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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아이와 함께 배워보는 우리나라 산악문화
아이와 함께 배워보는 우리나라 산악문화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10.13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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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국립산악박물관
우리나라 산악의 역사와 문화를 배워볼 수 있는 속초의 국립산악박물관.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속초] 설악산과 동해 등 자연과 함께 하는 일정으로 가득 차는 속초 여행. 그 사이에 국립산악박물관을 넣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 산악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한편,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생소한 체험 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인 우리나라는 등산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산과 더불어 살고 있다. 이에 국립산악박물관(이하 ‘산악박물관’)은 우리나라가 이뤄온 산악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 올바른 등산문화를 대중화시킬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국내 산악역사를 알아보는 전시관
산악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면 등산복을 입은 마네킹이 수직 벽을 오르고 있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1층 로비에서 2층까지 연결되는 ‘영원한 도전’이라는 작품으로, 극한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박물관 로비에서 만나게 되는 암벽등반 조형물 '영원한 도전'. 사진 노규엽 기자

산악인들의 도전 정신을 알고 싶다면 전시관들이 있는 3층부터 둘러보는 것이 좋다. 먼저 제1전시실은 우리나라 산악등반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 근대 이전의 등반 기록부터 시작해 산악운동이 시작되었던 1950년대 전후와 한국인의 해외 등반 역사 등을 연대별로 둘러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비의 변화. 기본적인 의류와 배낭부터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지금껏 이뤄낸 국내 산악인의 성취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특히 1970년대의 대표 디오라마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올랐던 故고상돈 씨의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이후로도 세계 산악역사에 기록이 된 국내 산악인들의 활동들을 정리해놓았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요청을 해 전시물에 담긴 뒷이야기들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나라 산악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역사전시실. 사진 노규엽 기자
박물관 3층에 있는 산악인물실. 국내 산악역사에 의미를 남긴 50인의 산악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제2전시실은 국내 산악역사에 의미를 남긴 주요산악인 50명을 보여주는 공간. 주요산악인 목록은 대한산악연맹과 한국산악회 등 전문산악인들이 엄정한 심사를 한 후 선정한 것으로, 각 산악인들의 얼굴과 주요 업적들을 간략히 정리해 놓았다. 이름마저 생소한 인물들이 많을 테지만, 내가 아는 이름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의 한 부분. 곧장 연결되는 제3전시실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 속에 담겨있는 산을 소개하는 산악문화실이다. 산과 밀접한 삶을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 산을 어떻게 여겨왔는지 살펴보며, 앞으로 우리가 산을 대해야할 자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편,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옥상을 꼭 올라가보자.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을 비롯해 화채봉과 달마봉, 울산바위까지 설악산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우리나라의 산이 얼마나 웅장한지 느껴보는 데 한층 도움을 줄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옥상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설악산 능선도 조망할 수 있다. 사진 국립산악박물관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다양한 이색 체험
박물관 2층으로 내려가면 직접 몸으로 즐겨보는 체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암벽체험, 산악교실, 고산체험 등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신기할 법한 체험들이다.

먼저 암벽체험은 다른 곳에서도 한 번쯤 경험해봤을 스포츠클라이밍 암장에서 진행된다.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안전장비 착용법을 익히고, 10m에 이르는 수직 벽을 올라본다. 겉으로 볼 때는 쉽게 오를 것만 같지만, 실제 벽에 붙어보면 손아귀 힘과 팔 힘, 다리 힘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필요한 것에 놀라게 된다.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 최고 지점을 향해 한 발, 한 손씩 더 나아가보는 경험. 혹 미끄러져도 안전장치가 몸을 잡아주니 용기를 내어 도전정신을 불태워볼 만하다. 한편, 너무 어린 아이들은 장비 착용의 문제로 암벽체험이 제한되어 있다. 그 대신 2층 로비에 클라이밍 머신이 있어 신나게 올라보는 경험을 시켜줄 수 있다.

박물관 2층은 체험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은 암벽등반 체험. 사진 노규엽 기자

산악교실은 산악안전, 등산과학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재미있고 실감나게 배워볼 수 있는 곳. 딱딱한 이론교육으로만 구성되지 않고 이벤트를 열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10월 25일까지는 신기한 마운틴 슈링클스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슈링클스는 ‘구우면 플라스틱이 되는 마법의 종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색적인 재료. 마운틴 슈링클스 만들기는 선글라스, 피켈, 게이트 등 산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그려진 액세서리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장비를 스케치해놓은 슈링클스에 마음에 드는 색을 칠한다. 그리고 강사의 지도에 따라 본인이 만들고 싶은 액세서리 형태로 잘라내면 끝. 슈링클스를 오븐에 구우면 1/4~1/7로 크기가 줄어들면서 딱딱한 플라스틱이 된다.

10월 25일까지는 산악 장비 모양의 액세서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마운틴 슈링클스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산악박물관만의 독보적인 공간도 있어
산악박물관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진귀한 체험은 고산체험실에 마련되어 있다. 말 그대로 춥고 산소가 희박한 고산의 환경을 실내에서 겪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론에 의하면 고도가 100m 올라갈수록 기온은 0.5~1℃ 내려가고, 바람이 초속 1m씩 빨라질수록 체감온도는 2℃ 가량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산에 오를수록 기압도 낮아져 사람이 숨을 쉬는 데 필요한 공기가 적어지고 평소보다 걷는 게 힘들어진다. 그래서 고산 등반에서는 고산병이라는 증세가 생길 수 있는데, 고산체험실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 몸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공간이다.

고산체험실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수준으로 맞춘 2000m 체험 공간과 해외 산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4000m 이상 급 고산 체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체험실에 들어가기 전, ‘펄스 옥시미터’라는 기계를 손가락에 장착한다. 심박수와 혈중 산소포화도를 체크하는 기계로, 체험실에 들어가기 전후의 수치로 몸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된다. 고산 환경에 맞게 해당 높이의 추위와 바람, 산소 농도 등이 조절된 체험실로 들어서면 워킹머신을 걸어보며 몸의 변화를 체크하게 된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느껴진다면 고산증세가 시작되고 있는 것. 짧은 체험이라 고산병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지만, 고산증세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 심하게 어지럽다면 강사에게 알려 체험실을 빠져나오는 게 좋다. 실내에서의 짧은 고산 체험이지만, 나의 고산 체질을 알아볼 수 있는 경험이 된다.

실내에서 고산 환경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한편, 고산체험실에서는 VR체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외 등반팀이 알프스 3대 북벽인 아이거 북벽을 오르며 실제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 직접 몸을 움직여보는 체험은 아니지만, 고산을 오르는 장면을 눈 앞 가까이에서 보며 주변의 풍경도 관찰하는 등 전문산악인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풍경을 볼 수 있다. 한편, 박종민 국립산악박물관 관장은 “다양한 고산에서의 등반 영상 확보로 박물관 이용객들의 고산 등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이라 밝혀, 앞으로 더욱 다양한 VR 콘텐츠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언제든 찾기 좋은 국립산악박물관
2층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프로그램은 모두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된다. 각 체험마다 인원제한이 있고 시간도 다르니 체험을 하고 싶다면 홈페이지(http://nmm.forest.go.kr)를 살펴보고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전화 예약이나 현장 접수는 받지 않으니 필히 체크하자.

체험 프로그램을 제외한 시설은 언제고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게 산악박물관의 장점. 여행 중 갑작스럽게 궂은 날씨를 만나거나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 방문하기 좋다. 다른 공간에 눈이 팔려 놓치기 쉬운 1층 공간도 반드시 체크해볼 것. 영상실에서는 시간대 별로 산악 다큐멘터리나 산악영화 등을 상영해 도전과 감동의 현장을 느껴볼 수 있고, 기획전시실에서 국내 산악문화를 심도 있게 알아볼 수 있는 전시를 만날 수도 있다.

특히 12월 24일까지는 한국 에베레스트 초등 40주년 기념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초등 이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수많은 원정대들의 장비들과 사진, 동영상 자료 등 18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을 밟고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외쳤던 故고상돈 씨의 음성을 들으며 당시의 감동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Info 국립산악박물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0~2월은 오후 5시까지)
휴관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1월 1일, 설날, 추석
주소 강원 속초시 미시령로 3054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1월호 [특집]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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