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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국내 최북단 항구와 해변, 그리고 바다
국내 최북단 항구와 해변, 그리고 바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7.0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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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둘레길+해파랑길 49코스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에 있는 대진등대. 해파랑길 49코스는 시원한 풍경과 함께 자전거를 달리기 좋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고성] 국내에서 가장 큰 석호(潟湖)인 화진포와 국내 최북단 항구 대진항 등을 두루 둘러보는 해파랑길 49코스는 강원도 고성의 인기 있는 걷기 코스 중 하나이다. 이 길은 자전거에 올라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도 있어 풍광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으로 매우 적합하다.

거진항에서 출발하는 해파랑길 49코스는 해맞이봉을 넘는 산길로 시작되지만,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을 이용하면 산길 구간만 제외하고 해파랑길 코스가 지닌 명소들을 모두 거치며 달릴 수 있다. 걷기보다 빠른 자전거 덕분에 화진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여유는 덤이다.

거진항에서 해변길 따라 출발
해파랑길 49코스의 출발지인 거진항. 해방 전에는 많은 양의 정어리가 잡혔고 여름에는 오징어, 가을에는 멸치, 겨울에는 명태잡이가 흥행했다고 한다. 그 중 거진항을 발전시킨 것은 명태라고 하는데, 지금도 매년 10월 무렵이면 ‘통일고성명태축제’가 열며 이 곳이 명태 주산지임을 알리고 있다.

자전거길은 해파랑길 코스와 달리 거진항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시작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해변도로에서 마주치게 되는 해오름쉼터. 사진 노규엽 기자

등산로로 향하는 해파랑길 코스와 달리, 항구의 끝에 위치한 거진어촌계회센터에서 해변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강원도 동해 해변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곳에도 출입을 막는 철책이 풍경을 가로막고 있지만, 틈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기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구간이다. 인공암벽장, 산림욕장 입구, 해오름쉼터 등을 차례로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해변과 멀어진다.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오른 장소는 해파랑길 코스인 화진포소나무숲산림욕장 입구가 있는 지점. 그대로 통과해 언덕을 내려선 후, 삼거리에 도착해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금세 화진포를 만나게 된다.

한편, 조금 더 완만한 길을 달리고 싶다면 거진항 해변길을 따르지 않고, 거진읍내에서 화포리노인복지회관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르다가 화진포로 가는 방법이 있다. 해변의 풍경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고성 3대 막국수로 불리는 화진포 막국수를 지나가는 길이라 점심 즈음 출발한다면 생각해볼만한 변경 코스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석호인 화진포. 약 11km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볼거리 몰린 화진포둘레길
도로 옆 자전거길을 따라 잠시 달리면 어느새 왼편으로 화진포 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화진포둘레길과 만난 것. 조금 더 직진하면 오른편에 화진포생태박물관 건물이 보이고, 이어 나오는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김일성별장이라 불리는 ‘화진포의 성’을 들를 수 있다.

화진포의 성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에 있던 선교사 셔우드 홀 박사가 독일 망명 건축가 베버에게 조그마한 별장을 짓게 한 것에서 시작됐다. 베버는 유럽의 작은 성을 닮은 모습으로 별장을 지어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게 되었으나, 해방 후 김일성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장소로 이용하면서 김일성 별장이라는 이름도 얻게 된 것이다. 6.25한국전쟁 당시 파손된 부분을 복구해 현재에 이른 화진포의 성은 외관의 독특함도 볼거리가 되지만, 옥상에 올라가 화진포 해변을 바라보는 풍광도 멋지다.

유럽의 성처럼 지어져 이름 붙은 화진포의 성.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화진포의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비서였던 이기붕 별장도 있다. 김일성 별장과 비슷하게 이기붕의 부인 박마리아 여사가 별장으로 사용해 이름 붙은 곳으로, 당시의 방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그리고 화진포를 둘로 가로는 화진포교 인근에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도 있어 바다와 호수가 아름다운 화진포에서 과거 권력자들이 휴가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화진포둘레길을 즐기려면 먼저 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다. 화진포교를 경계로 윗호수와 아랫호수의 둘레길이 원점회귀로 이어지는데, 아래쪽 화진포둘레길이 좀 더 긴 거리다. 호수 둘레 전체를 돌아보는 길은 약 11km이므로, 개인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둘러보면 된다. 한편, 화진포 둘레길은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여 갈림길에만 이정표가 있는 방식이다. 즉, 이정표가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하면 다음 이정표가 나타날 때까지 직진을 유지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화진포 콘도 뒤편에 잠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사진 노규엽 기자

연이어 펼쳐지는 국내 최북단 바다풍경
화진포둘레길을 돈 후에는 해파랑길 코스로 복귀한다. 화진포해양전시관 뒤편으로 길을 이으면 아름답기로 소문난 화진포 해수욕장을 지나고, 이어 성게가 지역 특산품인 초도항이 나온다. 항구의 크기는 작은 편이나 널찍한 동해의 푸른 품이 시작되는 곳이다.

초도항을 지나 이어지는 것은 초도해안도로. 오른편으로 초도해수욕장의 백사장과 바다 풍경이 시원한 구간이다. 초도해수욕장을 지나 언덕을 하나 넘으면 바로 대진항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항구인 대진항은 문어잡이가 유명하며, 항구의 시작과 끝 지점에 활어회센터와 수산시장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즐겨볼 수 있다. 또한 대진항해상공원도 있어 잠시 자전거에 내려 산책로를 거닐며 바닷바람에 취해보기도 좋다.

국내 최북단 항구 대진항에 있는 대진항 해상공원. 사진 노규엽 기자

대진항을 통과하면 해파랑길 이정표는 대진등대로 오르는 길로 이끈다. 대진항 수산시장 끝에서 잠시 산길을 넘어가는데, 막상 대진등대에 도달하면 기대했던 시원한 풍광은 없다. 괜히 급한 오르막을 오른 셈이 되니 편하게 지나고 싶다면 버스가 다니는 마을도로를 따라 이동해도 관계없다.

대진등대를 넘어온 곳에는 다시 대진1리해수욕장이 여름철 풍경을 선사하고, 그 앞으로 금강산 콘도와 마차진해수욕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초도항부터 마차진까지 이어지는 풍광은 동해를 따라 비슷한 풍경들을 볼 뿐이지만, 항구-해수욕장-항구로 연결되는 리듬감이 있어 지겹지는 않다. 오히려 금강산콘도를 지나면 길이 마무리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 오르막을 한 차례 올라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 이르면 해파랑길 49코스 종점이다.

돌아오는 길에 초도항에서 바라본 화진포 방면 바다 풍경. 사진 노규엽 기자

이곳은 금강산 해금강을 볼 수 있는 통일전망대로 가기 위해 출입신고를 해야 하는 곳. 출입신고을 하면 검문소를 거쳐 DMZ박물관과 통일전망대를 둘러볼 수 있지만,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군부대의 허가 하에 치러지는 특별한 행사 때는 도보여행이나 자전거 출입이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찾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 이에 대해 안수남 고성군청 관광문화체육과 계장은 “군부대의 협의를 끌어내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5인 이상 단체 또는 20인 이상 단체에게는 자전거 및 도보 통행을 허가해줄 수 있는 방법을 협의 중이다”라는 계획을 내비쳤다. 만약 이 계획이 실현되면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 50코스까지 명품 코스로 연결될 날이 기대된다.

Tip 화진포 자전거 대여소
화진포의 성 주차장 내에 있는 화진포 관광안내소를 찾으면 무료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이용방법은 안전수칙 이행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단, 대여 자전거는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화진포둘레길에서만 사용이 원칙이며, 이를 어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이용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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