐르는 물은 화천댐에 가두어진 파로호 물결이다. 북녘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평화의댐을 거쳐 파로호로 들어서고, 화천군계의 산들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모여 호수를 이룬 것. 그런 호수 풍경과 고사리 등을 키우며 살아가는 마을의 풍경을 두루 살피며 걷는 길이다.

이 길에 대해서는 ‘한뼘길’이라는 명칭이 있기도 한데, 정확한 구간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존재한다. 마을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위해 낫으로 베어가며 지났던 길을 한뼘길이라고 하는데, 에코스쿨 인근까지는 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큰길이다. 그래서 혹자는 수동분교를 지나 모일분교까지 이어지는 좁은 소로를 한뼘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길 명칭이야 어찌됐든 마을을 따라 수동분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옛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긴다. 멀리 파로호가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가까이로는 가옥들과 각종 밭들이 이어지는 길. 물이 고인 웅덩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초록빛 개구리들이 헤엄치고 있고, 걸어오는 사람 발걸음 소리에 놀라 높은 짖음으로 소식을 전하는 개들의 모습이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뭇 시골마을과는 다른, 향수를 자극하는 맛이 있다. 

수동분교 자리에는 캠핑장 시설이 갖춰져 등록만을 남겨놓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탈출 지점 없는 일방통행, 선박 이용 고려해봐야
마을 입구에서부터 비슷한 풍경이 연이어지는 비수구미 마을길은 딱히 도착지점을 정할 것이 없다. 길은 수동분교를 지난 모일분교까지 연결되어 있으나, 화천댐까지 이어지는 길은 도중에 조성이 되지 않아 연결성이 없다. 결국 내키는 만큼 걸은 후에 같은 길을 따라 돌아와야 하기에 유턴지점을 정해야 한다.

마을 입구의 비수구미 민박을 비롯해 민박을 운영하는 집들이 많으니 1박 이상의 일정으로 한적한 마을의 정경에 빠져보는 것도 천천히 즐기는 치유의 방법이다. 옛 수동분교 자리에는 캠핑장이 갖춰져 등록만을 남겨놓고 있어 차후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수동분교 전후로 펜션도 있으니 럭셔리한(?) 숙박을 할 수도 있다.

한편, 어느 한 민박집에서는 강 건너편에 아주 차갑고 시원한 계곡이 있다는 정보를 주기도 했다. 비수구미 마을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놀고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비수구미 마을 내 민박집들에 비용을 지불하면 다녀올 수 있다.

마을 트레킹 중 만나는 다양한 야생화 중 하나인 금낭화. 사진 노규엽 기자
비수구미 마을로 들어서는 가장 가까운 수단인 출렁다리. 사진 노규엽 기자

Tip 다양한 비수구미 마을 접근법
1. 파로호선착장에서 선박을 타고 모일분교나 수동분교에 내려 트레킹을 시작할 수도 있다. 평일에는 30인 이상의 예약이 있을 때 운행하며, 주말에는 1일 2회 정기운행을 한다. 단, 파로호의 물높이와 기상 사정에 따라 운행이 제한될 수도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수이다.

2. 비수구미 생태길로의 차 진입은 마을 주민들에게만 허용되어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 해산령을 넘어 평화의댐 방면에서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물이 조금만 차도 다리가 잠겨 1년 중 도로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 대신 비수구미 마을과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으므로, 길목에 차를 세워놓고 산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 산길 시작지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마을에 닿으며, 주황색 출렁다리를 건너 마을로 진입한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7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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