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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겨울 건강 지키러 떠나자! '동의보감촌'
겨울 건강 지키러 떠나자! '동의보감촌'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12.29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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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위한 ‘웰니스’ 여행
지리산 자락에 둘러 쌓인 동의보감촌 전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산청] 지리산 동쪽 끝인 왕산과 필봉산이 있는 곳엔 불로문(不老門)이 있다. 이 문을 지나면 진짜 늙지 아니할까?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이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산청 불로문을 지나 만나는 동의보감촌에선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단련할 수 있다.

성순용 산청 문화관광해설사는 “‘한의학과 건강’을 테마로 총 161만1000㎡로 만들어져 볼거리가 워낙 많다”며 앞장섰다. 

오장육부를 오브제화 해 구성한 한방테마파크. 사진 / 김샛별 기자

오장육부 몸속 곳곳을 누비는 한방테마공원

사실 동의보감촌의 재미는 박물관밖에 있다. 필봉산과 왕산이 에워싸고 있는 한방테마파크는 조선시대 한의원에서 사용했던 인체의 모형도를 기본으로 한 인체신형장부도, 우주삼라만상을 구성하는 5가지 요소인 나무, 불, 흙, 광물, 물을 주제로 꾸몄다. 곰·호랑이 조형물, 십이지신상 분수광장 등 한의학적인 이야기를 테마로 한 조형물도 볼 수 있다.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는 곰 조형물. 사진 / 김샛별 기자

거대한 크기의 곰과 호랑이 조형물이 산 위아래에 각각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입의 자리에 있는 곰 조형물은 한방테마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항문 자리의 호랑이 조형물은 거대한 폭포로 숲속 수영장의 랜드마크다.

성순용 해설사는 “곰과 호랑이가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약재의 기원을 <삼국유사>에 실린 고조선의 건국 신화에서 찾기 때문”이라며 “인간이 되고 싶다는 곰과 호랑이에게 환웅이 쑥과 마늘을 주지 않습니까? 그게 최초의 약재로 이용된 사례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6~7m에 이르는 소장을 시각적 오브제로 연출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곰에서 호랑이 조형물까지 내려가는 길은 인체의 오장육부와 각종 기관을 모형화한 오브제들이 있어 마치 몸속을 누비는 것처럼 구성해두었다. 깨알같이 각 장기에 대한 한의학 상식이 적힌 판넬이 있어 산책하는 마음으로 거닐다가도 집중하게 된다.

입에서 출발해 항문으로 나오도록 구성한 한방미로공원. 사진 / 김샛별 기자

곰 조형물에서 반대로 풍차가 있는 오르막길로 오르면 산청약초관과 1.3km의 한방미로공원이 있다. 풍차가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오게 만들어둔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열두 장기를 거쳐 소화가 잘되면(?) 3분에서 5분, 소화가 안 되면(?) 30분 정도 걸린다. 팁은,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하면 헤매지 않고 탈출할 수 있다.

경복궁 근정전을 닮은 동의전. 사진 / 김샛별 기자

백두대간의 기(氣)가 모여드는 곳

미로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근정전을 본따 지은 동의전이 있다. 동의전에서는 기체조, 명상, 온열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성순용 해설사는 “여기가 백두대간의 기운을 담아내 품고 있는 곳”이라며 “좋은 기운이 흐르는 세 개의 혈자리마다 신기한 기운을 품고 있는 세 개의 돌이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각각 석경(돌로 만든 거울), 귀감석(귀감이 되는 글자를 새긴 바위), 복석정(복을 담아 내는 솥)이 그것이다. <구당서>에 나오는 회복의 힘을 가진 솥바위인 복석정은 원래 탄파혈에 놓일 계획이었으나 광장 활용을 위해 담쪽으로 자리를 옮겨놓은 상태다.

하파 혈처 위에 솟아 오르는 기운을 돌로 세운 '석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석경은 돌로 만든 거울이라는 뜻으로, 이 터의 첫 번째 혈처인 명혈과 하파혈에 있다. 동의전 뒤편의 귀감석은 127톤의 거대한 거북 모양의 바위인데, 고대의 글자체와 갑골문자로 귀감이 되는 글들이 새겨져 있다.

성순용 해설사의 설명대로 돌부리에 이마를 대고 기를 받고, 바위에 몸을 밀착시키고 양팔을 벌려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기분으로 호흡을 하다 보면 지리산의 맑은 공기에 영험한 기운이 섞여 있는 것도 같다.

사람의 손이 탄 자리가 까맣게 변한 색을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소원이 이곳에 어렸는지 짐작케 한다. 

동의보감촌 숲길을 걷는 허준순례길. 사진 / 김샛별 기자

자연과 함께 하는 트레킹, 허준순례길

해발고도 약 2~300m 정도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 동의보감촌을 둘러볼 수 있는 길도 있다. 한의학박물관에서 구절초 15만본이 심겨 있는 한방약초체험테마공원, 전망대, 사슴사육장, 기체험장, 구름다리를 몇 개 지나 동의본가까지 내려오는 길이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지만 나무데크로 잘 조성되어 있어 걷기엔 평탄하다. 숲길과 지압길이 있어 허준순례길 역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길.

기체험장에서 나무데크가 있는 숲속길로 들면, 신비한 흰사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녹용 중에서도 흰사슴의 녹용이 제일이라고 한다.

무리에서 흰사슴 3마리가 눈에 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성순용 해설사는 “꽃사슴과 하얀 사슴들에는 각각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약초 이름이 붙어 있다”며 “특히 흰 사슴 가족의 아빠 이름은 고혈압과 두통에 좋은 ‘천마’”라고. 천마야, 하고 부르면 저를 부르는걸 아는지 신기하게도 돌아본다.

신기한 흰사슴에 붙잡혔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려는데, 낮고 둥근 의자가 중간중간 놓여 있다. 가만히 앉아 산과 나무의 기를 받기 좋다.

숨을 고르며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다 보면 지압을 할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겨울엔 걷기 힘들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돌의 기운과 발바닥에서부터 전해지는 자극에 인기가 많다. 중간에는 해부동굴이 조성되어 있다.

허준순례길 중간, 허준이 시신을 해부하는 장면이 디오라마로 조성되어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성순용 해설사는 “TV 드라마 <허준>에서 스승인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걸 본따 만들어 놓았지만 사실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류의태는 허준의 스승이 아니라 후세 시대의 사람”이라며 “중국에서 당나라 때 한 의사가 해부를 여러번 했던 내용이 의학 서적 안에 기술되어 있는데 아마 허준도 그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TIP
진정한 웰니스 관광은 잘 먹고 쉬는 것, 그리고 운동이다.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인 걷기를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허준순례길은 동의보감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각자에 맞게 좀 더 긴 트레킹으로 연결해보는 것도 좋다.

한의학과 <동의보감>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한 한의학 박물관. 사진 / 김샛별 기자

한의학의 발자취부터 다양한 한방요법까지 알 수 있어

성순용 해설사는 “주제관이나 한의학 박물관은 들어가지 않고 바깥만 여행오듯 오시는 분도 8할”이라며 “하지만 한의학의 역사나 우수성, 효능에 대해 알고 좋은 걸 아셔야 하지 않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1613년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치료법과 백과사전식 의서다. 성순용 해설사는 “의학서적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건 ‘예방 의학’과 ‘국가에 의한 공공 의료’라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뿐 아니라 지난 400년 동안 중국과 일본,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40회 이상 재인쇄 되었다는 사실 역시 한의학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침을 놓고, 뜸을 뜨고, 약초를 말리고, 탕약을 짓는 모습 등을 모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동의보감>의 전체 구성과 각 편의 내용, 편찬과정과 조력자들, 조선 시대 의학을 <동의보감> 편찬 전, 후로 나누는 이유 등을 설명한 뒤 각종 의서들을 통해 조선 의학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해둔 한의학 박물관 전시실을 지나면 침을 놓고, 뜸을 뜨고 약초를 말려 갈무리하는 모습, 약재를 만드는 모습 등을 자료와 모형을 통해 구성해놓았다.

혈압을 재고, 인바디를 체크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한방체험실에서 사상체질, 건강나이, 전신반응 등을 무료로 측정해 볼 수 있다. 화면에 나오는 한방건강체조를 따라하고, 벽에 그려진 손의 혈자리들을 꾹국 누르다 보면 좀 건강해졌나 싶어진다. 아니, 좀 많이 건강해진 것 같다.

직접 만든 공진단을 먹어보는 사람들. 사진 / 김샛별 기자

직접 보약도 만들고, 피로도 풀자

보약 중의 보약이라 일컬어지는 공진단은 중국 원나라의 명의였던 위역림이 황제에게 바친 불로장생을 위한 처방이었다고 한다. 허약체질을 개선하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특히 효능이 있는 공진단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공진단을 굴려 동그랗게 만든 후 조심조심 금박을 입히는 체험이다. 후~ 불기만 해도 날아갈 정도로 금박이 얇고 잘 찢어지기 때문에 구멍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체험을 진행하는 김미은 코디는 “약재 효능의 보 존력을 위해 구멍나지 않게 금박을 꼼꼼하게 싸야 한다”고 귀뜸한다.

(좌) 뜸체험 중인 사람들, (우) 야외 족욕 체험장에서 족욕 중인 사람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곳에서는 뜸 체험도 진행한다. 배 위에 뜸을 올려 놓고 몇 번 호흡하다 보면 노곤해져 잠이 솔솔 온다. 뜨거운 것을 참을 필요는 없다.

뜨겁게 짧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오래 따뜻함을 지속하는 것이 몸 속 기운을 따뜻하게 덮히는 좋은 방법이다. 30~40분 정도, 한숨 자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

동의보감촌 내엔 족욕체험장도 있으니 꽤 큰 동의보감촌을 돌았다면, 족욕으로 발의 피로를 씻어주는 것도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하여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해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되어 있다.

피로했던 발을 뜨끈한 약초물에 담궈 풀어주면 하루가 시원하게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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