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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오동통한 오징어에 바닷바람 한 잔
오동통한 오징어에 바닷바람 한 잔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9.0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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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주문진 위판장 따라가는 수산자원 사계절
예부터 오징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강릉 주문진항 입구.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강릉]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오랜 세월동안 수산물의 혜택을 받아온 우리나라지만, 최근 들어서는 어획량이 줄어 나날이 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에서는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을 통해 그 실태를 알아본다. 그 첫 번째 어종, 오징어다.

이른 아침부터 활기 넘치는 주문진 위판장

오전 7시경, 주문진항의 아침을 여는 곳은 동해의 여러 해역에서 잡혀온 물고기들이 모이는 위판장이다. 계절별로 차이는 있지만 강릉에서 주로 잡히는 기름가자미와 도루묵을 비롯해, 주문진의 명성을 있게 한 오징어도 이곳 위판장을 거쳐 필요한 곳으로 이동한다.
어선이 입항하면 선주들은 어종과 수량, 가격이 적힌 입찰서를 경매사들에게 건네준다.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들이 종을 울리며 입찰을 시작하면 노란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갓 들어온 수산물 중 필요한 것들을 구매해간다.
항구에는 수시로 어선이 들어오고,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위판장을 들어왔다가 나가는 부산스러운 와중에 하희정 조사원을 비롯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의 조사원들이 묵묵히 활동을 시작한다.
“위판장에서 하는 일은 금일 들어온 어종들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거예요. 금어기에 속한 어종을 잡지 않았는지, 아직 성장해야 할 어린 물고기가 잡히지는 않았는지 등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길이를 재는 거죠. 때로는 이쪽 해역에서는 잡히지 않는 특이 어종이 들어왔는지 확인하여 보고하는 일도 한답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들은 당일 잡힌 오징어의 무게를 재는 것으로 어획량을 파악한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오징어 개체의 동장(길이)을 측정하는 일도 TAC 어종 조사의 아주 중요한 일이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어느덧 위판장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사그라지고 주문진항은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지만, 조사원들의 일과는 위판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어종이 얼마만큼 잡히는지를 매일 파악하여 시기에 따른 어획량 변동이나 총 어획량을 합산하는 업무도병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산자원관리법으로 정한 TAC(Total Allowable Catch) 관리 대상 어종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체크가 필요하다.
TAC란 총 허용 어획량을 뜻하는 말로, 수산자원의 과도한 어획을 막기 위해 11개 어종을 정해 1년간 어획할 수 있는 총량을 정해놓은 것이다. 주문진에서 가장 유명한 오징어도 TAC 어종 중 하나. TAC 어종은 전국에서 1년간 잡을 수 있는 양을 정해놓고, 전국 각 지역마다 어획량을 할당하여 분배한다.
“채낚기, 대형트롤, 대형선망, 동해구중형트롤 등 네 가지가 오징어를 어획하는 대표적인 어법입니다. 네 종류의 어선들이 매년 무분별하게 오징어를 잡아온다면, 동해의 오징어는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TAC 어종을 정한 것이고, 저희 조사원들이 현장에서 관리를 한답니다.”
하 조사원을 비롯한 강릉 지역의 조사원들은 위판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주문진항에 들어오는 오징어를 포괄적으로 관리한다. 그리고 이렇게 파악한 결과를 토대로 이듬해 어획량을 정하는 자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문진항 인근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싱싱한 오징어. 사진 노규엽 기자

한껏 살이 오른 시기에 잡히는 주문진 오징어

오징어하면 울릉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주문진 오징어의 명성도 그에 못지않다. 이는 오징어 계통군의 차이로 나눠진 결과라고 한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난류를 따라 이동해요. 이 오징어 무리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울릉도를 기준으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계통군과 울릉도 오른쪽 수역을 따라 올라가는 계통군이 있는 거죠.”
그러니 울릉도 오징어는 외해 계통군을 잡는 것이고, 속초, 강릉, 동해, 삼척 등 동해권 도시에서는 연안군을 잡는 것이다.
오징어는 철을 크게 가리지 않고 잡히는 어종으로, 강릉 주문진에서도 오징어 금어기인 4~5월을 제외하고 여름부터 겨울까지 잡힌다. 이는 1년을 주기로 이동하는 오징어들이 남쪽 바다의 산란 장소에서 러시아 해역까지 북상하며 자란 후, 다시 대마도 등지의 남쪽으로 돌아가 산란하는 습성 때문. 그 중간 해역에 위치한 우리나라 동해는 충분히 자란 오징어들이 잡히기 좋은 조건인 것이다.

오징어는 철을 크게 가리지 않고 잡히는 어종으로, 강릉 주문진에서도 금어기인 4~5월을 제외하고 겨울까지 잡힌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오징어 중에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가을 오징어. 일본 대마도 등지에서 부화하여 북상하는 가을 오징어는 크기가 커서 어육이 많고 찰지기 때문이다. 주문진에서는 매년 가을이면 오징어 축제를 연다. 이 무렵에 주문진 앞바다에 도착한 오징어들이 가장 먹기 좋고 맛이 좋은 20cm 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오징어 맛보기는 항구 옆 시장에서
주문진항 어디에나 오징어가 없는 곳이 없지만, 하희정 조사원은 위판장 맞은편의 오징어 판매장과 풍물시장을 추천한다.
“오징어가 들어온 날에는 바로 옆의 오징어 판매장에서 싱싱한 오징어를 살 수 있어요. 그 옆으로 입구가 있는 풍물시장도 빼놓을 수 없죠. 풍물시장에서는 산오징어뿐 아니라 오징어통찜도 맛볼 수 있고, 주문진에 들어온 다른 수산물들도 구경할 수 있답니다.”
요리법에 따라 다양한 메뉴로 변신하는 오징어지만, 주문진과 같은 산지에서는 싱싱한 오징어를 바로 회쳐서 즐기는 게 정답. 풍물시장을 찾으면 그날의 시세에 맞춰 자릿세만 내고 바로 즐길 수 있다.
한편, 하희정 조사원은 예전과 달리 변해버린 풍물시장의 분위기를 안타까워한다. 가게 앞에 테이블이 있어 혼자서도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었던 정겨운 맛이 사라졌다는 것. 낭만적인 풍경을 잃은 것이다. 그래도 시장 상인들은 여전하다. 풍물시장에서 영세집을 운영하는 최복순 사장은 “풍물시장에서는 적은 인원이 와도 회와 생선구이를 골고루 골라 2~3만원 대에 먹을 수 있도록 맞춰준다”며 “바깥 테이블이 있던 시절과 달라진 건 없으니 혼자라도 어려워 말고 들어오면 된다”고 인심을 내세운다.
예전에 비해 오징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주문진항에서는 변함없이 오징어가 명물이다. 올가을, 살이 통통 오른 오징어를 만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항구 옆과 맞닿은 풍물시장을 찾아가면 오징어 뿐 아니라 주문진에서 잡아올린 다양한 수산물도 맛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0월호 [위판장 따라가는 수산자원 사계절]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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