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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절, 수선사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절, 수선사
  • 양수복 기자
  • 승인 2017.12.28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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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 낸 연꽃 정원으로 피어나는 불심
법당과 앞 뜰 전경. / 사진 양수복 기자

[여행스케치=산청] 닦을 수(修), 봉선 선(禪). 산청 수선사는 마음을 닦는 좌선의 장소를 뜻하는 작은 절이다. 지리산 웅석봉 기슭에 위치해있어 지리산 둘레길 6구간을 걷는 사람들이 오며가며 들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던 어느 겨울날, 산청 수선사를 찾았다. 밖을 나서기 망설여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절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뒤로 지리산 천왕봉을 둔 아담한 법당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 마당의 못을 둘러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연못 옆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언 몸을 녹이는 사람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절에서 안식을 찾고 있었다.

수선사의 법당. / 사진 양수복 기자

조경 장인 여경스님의 심미안

정원의 아름다움으로 많이 알려진 수선사의 터는 원래 다랭이논이 있던 자리였다. 수선사 주지 여경 스님이 없는 주머니 사정으로 수년에 걸쳐 한 필지씩 사들여 지금의 절을 일궜다.

여경 스님은 이 과정을 세상사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의미의 불교 사상 “일체유심조”에 비유하며 “희한한 인연이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정원만 있고 법당이 없던 이곳에 법당을 지을 때 불심이 두터운 분들의 시주가 연이어졌고,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한지 얼마 안 되어 적당한 나무를 싣고 가는 차를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수선사가 생긴 지 약 15년 만에 법당을 지을 수 있었고, 지금 법당 앞을 장식하는 솔 한 그루가 생겼다. 수선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연못도 마찬가지다.

수선사의 연못. / 사진 양수복 기자
여름날 연꽃이 핀 수선사의 연못. / 사진제공 수선사

여경 스님은 다랭이논을 정리할 때 “위쪽 논에서는 흙먼지가 많이 나 잔디를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래쪽 논은 파자마자 돌이 가득해 횡재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파낸 돌과 절 뒤편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활용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연못을 조성할 수 있었다.

지금의 수선사를 가꿔낸 여경 스님. / 사진 홍원문 사진작가

그렇지만 아무리 재료가 잘 갖추어져있어도 요리사의 솜씨가 마땅치 않으면 훌륭한 요리가 탄생할 수 없는 법.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도 허투루 배치하지 않은 여경 스님의 심미안이 더해져 지금의 수선사가 된 셈이다. 여경 스님은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연못 한 구석에 물레방아를 만들었고 나무다리를 놓아 천천히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천천히 산책할 수 있는 수선사의 작은 못. / 사진 양수복 기자

쉼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절

간간이 입소문을 타고 아는 사람들 혹은 우연히 부근을 지나던 사람들이 주로 찾던 수선사는 지난 봄, 창원KBS의 한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여경 스님은 “최근 공영방송 파업으로 재방송이 여러 차례 방영되자 문의전화가 100통이 넘게 왔다”고 말했다.

한 번은 “마음이 좋지 않아 사고가 생길 것 같아 수선사에 왔는데, 올라서는 순간 원망의 마음이 사그라져 하루가 평안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 손님이 있었다고 한다.

절의 마당에는 연꽃 조형물을 매단 배롱나무가 있다. / 사진 양수복 기자

사찰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더해 수선사를 편안한 안식처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연못 옆 템플스테이 건물 옥상에 위치한 카페 ‘커피와 꽃자리’다. “건물만 보고 떠나는 게 아니라, 천천히 쉬어가는 절이 되기 위해” 만든 카페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건물 3층에 자리한 카페에서 제공하는 대추차. / 사진 양수복 기자

대추차, 들깨차 등의 전통차가 준비되어 있고 여경스님이 로스팅한 커피도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다. 따뜻한 차 한 잔에 스님과의 차담이 더해지면 요동치던 마음도 창 밖의 못처럼 잔잔해질 것만 같다.

템플스테이 체험 전용으로 세워진 건물. / 사진 양수복 기자

더불어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템플스테이’ 전용으로 세워진 이 건물에서 하루의 안식을 얻는 여정도 좋다. 보통 법당 건물을 활용하는 기존의 템플스테이와 달리 수선사의 템플스테이는 체험자들이 불편함 없이 잠을 이룰 수 있도록 별도의 건물을 갖췄다.

주로 1박2일 혹은 2박3일간의 휴식형 체험이 이루어진다. 108배 예불, 참선 명상과 같은 수행을 경험하고 저녁에는 주지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번뇌를 털어버리고 삶을 대하는 지혜를 한 수 배울 수 있다.

Info 수선사
주소
경남 산청군 산청읍 웅석봉로154번길 102-23
문의 http://susunsa.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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