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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 비양도
제주 비양도
  • 박경하 객원기자
  • 승인 2017.10.13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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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세월을 품에 안고 있는 섬

[여행스케치=제주] 제주도에서 가장 가까운 섬 비양도. 그러나 비양도는 우도, 마라도, 가파도를 방문하고서야 찾아가는 제주의 마지막 여행지로 인식되어 있는 곳이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팔을 뻗으면, 바로 닿을 것만 같은 비양도의 해안도로를 걸어보았다.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배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다. 한림항 도선 대합실과 비양도 승선장에는 섬 여행을 위해 찾는 여행자들과 제주에서 산 짐을 이고 들어가는 비양도민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정원 98명의 비양도 천년호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만석이다. 출렁이는 파도에 사뭇 신바람이 난 아이들의 모습, 선상 밖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여행자들의 설렘도 잠깐, 어느새 천년호는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바닥에 널려 있는 빨간 고추, 매점 없는 대합실 
비양도의 첫 인상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선착장 앞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바닥에 널려있고, 대합실에는 그 흔한 상점이나 가게, 가판대조차 없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비양도는 여행자조차도 내 식구처럼 평범하게 맞이하는 곳이다. 

비양도에서 호돌이 식당을 운영하는 강복자 대표는 “여행자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조차도 자연이 되는 곳이 비양도”라며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비양도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SBS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부터이다. 지진희, 고현정, 조인성 주연의 드라마 <봄날>, 그때부터 비양도는 꼭 한번쯤 가보고 싶은 섬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었고, 비양도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지금도 비양도 안에는 당시 촬영지였던 비양보건진료소가 그대로 남아있어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봄날>의 이름을 딴 펜션과 식당, 그리고 알록달록 예쁜 카페들도 서너군데 생겨나 생기 있는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Tip 비양도로 가는 길
배편 하루 4회 운항 
한림항 출발 기준 오전 9시, 오후 12시ㆍ2시ㆍ4시이며, 비양도에서는 오전 9시 16분,  오후 12시 16분ㆍ 2시 16분ㆍ4시 16분이다. 
요금 어른 왕복 9000원, 소인(만2세~만11세) 왕복 5000원.
※승선 시 신분증 필히 지참. 비양도 배는 98명의 승객이 승선할 수 있으며, 화물은 30kg까지 실을 수 있다. 

제주에서 가장 늦은 화산섬, 비양도
비양도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1002년 제주에서 가장 나중에 화산이 분출되어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주변에 널려있는 거뭇거뭇한 화산암이 이를 증명하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옛날 중국에서 봉우리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한 여인이 ‘산이 날아온다’라고 소리치자마자 그 봉우리가 한림 앞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었다. 그 섬은 ‘날아온 섬’이라 하여 비양도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비양도는 제주도의 부속도서 중 우도, 가파도에 이어 3번째로 큰 유인도이다. 가운데 2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있으며, 북쪽 분화구에는 비양도에서만 자란다는 비양나무 군락지가 있다. 비양나무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8호이다. 

섬 전체가 동그란 원추형으로 서북~남서 방향의 아치형 능선을 이루고, 동쪽이 서쪽보다 조금 가파른 경사를 가지고 있으나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다. 가장 높다는 비양봉이 해발 114.1m 정도로 누구라도 마음먹으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별 거부감 없이 비양도를 찾는다. 반나절만 할애하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2.5km의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데도 1시간 남짓, 비양봉 정상을 오르내리는 데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또한, 비양도의 별미인 보말죽까지 맛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림항에서 비양도를 오가는 천년호의 운항시간을 3~4시간 간격으로 안배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Info 비양도
제주도에는 7개의 유인도 (마라도, 가파도, 우도, 비양도, 추자도, 차귀도)가 있고 50여 개의 무인도가 있는데 그중 비양도는 제주도에서 가장 나중에 화산이 분출된 섬으로 1000년의 세월을 품에 안고 있는 섬이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한림해안로 146

바위틈 보말 채집하는 가족의 정겨운 모습
해안도로 코스는 배가 정박한 선착장 왼쪽으로 보건소, 식당,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왼쪽으로는 바다와 인접해있어 멀리 제주도가 보이고, 날이 좋은 날에는 한라산과 금능, 협재해수욕장를 바라볼 수 있어 느낌이 색다르다.  

해안도로는 잘 닦여진 시멘트 길에 중간 중간 돌조각상과, 코끼리바위, 애기업은 돌, 돌공원, 수석거리 등의 볼거리 덕분에 걷는 데 심심하지 않다. 또한, 바위틈에 붙어있는 보말이나 작은 게 등을 잡기 위해 통 하나 들고 다니며 바위틈을 요리조리 살펴보는 가족들의 정겨운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단, 햇볕을 가려줄 그늘이 없다는 게 단점. 따라서 선글라스나 양산, 모자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코끼리 바위 부근에 비양등대로 오르는 이정표가 있다. 해안도로가 심심하다고 느껴지거나 시간이 부족해 비양봉 정상을 오르는 여행자를 위한 등산로이다. 가파르게 보이지만 정상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애기업은 돌을 지나면 비양도 최대 염습지인 팔랑못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팔랑못은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호수로 만들어졌다. 비양봉 산봉우리가 물에 비칠 정도이다. 주변에는 해송과 억새, 대나무 등 다양한 식물 251종과 황근, 해녀콩, 갯질경이, 갯하늘지기, 갯잔디 등 각종 야생식물이 군락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청둥오리, 바다갈매기 등의 철새가 서식하는 곳으로 생태학적으로도 의미가 높다.

2003년 문화관광권 사업으로 목재데크를 비롯한 산책로 964m를 설치하여 자연스레 자연과 하나가 되게 만들어 생태관찰은 물론 휴식공간으로도 잘 활용되고 있다. 습지를 돌아 마을로 돌아오니 처음 출발지였던 커다란 느티나무에 다다른다.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달려보고 싶다면 카페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도 좋다. 2.5km의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1시간(대여비 5000원)이면 충분하며, 마을 골목 등도 돌아다닐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한라산과 제주를 한눈에... 비양봉 정상
잠시 느티나무에서 숨을 돌리고 휴식을 취한 후 이번에는 비양봉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안쪽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다. 처음에는 골목을 따라 올라가는가 싶더니 오른쪽으로 숲길을 따라 쉬엄쉬엄 오르면 ‘정상까지 500M’라는 글씨와 함께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생각보다 짧은 거리에 이것쯤이야 하고 오르지만 계단을 오르고 또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는 길을 반복하다보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이 차오른다. 이때쯤 중간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여기가 뷰포인트, 이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정상까지 오르면 언덕배기 끝에 하얀 등대가 반갑게 서 있다. 

이곳에서는 360도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데, 시원스러운 바람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망망대해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저 멀리 한라산과 제주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정상에서의 감동은 비양도 여행의 정점을 찍는 기분이다. 함께 올라온 연인과 가족끼리 인증샷을 남기는 즐거움이 있는 비양도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비양도 주변 정보 

호돌이 식당 
비양도의 별미인 보말죽 원조 식당. 제주도 보말은 남성의 활력계를 돕는 아르기닌 성분이 장어, 소고기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미네랄이 풍부하여 간염, 지방간, 간경화 등 간질환의 치료 및 개선에 도움을 주고, 숙취해소, 신경통, 시력보호,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 효과에 좋은 무지방 고단백질 건강식품이다. 
가격 보말죽 1만원, 회덮밥 1만원, 한치물회 1만원
주소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3026
문의 064 796-8475

올레 coffee
비양도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야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자전거도 대여해 준다. 야외 테라스에는 만화책도 구비하고 있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2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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