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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할랄푸드 8] 발우공양, 비울수록 건강하게 채워지다
[할랄푸드 8] 발우공양, 비울수록 건강하게 채워지다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8.01.12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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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발우공양의 한 상.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채식과 사찰음식을 혼동하는 이들이 많지만, 채식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사찰음식은 수행의 과정으로 먹는 것까지 포괄한다. 맛있고 건강하게, 나를 수련하는 하나의 방법, 발우공양이다.

절에서 먹는 음식이 사찰음식이고,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랄푸드라는 점은 어떻게 보면 신기하다. 종교와 음식의 깊은 연관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김지영 발우공양 조리장은 “일반식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는 것, 채식은 건강을 위해 먹는 것, 사찰음식은 거기에 더해 수행하는 음식”이라고 소개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발우공양의 음식들. 사진 / 김샛별 기자

가공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의 특성상 발우공양에서도 전통장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은 메주와 소금물로 사찰에서 담근 것을 공수해서 사용한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간도 최소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보는 즐거움을 놓치지는 않았다. 특히, 사찰음식은 소박하고, 가짓수가 몇 안 된다 생각한 이들이라면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에 놀라게 된다. 특히 발우공양은 미쉐린 가이드 2018에서 원스타를 받았을 정도로 맛도 인정받았다.

식사 전, ‘술적심’으로 오미자청에 절인 무화과가 나온다. 술적심은 김치국물이나 간장 등을 약간 찍어 먹어 마른 입 안을 적시고, 식욕을 돋는 우리나라의 전통 식사법이다. 그 후엔 통팥을 올린 호박죽이 나온다. 죽은 불교 초기부터 수행자들이 새벽에 먹었던 음식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요리의 시작으로 불교에서 분류하는 열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맛과 향을 보다’라는 의미의 상미(嘗味)를 가을채소겨자채, 느타리버섯무채무침, 생마된장참깨무침으로 맛보고, ‘씹어서 느껴지는 음식의 식감에서 오는 맛을 보다’는 의미의 담미(噉味)는 모듬버섯강정과 연근초절임, 우엉찜과 모듬전을 통해 전한다. ‘하루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낫게 하는 맛’이란 의미의 유미(愈味)로는 연잎밥과 된장찌개, 밥반찬들이 차려진다.

식사가 수행의 하나라면, 먹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김지영 조리장은 그렇지는 않다며, “다만 된장 국물 하나까지도 다 드셨으면 좋겠다”며 원래 발우공양이라는 식당의 이름이 스님들의 식사법이기 때문”. “네 가지 발우를 놓고, 자기가 먹을 만큼 덜고 깨끗하게 먹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래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천천히, 차분하게 비워내는 한 상에 몸뿐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진다.

고기를 씹듯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모듬버섯강정. 사진 / 김샛별 기자

Info 발우공양
메뉴 선식 3만원(점심 한정 메뉴), 원식 4만5000원, 마음식 6만5000원.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6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5층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8년 1월호 [할랄푸드]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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