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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겨울철 생선 구이의 대명사 양미리
겨울철 생선 구이의 대명사 양미리
  • 홍원문 객원기자
  • 승인 2017.11.3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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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시 속초항 부두
겨울철 동해안 대표어종 양미리는 11월 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많이 잡힌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속초] 양미리는 11월 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강원도 동해안 강릉에서부터 고성까지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연탄불에 구워 먹으면 부두 전체에 냄새가 진동하여 사람을 모으는 겨울철 생선 구이 대표 어종이라 할 수 있다.

11월부터 제철…양미리 따는 아낙들의 진풍경
매년 제철이 시작되는 11월 경에 양미리 축제가 열리는 속초 동명항과 청호항 사이에 위치하여 있는 대표 항구 속초항 부두를 찾았다. 아침 8시, 그물을 가득 실은 배들이 속초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속초항은 일반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동명항이나 청호항과 달리 활어센터 등이 없는 순수 어항이다.

은빛 비닐이 반짝이는 양미리가 가득 담긴 그물들이 쌓인 어선들이 뱃고동을 울리며 부두로 들어온다. 부둣가에는 양미리 따는 아낙들이 대기하며 양미리 그물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쌀쌀해진 아침 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두툼한 옷을 입고 양미리 따는 작업이 시작된다.

“어∼가, 어샤, 어가, 어혀야, 어샤”

선상 어부의 구령에 맞춰 아낙들이 그물을 부두로 끌어내며 울려퍼지는 합창 소리다. 묵직한 그물들은 어느새 부두에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은빛 양미리는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양미리를 상하지 않게 떼어내야 하는데 숙련된 속초 여성어업인들의 손이 닿으면 양미리가 쉽게 그물에서 분리가 되어 어느새 수북이 쌓인다. 그물에서 떼어낸 양미리는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 공장으로 보내진다.

양미리를 가득 실은 배가 속초항에 들어오면 여성어업인들도 부두로 나온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양미리가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작업을 하는 속초항의 아낙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속초항에서 만난 사람들
양미리 따는 속초항 부두에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속초지사 김기환 조사원을 만났다. 양미리철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부두를 오가며 밤새 고생한 선주와 어부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양미리 어획량을 파악하고 있었다.

“양미리는 TAC 어종(총허용어획량)은 아니지만 바다 자원을 관리하기 위하여 수시로 속초항에 나와 그날 어획량을 파악 하고 있습니다.”

속초항 양미리 작업 현장에서 만난 라승극 선장은 “지난해보다 양미리 잡히는 철이 늦게 왔다”고 말하며 “속초에서 5척이 양미리 조업을 하며, 많이 잡을 때는 배 한척이 60kg 바구니로 100여개 이상 잡을 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배 한척 당 작업하는 인원이 20∼30명이 되므로 겨울철 속초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 어종이라 할 수 있다.

양미리는 속초를 비롯한 강릉 이북 지역에서 많이 잡히지만 90% 이상은 가공 공장이 있는 경북 강구항으로 수송된다.

우리 소비자들이 만나는 건조한 양미리 등 가공품 대부분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생각하면 된다.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란?
어종별 잡을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여 어획하는 제도로 UN해양법 협약 당사국으로서 협약을 준수하고 자원 남획 및 어획량 감소에 따른 자원 관리 방안을 위한 제도를 말한다.
-대상어종(11종) : 고등어, 전갱이, 붉은대게, 키조개, 대게, 꽃게, 오징어, 두루묵, 개조개, 참홍어, 제주소라

어획된 양미리의 90%는 가공공장으로 이동한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모래 속에 무리지어 사는 양미리
양미리에 대해 혹자는 서해안에서는 ‘까나리’라 부르고,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 부른다고 하는데 모양이 비슷하지만 다른 어종이다. 양미리는 큰가시목과 양미리과에 속한다. 모양은 까나리와 비슷하지만 체장이 10cm 정도로 15cm가 넘는 까나리에 비하여 작다.

양미리는 한류성 어종으로 동해안 연안의 깊은 곳에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먹이는 주로 게, 새우, 물벼룩 등을 먹으며, 양미리의 특성상 모래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동트기 전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모래 밖으로 튀어 나온다. 조업 방법은 양미리가 나오기 전에 그물을 바닥에 깔아 놓아 잡는다. 모래 속에서 튀어 오르다 그물에 걸리는 것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그물을 가져오면 양미리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양미리 떼어내는 작업량을 보고 배가 연근해로 나가 그물을 가져 온다. 수확이 많은 12월 중순에는 이른 새벽에 바다로 나가 그물을 당일 간져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날 그물을 놓고 다음날 조업을 한다. 양미리를 하나하나 떼어내는 작업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해질녘까지 계속된다.

겨울철 생선구이의 대명사 양미리는 최고의 맛이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겨울철 일품요리 구워먹는 양미리
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이의 대명사 양미리는 겨울철 연탄불에 구워서 먹으면 최고의 맛이다. 소주 한 잔 곁들여 안주로 먹어도 좋고, 찌개나 볶음, 조림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또한, 속초 어민들이 즐겨 먹는 특별한 방법도 있다고 한다. 묵은지를 깔고 그 위에 싱싱한 양미리를 올린 후, 다진 마늘과 대파를 썰어 넣고 각종 채소를 얹어 끓여내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 한다.

양미리와 함께 겨울이 제철인 대표어종 도루묵도 빠질 수 없다.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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