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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바다, 호수 그리고 저잣거리 간식을 모두 갖춘 길
바다, 호수 그리고 저잣거리 간식을 모두 갖춘 길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9.0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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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 설악항~장사항
양양군 경계와 가까운 설악항에서부터 시작하는 자전거길. 멀리 대포항이 보인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속초] 양양군과 맞닿은 설악항에서부터 북쪽 고성군과 가까운 장사항까지. 속초에는 바다를 따라 달리는 자전거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각기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청초호와 영랑호도 있어 속초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설악항, 대포항 등 항구의 연속
속초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다면 동해안 자전거길을 기본으로 하면서, 청초호와 영랑호로 향하는 길목이 어디쯤인지 파악해놓으면 좋다. 경사진 언덕이 거의 없고 대포항, 중앙시장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관광지도 거치기에 천천히 누리는 자전거 여행 코스로 적합하다.

양양군에서 속초시 경계를 넘어오자마자 자리한 설악항과 설악해맞이공원. 짧은 산책로가 있어 잠시 거닐기 좋고, 작은 횟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어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장소로 이용하기 좋다. 그러나 지척 거리에 유명한 대포항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한산한 모습을 감출 수 없다.

설악항에서 해안을 따라 잠시만 달리면 대포항에 이른다. 속초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최소 한 번쯤은 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수 년 전, 정리 개발되면서 복작이던 옛 난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난전골목, 튀김골목 등으로 구역이 나뉘어 더 깔끔해졌다.

알록달록한 이정표가 눈에 띄는 속초해수욕장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대포항부터는 도로를 따라간다. 대포항과 맞붙은 외옹치항에서 언덕을 하나 넘으면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외옹치해수욕장부터 속초해수욕장까지 백사장이 이어지지만, 자전거 코스는 계속 도로를 따라간다. 백사장 풍경을 보고 싶으면 속초시에서 조성해놓은 해변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속초시 관계자는 “딱히 자전거 통행을 제한하지는 않으나 도보로 산책하는 용도로 조성한 곳이니 안전에 주의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속초해수욕장을 통과하면 동해안 자전거길은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로 이어진다. 두 다리는 청초호와 바다가 연결된 물길을 넘어갈 수 있게 해 교통문제를 크게 해소한 존재. 그러나 급할 것 없는 자전거 여행에서는 빨리 넘어가기보다 청초호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

속초 전경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이어져
청초호는 호수 주변으로 자전거길이 조성되지는 않아 여전히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그럼에도 속칭 엑스포공원이라 불리는 엑스포월드랜드에 마련된 조형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건물 15층 높이인 엑스포타워에 올라가 주변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청초호에는 호수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를 달리다 쉬어가기 좋다. 사진 노규엽 기자
청초호 서쪽에 있는 정자에서 호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청초호를 뒤로 하면 자전거길 표식과는 다르게 청초호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중앙시장 방면으로 향해도 된다. 이 길을 택하면 생선구이 등을 파는 먹거리촌을 지나갈 수 있음은 물론, 아바이마을을 오가는 갯배선착장도 지나간다. 이곳의 갯배는 사람도 자전거도 단돈 200원에 건너편으로 갈 수 있으니, 아바이마을을 여행지로 추가하기에 좋다. 길을 계속 이으면 설악ㆍ금강대교를 건너온 지점과 만나 속초항으로 연결된다.

속초항과 맞닿아 있는 동명항에는 영금정이 있다. 동명동 등대 동쪽에 위치한 넓은 암반에 파도가 부딪히면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곳. 허나 원래의 영금정은 속초항이 개발되며 파괴되고, 현재 바위산에 세워진 영금정은 그 이야기에 마음을 담아 정자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영금정에서 내려와 잠시 더 진행하면 등대전망대도 있으니, 두 장소에서 바다를 조망하기 좋다.

외관부터 눈길을 잡아끄는 엑스포타워. 사진 노규엽 기자

Info 엑스포타워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 1200원,어린이 800원
주소 강원 속초시 엑스포로 72

길 따라 전설 따라 돌아보는 영랑호
거문고 쉼터에서 내려다보이는 해변은 등대해수욕장. 이곳부터 장사항까지는 해변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금세 도착한다. 장사항은 매년 여름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며 체험도 해볼 생각이라면 장사어촌체험마을에 문의하면 된다.

영금정과 등대전망대를 지나면 시원한 절경이 펼쳐지는 등대해수욕장. 사진 노규엽 기자

장사항 북쪽으로 고성군 전까지는 딱히 볼거리가 없으므로, 속초에서 자전거 여행을 마치려면 이곳이 반환점이다. 단, 영랑호를 코스에 포함시키려면 길을 찾기 쉽게 해변도로를 빠져나와 본 도로를 따라 속초 시내 방면으로 향하는 게 좋다.

영랑호는 청초호와 마찬가지로 속초의 양대 석호. 이 두 호수에는 속초의 수호신인 청룡과 황룡의 전설이 서려있다. 먼 옛날 청초호에는 수룡인 청룡이, 영랑호에는 암룡인 황룡이 살고 있었다. 두 용은 하늘로 승천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무기 한 마리가 황룡의 여의주를 훔쳐간 탓에 청룡만 승천하고 만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속초 주민들은 하늘에 청룡을 지상으로 보내달라고 청하게 되고, 청초호의 밤을 밝히면 청룡이 내려올 수 있다는 답을 얻게 된다. 이후 주민들은 밤이면 청초호에 환한 불을 피워놓고 하늘길이 열리길 빌었고, 청룡은 지상으로 내려와 황룡을 만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전설은 과거 수령이 속초로 부임할 때 청초호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풍습에도 영향을 주었고, 청초호 주변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밤에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 지금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영랑호와 청초호에는 황룡과 청룡에 관한 전설이 흐르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황룡이 살았다던 영랑호는 공원으로 꾸며져 자전거뿐 아니라 산책으로도 즐기기 좋다. 영랑호를 달리다 꼭 보고 지나갈 것은 범바위. 영랑호 중간지점 서남쪽에 있는 큰 바위로, 위풍당당한 호랑이를 닮았다는 바위다. 자전거길에서는 범바위를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지만, 계단을 따라 영랑정으로 오르면 범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범바위를 지나면 영랑호리조트 구간을 지나 호수의 나머지 반 바퀴를 돌아보고 속초 시내로 돌아가면 된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0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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