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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남한강 물줄기 따라 느릿한 반나절 여행
남한강 물줄기 따라 느릿한 반나절 여행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10.1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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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강물길 4~5코스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남한강 물줄기의 시원한 풍광.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단양] 단양8경을 필두로 고수동굴ㆍ천동동굴로 대표되는 석회동굴 등 오랜 세월 사랑 받아온 관광지가 즐비한 단양에는 강산을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길들도 잘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수양개역사문화길이 새로 열리며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비경을 선사하고 있다.
단양군에 마련된 ‘단양 느림보길 여행’은 크게 세 가지 걷기 길로 구분되어 있다. 상ㆍ중ㆍ하선암을 비롯한 단양8경의 4경을 볼 수 있는 ‘느림보유람길’과 단양 지역의 소백산을 둘러보는 ‘소백산자락길’, 그리고 도담삼봉과 금굴 등을 코스로 엮은 ‘느림보강물길’이다. 그 중 수양개역사문화길은 지난 9월 1일 느림보강물길의 5코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단양시내에서 남한강 줄기 따라
느림보강물길은 읍내와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4코스 상상의 거리는 단양시내를 감싸는 형태로 조성되어 있어, 따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 없이 걸어서 5코스 수양개역사문화길로 이어갈 수 있다.

시내 관광을 연계할 수 있는 점도 좋다. 터미널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다누리아쿠아리움에서 국내외 민물고기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마늘순대, 마늘떡갈비 등 향토음식이 가득한 구경시장도 붙어있으니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준비하기도 좋다.

느림보강물길은 이름 그대로 남한강 줄기를 따라 천천히 즐기는 도보여행 길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걷기는 남한강변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5코스 방향은 단양터미널 앞에 보이는 고수대교를 등지고 걸으면 갈 수 있다. 상상의 거리는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많이 애용하는 산책길 겸 문화공원. 수변무대 등이 잘 꾸며져 있는 단양읍 쪽 모습과 양백산이 우뚝 서있는 강 건너편 풍경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멋진 장소다.

강 건너편으로 하얀 맨살을 드러낸 절벽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인공폭포인 양백폭포가 쏟아지던 곳이다. 가동시간에 맞추면 하루 2회 시원한 폭포의 광경을 볼 수 있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가동이 멈춰있어 아쉽다.

상상의 거리를 계속 이어가면 대명리조트 인근에 있는 소금정공원을 지나 장미터널을 만난다. 장미 개화시기인 5~6월이면 약 1.2km 동안 이어지는 터널에 장미들이 만발해 꽃동산을 차려주는 곳이다. 장미가 없는 시기에도 실망할 것은 없다. 걷는 방향과 같이 유유히 흘러가는 남한강 물결이 눈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장미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길이 둘로 나뉘지만, 끝에서 다시 만나는 길이므로 마음이 내키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나무데크로 이어지는 산책로 중간에는 단양군민이 찍은 풍경 사진전 등 소소한 볼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Tip 느림보강물길
남한강변을 따라 걷는 친환경 걷기 코스이다. 단양8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을 보러 가는 1코스 삼봉길부터 역시 단양8경에 속한 석문을 지나가는 2코스 석문길, 구석기 유적의 흔적을 찾아가는 3코스 금굴길과 단양읍 주변의 남한강변을 자유로이 유랑하는 4코스 상상의 거리, 그리고 2017년 9월 개통된 5코스 수양개역사문화길로 구성되어 있다.

절벽 옆 잔도와 하늘 위 전망대
눈앞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상진대교 아래에 이르면 5코스 수양개역사문화길이 시작된다. 이 길의 시작은 새롭게 설치된 한국판 잔도길. 남한강 위로 몸을 곧추세운 15m 절벽의 중간 즈음에 설치한 약 1km 길이의 데크 길이다. 굳이 한국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사진으로 봤을법한 중국 산악지형의 잔도와 다르기 때문. 김영규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관광개발팀 주무관은 “보기만 해도 위태해 보이는 중국 잔도와는 달리 튼튼한 산책로”라며 “이 때문에 스릴이 떨어진다는 평이 들리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한편, 잔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철교에 기차가 지나가면 잠시 멈췄다 가라’는 의미의 정지선이 있어 안전에 대한 꼼꼼한 의지가 엿보인다.

남한강 위로 몸을 곧추세운 절벽에 조성된 잔도길. 풍경감상과 스릴의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진 구간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지금까지도 남한강을 눈에 담으며 걸어왔지만 잔도에서 보는 강줄기의 모습은 사뭇 남다르다. 구부렁거리는 절벽과 발아래의 강물이 어우러지며 자연 풍경 속에 폭 담기는 기분이다. 짧은 길이가 아쉽지만 절벽에 붙어 바라보는 남한강 풍경을 카메라로 담다보면 꽤나 알찬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잔도길을 통과하면 수양개역사문화길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만천하스카이워크를 만난다. 이름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하늘을 걸으며 온 세상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면 셔틀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이동한다. 둥글게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데크 경사로를 따라 옥상 전망대까지 오르는데, 단양읍 방면의 남한강 풍경과 수양개선사유적지 방면의 남한강 풍경이 모두 조망되어 풍류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 갈래로 뻗어나간 조망장소에서 멋진 풍광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 위를 걸어 조망장소에 이르면 유리를 통해 120m 아래 풍경이 다 보이니 담이 약한 사람은 오금이 저릴 수 있다.

액티비티하게 남한강 풍경을 즐기며 전망대를 내려가는 방법. 짚와이어 체험. 사진 노규엽 기자

한편,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내려올 때는 셔틀버스 외에 특별한 방법이 있다. 외줄 한 가닥에 몸을 맡긴 채 매표소까지 내려가는 짚와이어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낙하장에서 980m를 내려가는 짚와이어는 남한강을 향해 날아가는 새가 되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2018년에는 1인용 모노레일을 타고 쾌속 주행하는 알파인코스터도 설치될 예정에 있어 즐거움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Info 만천하스카이워크
이용금액
스카이워크 - 어른 2000원, 어린이/청소년/경로 1500원
짚와이어 - 3만원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94번지

단양의 고대 역사를 알아보며 마무리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오면 다시 잔도 출구로 돌아와 느림보강물길을 이어간다. 나무데크를 따라 오르막을 오르면 임도를 만나 애곡터널 위를 넘어간다. 다시 남한강변에 다다른 곳에서 만나는 ‘시루섬의 기적’ 조형물은 이곳에서 벌어졌던 아픈 과거를 이야기해준다.

남한강 시루섬에 전해져 내려오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알려주는 '시루섬의 기적' 조형물. 사진 노규엽 기자

1972년 남한강의 갑작스러운 범람으로 증도리(시루섬)가 고립되었고, 당시 그곳에 살고 있던 250여 명의 주민들도 수몰 위기에 처했다. 계속 불어나는 물을 피해 주민들은 높이 7m의 물탱크 위에 빽빽하게 뭉쳐서 버티기 시작했다. 다행히 밤새 물은 6m 높이까지만 차올랐고, 날이 밝아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14시간의 사투는 끝이 났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한 여인의 품에 있던 아기가 빡빡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기의 죽음을 알았으면서도 사람들이 동요하면 모두가 위험할 것 같아 밤새 그 사실을 숨겼던 것. 한 아이의 엄마가 보여준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그 내용을 적고 동상을 세워 남겨놓은 것이다.

시루섬 전설 동상을 지나면 잠시 산길을 넘은 후 다시 도로로 돌아와 이끼터널로 향한다. 이끼터널은 최근 들어 관광객들이 부쩍 많이 찾는 명소. 원래 중앙선 철도가 다니던 길이었는데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주변이 수몰되고 철로가 이전되자 폐선된 철로를 포장하여 도로로 만든 길이다. 당시만 해도 교통로로 이용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신기하게도 위로는 나무들이 우거지며 자연터널을 이루고, 양 옆의 벽에 푸르른 이끼가 끼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된 것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과 이끼로 몽환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끼터널. 사진 노규엽 기자

이끼터널마저 지나면 수양개역사문화길의 종착점에 이른다. 그러나 볼거리가 두 곳이나 모여 있어 걷기의 여운을 끌기 좋다. 먼저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은 1983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양개 지역을 조사하던 중 발견된 구석기 유적을 모아놓은 곳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국내의 구석기 유적지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곳이라 한다. 전시관 해설을 하고 있는 배형순 단양군문화관광해설사는 “수양개 지역은 풍부한 원료와 살기 좋은 조건 덕분에 구석기 시대에 대도시를 이뤘던 곳”이라며 “그 오랜 옛날에 무려 3천명 이상이 이 지역에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수양개 지역에 남은 재미난 선사시대 이야기들이 많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설명을 부탁해보자.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에 들러 단양의 구석기 시대 유물들을 보며 걷기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유물전시관 입구 맞은편에 매표소가 있는 수양개빛터널도 재미난 즐길 거리.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후 방치되었던 수양개 터널을 이용해 영상, 음향, LED 조명 등을 접목시킨 복합 멀티미디어 공간이다. 5개의 테마로 구성된 수양개빛터널은 특히나 해가 진 이후에 찾으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단양읍에서 이곳까지 6~7km 정도에 불과하니 걷는 시간을 잘 조절해 느림보강물길 코스의 대미를 빛 공연으로 장식해 봄직하다.

Info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이용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0

Info 수양개빛터널
이용요금 어른 9000원, 어린이(4~15세) 6000원
관람시간 오후 1시~오후 11시(동절기 오후 10시까지)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0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1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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