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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어죽, 한 그릇에 푹 고아낸 영양
어죽, 한 그릇에 푹 고아낸 영양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7.06.06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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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보양식, 어죽. 사진 / 여행스케치DB

[여행스케치=서울] 날이 더워 입맛이 없을 때는 쌀밥을 씹는 것도 모래를 씹듯 지걱지걱한다. 그렇다고 밥을 거를 수는 없으니 죽을 먹는 것도 방법인데,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 삼복더위에 기력 회복을 위해 어죽을 먹었다고 한다.

냇물에서 잡은 물고기를 고추장, 고춧가루를 듬뿍 얹어 진득해질 때까지 끓이는 어죽. 걸죽한 어죽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따뜻하게 속이 데워 진다. 여기에 육수에 푹 젖어 있는 쌀알까지 싹싹 떠먹으면 이보다 더 풍족한 한 그릇은 없다.

여름이면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가 별미지만, 이렇게 땀 뻘뻘 흘리며 먹는 뜨겁고 얼큰한 어죽이 주는 시원함도 매력이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빨간 고추장 맛에 물고기를 통째로 넣으니 영양까지 잡을 수 있는 여름 보양식 ‘어죽’은 그 이름 그대로 ‘생선죽’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큰 솥에 민물고기를 넣어 푹 고아낸 것을 말하지만, 강원도를 비롯한 일부 해안지역에서는 바다 생선으로 끓이기도 한단다. 각종 (물)고기들로 끓였다 해서 농민들은 ‘고기죽’이라 부르기도 했다.

면을 넣은 어죽. 사진 / 여행스케치DB

어죽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죽집에 갔을 때 해결을 보지 못하는 민감한 사항이 있다. 바로 ‘밥이냐, 면이냐’ 하는 것이다.

밥을 넣으면 어죽, 면을 넣으면 생선국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죽을 훌훌 불어가며 든든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부류가 있고, 면을 넣어 후루룩 삼키는 맛을 즐기는 부류가 있다.

빨간 고추장 양념이 배인 밥알, 진득한 국물을 머금고 있는 면발.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면 냄비에 팔팔 끓여 먹는 스타일의 어죽집을 찾아가 보자. 큰 냄비 하나를 중앙에 두고 여러 사람이 오순도순 둘러 앉아 죽과 면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속이 든든해짐은 물론, 한 냄비 꿀떡 해치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죽 한 그릇으로 뻘뻘 진땀을 흘리고 나면 후끈한 여름 바람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7월호 [여름 보양식]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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