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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인터뷰] 맛을 잘 아는 사람, 식객 허영만
[인터뷰] 맛을 잘 아는 사람, 식객 허영만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07.0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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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떠 오른 영감은 만화로 스케치"

[여행스케치=서울] <식객>, <타짜>, <각시탈>, <오! 한강>, <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허영만 화백. 그는 만화 <식객>을 완성하기 위해 9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전국을 돌아다녔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가 ‘맛집 찾아 떠나는 여행’인 것을 보면,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식객(맛을 잘 아는 사람)’의 자격으로 ‘맛집 여행’을 예견한 것일까? 

“서울 생활을 하면서 고향의 음식을 못 먹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고향의 음식을 저의 세대 기억에만 담고 있다가는 다음 세대는 전혀 모르는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식객’을 구상하게 되었죠.”

처음 만화 ‘식객’의 주제를 ‘김치’로 시작하려 했다는 허영만 화백. 그가 김치를 택했던 이유는 김치의 종류만 150여 가지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김치도 곁들여 나오는 음식이라는 한계점을 넘지 못하기에 다른 아이템이 필요했다. 

<식객>... 9년에 걸쳐, 제철 음식 찾아 떠난 전국 여행
많은 사람, 아니 우리 모두가 ‘아침 먹으며 점심 걱정, 점심 먹으며 저녁 걱정’을 달고 사는 것에 착안하여 ‘식사’를 <식객>의 아이템으로 결정했다고. <식객>의 메뉴 선정은 철저히 제철 음식을 기준으로 했다. 전라도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지역 안배를 고려했으며, 9년의 집필 기간 전국을 수없이 돌아다녔다. 

예전에 그가 바다낚시를 즐겼을 때만 해도 작업실 옥상에는 당일, 1박2일, 2박3일 용의 낚시 도구가 각각 전시되어 있었다. 1박2일 동안 챙기는 리스트만 150여 가지가 되었는데, 그는 그런 과정이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만화를 그리는 일을 안 하고 나를 쉬게 하는 것은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작업하고 여행을 확실히 구분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남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듯 했다고. 함께 여행을 간 지인들에게 “너는 노는 것도 일하듯이 논다”는 말을 많이 듣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여행 중 영감이 떠 오르면 만화로 스케치를 하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면 천상  ‘태생이 만화가’라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고. 

허영만의 추천 여행지... 달밤의 몽산포 해변 걷기
이제는 낚시보다 여행을 더 많이 떠난다는 허영만 화백. 그의 여행 가방에는 스케치북, 필기구, 카메라 등이 전부다. 예전에는 전문사진작가나 들고 다녔던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이제는 한 손에 탁 잡히는 스마트폰이 사진기를 대신하고 있다.

“저는 틈만 나면 몽산포해수욕장을 찾아갑니다. 주로 달빛을 느낄 수 있는 보름을 전후로 가는 편이죠. 달빛이 비친 해변은 뿌연 바다와 모래사장이 확실하게 구별되고, 먼 곳에 사람의 실루엣이 보여 더욱 좋습니다. 그런 달밤에 몽산포 해변을 걷는 것이 저의 작은 행복입니다.”

침낭 하나만 들고 여행을 떠나기에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의 여행 스타일이 그러한 것이기에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람이 텐트를 친 가운데보다 한적한 곳을 찾아 침낭을 푼다. 그는 여행 스타일을 만화 <꼴>에서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데뷔, 충전보다 방전이 더 많아... 충분한 충전을
"7년의 문하생 생활은 전장에 나가는 총알을 준비하는 기간이었죠. 원고료를 타는 날이면 명동 중국대사관 골목의 책방으로 달려갔죠. 그곳에서 일본, 미국 만화책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어요. 소재는 다르지만, 나중에 꼭 필요한 자료들이라 생각하고 사두었죠.”

그 당시 샀던 책 중에 못 본 것도 있다는 허 화백은 작업 공간이 없던 시절을 겪은 세대다. 최근 부산에서 가진 웹툰 작가와의 만남에서 그는 “여러분은 복 받은 줄 알고 열심히 해라. 우리 때는 그런(작업 공간) 지원도 받지 못했었다”며 “충분한 총알을 준비하라”고 조언을 건넸다.

데뷔를 앞둔 작가들 대부분은 한 두 가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에 대한 조언이다. 총알(소재와 경험)이 떨어지면 그동안에 소재가 또 생기겠지만, 데뷔하면 충전보다 방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뷔 전에 충분한 충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는 8월 31일 부산에서 ‘글로벌 웹툰 센터’1호가 개관을 한다. 이를 기념하여 허영만, 윤태호 등 웹툰 작가들이 오는 9월 1일부터 70여 일동안 ‘만화 그리고 웹툰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종이에다 만화를 그렸던 세대에서부터 모니터에 웹툰을 그리는 세대의 작가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은 “만화는 그림으로 한 번, 글로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결국 내용이 두 번 겹쳐 전달되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다”라며 “굴뚝 없는 산업인 만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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