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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관광두레가 찾은 안동의 숨겨진 여행지
관광두레가 찾은 안동의 숨겨진 여행지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10.2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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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휴정, 묵계서원, 은행나무, 지례예술촌 코스 선보여
청백리 김계행 선생이 91세까지 머물렀던 경북 안동시 길안면의 송암계곡에 자리한 만휴정.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지난 6일 추석 연휴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깜짝 방문해 화제가 됐다. 청와대측은 “문 대통령의 하회마을 방문은 이번 연휴기간 국내여행을 장려하고, 경기 활성화의 측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청렴이 유훈인 청백리 김계행 선생이 즐겨 찾던 곳, 만휴정
문 대통령이 찾은 하회마을, 병산서원, 부용대, 양진당 등은 안동의 대표 여행지 중의 하나이다. 안동에는 절개가 곧은 선비들의 고향으로 관직을 버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세월을 보낸 곳이 많다. 

만휴정에서 묵계서원이 있는 방향으로 바라본 풍광. 사진 / 조용식 기자
만휴정을 오가기 위해서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동의 주민여행사인 버스로기획 이희오 대표가 만휴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만휴정 주변을 보면 위로는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흐르는 계곡물이 모여 용소를 이루고 있다. 반석에는 김계행의 유훈인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이란 ‘내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오로지 청백뿐이다’라는 뜻으로 김계행 선생의 청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동의 주민여행사인 이희오 버스로기획 대표는 “옛 선비들이 낙향하여 지내던 곳 중에는 산세와 자연 비경이 뛰어나 힐링하기 좋은 곳들이 많다”며 “길안면 묵계리의 만휴정과 묵계서원, 용계리 은행나무, 그리고 임하호를 끼고 있는 지례예술촌 등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라며 추천한다.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에서 송암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폭포 위에 지어진 만휴정을 만난다. 만휴정은 청백리의 표상인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1431~1517) 선생이 말년에 지냈던 곳이다. 김계행 선생은 연산군 초기 어지러운 국정을 바로 잡을 것을 몇 번이나 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안동으로 낙향했다. 

본래 만휴정은 김계행의 장인 김전이 처음 지어 ‘쌍천헌’이라는 당호로 불렀다고 한다. 71세 되던 해에 이 정자를 얻은 김계행이 ‘늦은 나이에 쉰다’는 뜻으로 만휴정이라 바꾼 것이다.

보백당 김계행 선생의 유훈으로 잘 알려진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이란 글씨가 반석 위에 새겨져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만휴정에서 묵계서원이 있는 방향으로 바라본 풍광. 사진 / 조용식 기자
만휴정은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만날 수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만휴정에는 김계행 선생이 81세에 유훈으로 남긴 ‘지신근신 대인충후(持身謹愼 待人忠厚)’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자신의 몸가짐을 삼가고 신중히 하며, 남을 대할 때는 진실되고 후덕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정자 아래로는 기암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송암폭포와 드높은 가을 하늘의 경치가 어울려 만휴정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또한, 만휴정 돌담을 타고 오르는 넝쿨과 외나무다리가 어우러져 더욱 호젓함을 느낄 수 있다. 

명승 분야 권위자인 김학범 교수는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에서 “만휴정을 짓기 위해 축조한 석축과 담장, 소박한 정자,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원림의 전부”라며 “인공적인 일본의 정원이나 과장된 중국 민가정원과는 달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자연 요소를 모두 소재로 차용해서 정원을 구성한 한국 고유의 소박한 원림 형태를 잘 보여주는 고정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신목'으로 여겨지는 700년 수령의 용계 은행나무 

만휴정에서 충효로로 내려와 도로 맞은편에 있는 묵계서원은 묵계종택, 보백당, 만휴정 등과 함께 김계행 선생의 유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이다.

묵계서원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국내여행 블로거를 초청, 관광두레와 주민사업체, 그리고 안동의 숨겨진 여행지를 안내하는 팸투어를 실시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묵계서원에서 자가용으로 약 15km 떨어진 곳에는 천연기념물 제175호인 용계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700년 이상의 수령으로 추청되는 용계 은행나무는 임하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가 약 3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그 자리에서 15m 높이로 들어 올려 현재의 자리에 심어졌다.묵계서원은 안동 지방의 유림이 보백당 김계행, 응계 옥고 선생의 학문과 청백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숙종 13년(1687)에 처음 지어졌다.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 1869년에 훼철(헐어내어 걷어 버림)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8년에 이르러서야  강당과 문루인 읍청루와 진덕문, 동재 건물 등이 복원되었으며, 서원 옆에로 김계행의 신도비와 비각도 조성되었다. 

이희오 버스로기획 대표는 “올해가 김계행 선생이 서세(별세의 높임말)한 지 500년이 되는 해”라며 “지난 9월 7일에는 임금이 내린 시호를 맞는 연시례 재현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연시례 재현은 지난 2015년 보백당 종가의 유물에서 발견된 ‘보백당선생 연시시 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덧붙이기도. 이 일기에는 시호를 청하는 내용과 서원과 사당의 수리, 행사 전반에 대한 논의 내용 등 연시례에 관한 일련의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수령이 700년으로 추청되는 용계 은행나무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권광혁 용계리 전 이장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권광혁 용계리 전 이장이 은행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권광혁 전 이장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은행나무 위에 올라가 놀았던 적이 있다”며 “용계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은행나무 둘레를 재보려 했던 일도 있었다”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용계 은행나무의 높이는 37m, 가슴높이의 둘레는 14.5m로 줄기 굵기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권광혁 용계리 전 이장은 “당시 은행나무 4곳에 빔을 박고 유압으로 하루 1~5cm를 들어 올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나무를 살리는데 든 비용만 23억원에 이를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예전부터 용계 은행나무를 영험이 있는 신목이라고 불렀다”며 “지금도 저녁이면 굿을 하러 오는 무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용계 은행나무 뒤로 ‘은행나무 전시관’도 있으니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은행나무에서 임하호를 따라 약 10km를 올라가면 전통 생활 체험을 할 수 있는 지례예술촌이 나온다. 지례예술촌은 현대인들이 한국의 전통 생활 방식과 자연 그대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촌 문종 소유의 종택과 제청, 서당 등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지례예술촌 산책로에서 바라본 임하호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례예술촌 산책길.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례예술촌의 지촌 종택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이희오 대표는 “고택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전에는 예술인들이 글을 마칠 때까지 칩거하며 예술활동을 해 왔던 곳”이라며 “지금은 생활, 의례, 자연, 학습, 예술 문화 등 다양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지례 예술촌 주위로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지촌 종택과 지산서당, 정곡강당, 별묘 등 10여 동의 건물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임하호가 보이는 고택 앞마당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도 조성이 되어 있다. 

안동 관광두레, 주민사업체가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는 “주민이 직접 나서서 안동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체험활동, 식사, 그리고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관광두레는 이러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관광사업체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관광두레는 현재 전국에 40여 곳에서 운영 중이다. 

구름에리조트에 있는 안동반가에서는 한복체험, 웨딩체험, 고추장 만들기와 가양주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구름에리조트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동식선의 식사는 깔끔하고 정갈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는 "주민사업체 운영을 통해 지역 경제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관광두레는 주민사업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현재 안동의 주민사업체 중에는 안동식선, 안동담다, 안동반가, 안동풍류 그리고 주민여행사인 버스로 기획 등이다. 

여행서적을 비롯해 다양한 책자가 있는 한옥 북카페인 ‘구름에 OFF'와 함께 안동의 전통 음식을 깔끔하고 정갈하게 제공하는 안동식선. 김혜경 안동식선 대표는 “구름에리조트로 기업연수를 오는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안동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옥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복 대여, 암살라 웨딩드레스 대여, 고추장 체험, 안동 가양주 체험 등을 통해 옛 문화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안동반가는 이태숙 대표의 손길이 온전히 묻어 있는 사업체이다. 이 대표는 “체험을 돕는 주민사업체로 손이 많이 가지만, 체험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 위안으로 삼는다”며 “이외에도 직접 짠 안동참기름, 들기름, 우엉차 등 안동의 특산품을 가공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퇴계 이황 선생과 두향의 사랑을 그린 가무극 ‘퇴계연가-매향’을 공연하는 안동풍류와 수작업으로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는 안동담다도 주민사업체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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