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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우고, 채우며 나를 찾는 여행
비우고, 채우며 나를 찾는 여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07.06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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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템플스테이
백담사 템플스테이는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산사에 머물며 수행자의 고요한 일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인제] 강원도 내설악의 시원한 바람과 산사에 울려 퍼지는 저녁 예불 종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도심에서의 흐트러진 마음을 깨우며, 상념에 젖어 들게 한다. ‘님의 침묵’과 함께하는 백담사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휴식을 찾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곳이다. 

잠시나마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만남을 통한 휴식, 여름 휴가의 대안으로 템플스테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여름. 체험과 명상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템플스테를 체험하기 위해 백담사를 찾았다.  

백담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담사 스님들이 백담사 템플스테이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지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담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계속 오르막길로 달린다. 차창 밖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시원한 계곡 바람과 함께 짙은 녹음이 드리어져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백담사를 향한다. 

속세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수심교를 건너다
설악산 백담사 주차장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백담사로 들어서는 ‘수심교’가 보인다. 수심교는 속세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수심교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백담계곡 주위로 수많은 돌탑들이 세워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백담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심교를 건너며 속세의 모든 것을 던져버려야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담사는 2007년부터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로 지정됐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담사 템플스테이 숙소. 사진 / 조용식 기자

높이도 형상도 제각각이지만, 돌탑을 세운 사람들의 소망이 깃들여 있어 더욱 값진 모습을 하고 있다. 돌탑들은 계곡물이 범람하는 장마 때면 모두 무너져 사라졌다가도 소망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사람들에 의해 또다시 세워지는 모습을 반복한다.    

백담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사천왕이 있는 금강문이다. 금강문을 지나 불이문에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두 개의 편액(백담사, 설악산)이 걸려있다. 김명인 백담사 템플스테이 팀장은 “불이문은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백담사의 불이문에 두 개의 편액이 있는 이유도 백담사와 설악산도 둘이 아니라는 의미를 같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담사의 불이문을 지나면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극락보전과 만해 한용운의 거처였던 화엄실 그리고 불전사물인 범종•운판•목어•홍고 등이 걸려있는 범종루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범종루를 지나 만해 한용운 선사의 동상을 마주한다. 한용운 선사 동상 아래에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님의 침묵> 중 서문에 해당하는 ‘군말’에 나오는 글귀다. 여기서 ‘기룬’은 그립다의 고어로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해 한용운 기념관에서 바라본 백담사 경내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담사 나한전. 사진 / 조용식 기자
백담사 극락대전과 석탑을 중심으로 연등이 걸려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1905년 백담사에서 승려가 된 만해 한용운의 출가와 수행, 3.1운동, 문학활동, 신간회 활동 등 만해의 일생을 볼 수 있는 만해기념관이 있다. 백담사 내에는 만해당, 만해적선당, 만해교육관 등 만해와 관련된 시설들이 <‘님의 침묵’과 함께하는 백담사>라는 타이틀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만해 기념관을 나와 뒤편에 있는 나한전으로 발길을 돌린다. 500명의 나한을 모시고 있는 이곳에서는 삼배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눈이 마주치는 부처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한전에서 삼배를 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경건해 보인다.

‘차담’, 자신을 찾는 명상의 시간 
백담사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저녁 공양. 식탁 위에는 모래시계와 함께 공양기도문이 놓여져 있다.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고?’로 시작되는 공양기도문은 승려들이 식사할 때 독송하는 오관게이다. 이 글을 독송하는 이유는 공양도 하나의 의식이자 수행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거스님이 진행하는 차담에서는 다도예절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엽서가 제공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불전사물이 있는 범종루. 사진 / 조용식 기자
저녁 예불을 알리기 위해 타종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저녁 봉양을 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을 다시 한번 귀 기울이게 되는 백거스님과의 ‘차담’시간으로 이어지는 오후 7시. 차명상에 앞서 가슴에 와 닿는 글귀가 적힌 엽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리에 앉는다. 모두의 자리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며, 간단하게 차를 마시는 방법도 이어진다. 

“찻잎을 만지고, 차를 마시면서 어떤 소리와 맛이 나는지 오감을 통해 느껴보라”고 주문하는 백거스님. 차를 마시며 진행되는 차담 시간에는 자신들이 선택한 엽서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라고 주문한다.

참석자 대부분은 엽서의 글귀가 자신의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가슴에 복받쳐 말보다 눈물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른 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비관하기보다 극복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보여주기도 하며, 미래의 꿈을 차분하게 전개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이도 있었다.  

탑돌이를 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거스님은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다정다감하게 들으며, 자신의 경험과 부처님의 이야기를 통해 참석자 스스로가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이끌어낸다. 한 시간가량의 차명상이 끝난 후에는 부처님의 공덕과 자신의 염원을 비는 탑돌이가 시작된다. 

종이컵으로 만든 연꽃에 불을 밝혀 스님의 발걸음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탑돌이. 돌탑 주위를 세 번 돌고 난 후에는 불의문을 지나 수심교를 되돌아오는 행렬이 이어진다. 탑돌이를 마친 후에는 백거스님의 따뜻한 포옹도 이어진다.  

어느덧 백담사의 밤은 깊어가고, 템플스테이 숙소에는 두런두런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제는 소등할 시간입니다”라는 스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방마다 하나둘 소등이 시작되며, 하루를 정리한다. 

신체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숲 명상
아침 공양을 마치고 숲 명상을 위해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백담계곡을 지난다. 계곡물이 흐르는 안쪽까지 쌓아놓은 돌탑은 내설악의 기운이 더해 소망이 이루어질 모양새이다. 숲길로 들어서면 백담사 봉정암을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

숲명상을 위해 자연관찰로를 걷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김명인 팀장은 “숲 명상과 돌탑 쌓기는 템플스테이의 하이라이트”라며 “이 숲길을 따라 만나는 명상 장소와 계곡의 경치는 여러분만을 위한 장소”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백담사 자연관찰로의 숲 명상 자리는 자연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곳이다. 

주변에는 깊은 산 슾지에 사는 고사리 군락과 울창한 숲들로 인해 피톤치드의 청량감을 느껴진다. 특히 길게 연결된 데크는 우리의 모든 신체를 활짝 열어놓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명상의 터가 된다. 데크에 누워 눈을 감고 주위의 모든 것을 느껴본다.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풀벌레 소리, 산속의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동안 무디었던 신체의 모든 감각이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함께 누워있는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눈을 떠 하늘을 보면, 보이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오묘한 기분이 든다. 

데크를 따라 숲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등산객을 위한 백담탐방 지원센터가 나온다. 탐방로를 따라 봉정암 방향으로 걸어가면 넓찍한 돌들이 깔려 숲길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울창한 소나무길 옆으로 시원하게 물소리가 들려온다. 초록의 물결로 뒤덮인 내설악과 백담계곡의 시원한 물줄기가 펼쳐진다. 이곳은 템플스테이의 공식 포토존으로 뒤태가 더욱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아침 일찍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서울에서 온 박희명씨는 “백담계곡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라며 “투명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소망을 담은 돌탑을 쌓다 보니 어느덧 한여름의 더위도 잊었다”고 말했다. 

속세의 모든 욕망을 백담계곡에 살포시 내려놓고, 돌아오는 숲길에서 마음의 위로와 자연의 깨끗함을 담아보자. 비우고, 채우는 여행, 백담사 템플스테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여름 이색적인 여행을 경험해 보자.

Info
백담사로 가는 길

산사의 아침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의 거리는 7km. 따라서 약 2시간에 걸쳐 걷거나 백담사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는 백담사까지 약 18분이 소요되며, 만석이 되어야 출발한다. 첫차는 오전 9시, 막차는 오후 4시이며, 백담사에서 내려오는 막차는 오후 5시이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 요금(편도)은 성인 2300원, 어린이 1200원이며, 경로 우대 적용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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