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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우리, 대구 카페 갈까요? <2>
우리, 대구 카페 갈까요? <2>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12.1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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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다양한 대구 삼덕동 카페거리

[여행스케치=대구] 삼덕동 카페거리라고 하지만, 막상 찾아가면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카페 같지 않은 이름. 게다가 간판은 아주 작거나 없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작은 카페들은 어쩐지 꼭꼭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귀여운 마카롱과 케이크가 매력적인 로망띠끄. 사진 / 김샛별 기자

귀엽고 깜직한 마카롱과 꾸덕한 케이크를. ‘로망띠끄’

씁쓸한 커피에는 달달한 디저트를 함께 하고 싶다는 이들에겐 ‘로망띠끄’가 제격이다. 귀여운 마카롱으로 유명한 로망띠끄는 손수 만드는 디저트들이 일품이다. 꽤 괜찮은 커피와 놀랄만큼 맛있는 디저트가 함께라면 무적이 된다.

유명 캐릭터들을 재현한 마카롱은 로망띠끄의 대표 디저트다. 쫀득한 꼬끄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마카롱은 기본적인 바닐라 필링부터 오레오, 장미 필링까지 다양한 맛으로 준비되어 있다.

재료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케이크도 놓치면 아쉽다. 진한 풍미를 내며 꾸덕하지 않게 입 안에서 녹는 말차크림이라든가 적당한 강도의 시트의 조합은 아메리카노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여자 마음을 훔치는 핑크핑크한 예쁜 카페로 로망띠끄를 지나치기엔 마카롱과 케이크는 지나치게 맛있다.

선인장과 초록색이 테마인 데일리 오아시스. 사진 / 김샛별 기자

선인장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데일리오아시스’

나란히 줄지어선 선인장이 눈길을 잡아끄는 카페, ‘데일리오아시스’는 원래는 카페가 아니라 선인장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하얀색의 빈 벽에 붙어 있는 선인장 사진들, 선인장 카페답게 모든 메뉴 위에 말차로 선인장 그림을 올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너무 꾸미려고 애쓰지 않은 공간. 하지만 일상 속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을 만큼의 여백이 있는 카페는 온통 초록이다. 말차를 이용한 음료들과 직접 구운 초록색 선인장 과자, 스콘 위에 올라간 바질이 향긋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곳의 말차프레소는 놓치면 안 될 데일리오아시스의 시그니처 메뉴. 말차를 테마로 한 이 카페의 말차는 일본에서 직수입하는 말차로, 다른 카페에서 사용하는 말차맛과는 차이가 난다.

설탕이 포함되어 있는 말차파우더에 비해 깊고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으로 에스프레소, 우유와 합쳐졌을 때 궁합이 좋다. 

1942년 지어진 한옥을 개조한 카페 리엠. 사진 / 김샛별 기자

당신의 낮과 밤은 모두 아름답다. ‘Re:M’

한옥에 생긴 카페인 ‘Re:m(이하 리엠)’은 정확히 1942년 10월 15일에 지어진 건물에 자리 잡았다. 곧 결혼 예정인 예비부부가 삼덕동에 한옥카페를 연 것은, 작고 개성적인 카페들 사이에서 한옥 카페는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 골격을 그대로 살린 공간은 낮과 밤, 완전히 모습을 달리한다. 고즈넉한 외관과 모던한 내부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무 창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커피와 브런치를, 저녁에는 술집으로 변신한다.

맛있고 알찬 브런치 메뉴로 입소문을 끌고 있는 리엠. 사진 / 김샛별 기자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곳이냐고? 직접 커스텀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원두의 컨디션, 원두의 출하시기, 로스팅 범위 등을 지정해 주문을 따로 넣어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리엠의 커피맛은 계절마다, 곁들이는 브런치 메뉴마다 조금씩 다르게 제공된다. 

클래식한 범어동 매장과 달리 모던하고 힙한 스타일의 삼덕동 로스팅 라운지. 사진 / 김샛별 기자

커피맛을 조금 ‘많이’ 아는 사람들,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제대로 된 ‘커피맛’을 보려면,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로 걸음을 옮겨보자. 삼덕동 카페거리의 가장 끝에 있는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는 언뜻 보면 카페인지 아닌지 모를 만하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수성구본점 매장과 달리 이곳은 로스팅 라운지로, 커피를 볶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간단하게 앉거나 서서 마실 수 있는 곳이 있긴 하지만 메뉴는 롱블랙, 라떼, 콜드브루, 아는남자시그니처 음료 단 네 개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이유 하나에서다. 매일 다르지만 하루에 5~10번 정도 커피를 볶는 이곳에서 시간을 맞춰 가면, 바로 볶아낸 커피를 그 자리에서 갈아 내려주는 것을 마실 수 있다.

각 원두나 날씨에 맞게 조금씩 수치를 달리해 내리는 롱블랙도 추천하고 싶지만, 아는남자시그니처를 놓치면 아쉽다.

커피에 손수 친 휘핑크림을 올리고, 시나몬 가루를 뿌린 뒤 레몬을 올려 커피의 씁쓸한 맛에 달콤한 휘핑, 레몬의 상큼함이 섞여 오묘한 맛을 내는 아는남자시그니처는 이것을 마시기 위해 대구행을 결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8년 1월호 [우리, 카페 갈까요?]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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