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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갈칫국, 은갈치 통구이를 아시나요?
갈칫국, 은갈치 통구이를 아시나요?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09.07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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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갈치로 돌아온 제주 은갈치
오랜 만에 제주도에 갈치 풍어가 찾아왔다. 사진은 한림항의 새벽 풍경. 사진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나이에 따라 그 추억은 다르지만, 70, 80년대 아침, 저녁 밥상에 풍성하게 놓였던 갈치구이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금치’로 불리며 국민 밥상에서 멀어진 갈치. 그 갈치가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 제주에는 은갈치가 풍년이다.

지난 6월부터 갈치 풍년, 지금도 제주, 남해안 일대
제주 한림항의 새벽은 분주하기만 하다. 전날 갈치잡이로 나갔던 채낚시 어선에서 밤새 잡은 갈치를 하역하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채낚시 어선들의 연이은 항구 접항과 위판장으로 갈치를 실어나르는 지게차들의 움직임도 쉴 틈이 없다.

한림항 위판장에서 만난 김상문 전국갈치생산자협의회장은 “지난 6월부터 동중국해의 어장에서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갈치를 수확했다”며 “지금도 제주도 일원과 거제도, 부산, 남해안 일대까지 갈치 어장이 형성되어 말 그대로 갈치 대풍의 해”라고 말했다.

갈치잡이 채낚시 어선에서 하역한 갈치들. 사진 조용식 기자
수산자원조사원들이 갈치의 길이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 조용식 기자

갈치 경매가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순식간에 떠오르는 일출처럼 위판장의 경매도 찰나에 이루어진다. 경매사가 품목의 번호를 외치기가 무섭게 중매인의 후다(경매가격 적은 나무판)가 오간다. 경매사는 두어 번 가격을 외치다 “13만6000원, 227번”으로 가볍게 경매는 이루어진다. 이후 발 빠르게 다음 품목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한다.

중매인은 경매 전 위판장에 늘어선 갈치의 (신)선도를 눈여겨본다. 선도가 양호한 갈치에는 많은 중매인의 손길이 오간다. 중매인은 갈치의 눈동자와 은 빛깔을 보며 꼬리를 세어본다. 상품성이 얼마나 될 것이며, 가격은 어느 정도일지를 미리 가늠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친 갈치는 위판이 다 끝나고 나면 곧바로 포장에 들어간다. 10kg 단위로 포장되는 갈치는 13, 19, 25, 33, 45미(마리) 등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 13미의 경우 특상품이며, 가정이나 식당 조림용으로 사용되는 갈치는 대부분 33미다.

부드러운 속살의 갈치구이, 해장에 딱 좋은 제주 갈칫국
갈치구이의 속살은 입안에서부터 부드럽게 녹아내려 가는 느낌이다. 제주 은갈치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위판장 가까이에 있는 식당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갈치구이는 어떻게 구워질까? 요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위를 이용해 양옆 지느러미를 제거 후 내장을 빼고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그런 다음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해 준다. 손질한 갈치에 칼집을 내고 소금을 뿌린 후 달군 프라이팬이나 석쇠에 식용유를 두른 후 앞뒤로 노릇하게 구우면 된다.

칼칼한 갈치조림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기세로 덤비게 된다. 조림은 대부분 냉동 갈치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이보다는 훨씬 퍽퍽한 느낌이다. 제주에서는 갈치와 함께 전복을 넣어 ‘전갈 조림(전복과 갈치)’을 판매하는 곳이 많이 있다.

먹음직스러운 갈치구이. 사진 조용식 기자
제주도만의 특별식 갈칫국. 사진 조용식 기자

‘갈칫국’은 제주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식이다. 싱싱한 은갈치와 잘 익은 호박과 홍고추 그리고 풋배추가 들어간 갈칫국은 그냥 보기에는 느끼하다. 하지만, 국물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해장국 이상의 시원하고 개운함이 전해온다. 매콤한 맛을 원할 경우,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것이 좋다. 최근 제주에는 갈치 통구이가 인기다. 손질한 갈치를 통째로 구워 주는 갈치 통구이는 성게국, 전복 뚝배기가 곁들어 나온다.

갈치, 자조금 품목으로 선정... 지난 5월 무료 시식회도 열어
지난 8월 25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갈치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25.8%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갈치 대풍으로 인해 현지 시세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8월 29일 기준 제주도 은갈치 시세는 일주일 전 11~13만원 수준에서 8만5000원으로 경매됐다.

일반적으로 생산지 가격 하락은 소비자 시장에도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김상문 회장은 “자율적 수급 안정을 위해 물량을 비축하고 있지만, 중간 도매업자의 유통구조로 소비자에게까지 가격 하락의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자인 어업인에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경매사가 중개인들이 적어낸 '후다'를 보고 있다. 사진 조용식 기자
갈치의 눈이 까만색일 경우 신선도가 좋은 것이다. 사진 조용식 기자

최근 해양수산부가 갈치, 붉은대게, 꽃게 등의 자연산 수산물에 대해 자조금 도입을 적용했다. 자조금이란 같은 품목의 생산자가 상품을 출하할 때 소액의 돈을 모아서 만드는 일종의 자체 기금이다. 여기에 정부가 총 출자금액의 50%를 지원해 줌으로써 품목별 생산자단체가 자주성 회복을 위한 활동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을 지배할 수 있어 어업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고, TV 광고 등의 홍보활동을 통한 소비와 수출 촉진, 생산성 향상, 수급조절, 유통구조의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갈치생산자협의회는 지난 5월 처음으로 소비 촉진을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주민을 대상으로 갈치 무료 시식회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김상문 회장은 “갈치 품목이 자조금으로 선정되면서 자율적 수급 조절과 생산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유통이나 판매를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 환경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0월호 [맛있는 제철여행 - 갈치]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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