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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계곡 따라 흐르는 전설과 숨겨진 풍경
계곡 따라 흐르는 전설과 숨겨진 풍경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1.3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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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으로 힐링하는 남원명품길
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와운마을 천년송.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지리산 주변을 고리 형태로 연결하는 지리산 둘레길 1코스가 시작하는 남원시는 바래봉둘레길, 신선둘레길, 백의종군길 등 둘레길 외에도 마음이 끌리는 걷기 코스가 많다. 그 중에서도 ‘남원을 대표하는 명품길’이라 추천하는 두 코스가 있다. 물과 함께 하는 뱀사골계곡과 구룡계곡의 앙상블이다.

지리산은 무수히 많은 남원의 관광자원 중 자연을 대표하는 콘텐츠다. 그래서 지리산을 활용한 트레킹 코스는 굳이 산을 오르지 않아도 대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 사계절 걷기 좋아 더욱 좋은 명품길이다.

하나. 뱀사골 신선길
전설 따라 이어진 계곡과 마을의 이름

뱀사골계곡을 감상하며 걷는 뱀사골 신선길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남원시 산내면에서 노고단, 정령치로 향하는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뱀사골계곡 입구인 반선마을이 나온다. 지리산을 대표하는 계곡 중 하나인 뱀사골의 유래는 “반만 신선이 된 곳”이라는 이 마을 전설에서 찾을 수 있다.

옛날 뱀사골 초입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어느 해 이 절의 주지스님이 7월 백중날(칠월칠석이라는 설도 있다) 신선대로 기도하러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7월 백중날 신선대에 올라가 기도하면 신선이 된다’는 전설이 만들어지고, 이후로도 매년 신선대로 올라간 스님들이 사라졌다. 

허나 이를 괴이하게 여긴 서산대사가 신선대로 가려는 스님의 옷자락에 독을 묻혀 놓았더니, 다음날 뱀소 부근에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스님이 죽어있더란다.

이후 이무기에게 잡아먹힌 스님들의 넋을 기리고자 ‘반절쯤 신선이 되었다’는 뜻으로 반선이라 부르게 되었고, 뱀이 죽은 골짜기를 뱀사골이라 칭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뱀사골 신선길로 향하는 초입에 탐방안내소와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이 있는데, 이곳이 옛 송림사 터였다고 한다. 

빨치산 토벌작전의 희생자를 기리는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 사진 / 노규엽 기자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은 6.25한국전쟁 전후로 뱀사골에서 벌어졌던 빨치산 토벌작전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장소. 뱀사골 신선길은 올라간 길을 그대로 걸어 내려오는 왕복 코스이므로 걷기 전후에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뱀사골 신선길은 계곡을 따라 나무데크로 길을 만들어놓아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이다. 탐방안내소에서 코스 종착점인 와운마을까지는 약 2.5km. 좌측으로 흐르는 계곡 절경을 감상하며 1시간 가량 유유자적 걷는다. 

나무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와 걷기에도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힘차게 흐르는 계곡 사이사이 시퍼런 물을 머금은 크고 작은 소(沼)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몇몇 곳에는 멧돼지가 목욕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돗소’, 바위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는 ‘요룡대’등의 설명이 담긴 안내판도 있다. 특히, 3~4월에는 지리산 대표종 중 하나인 히어리가 노란 꽃을 피운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뱀사골계곡이 흘러내려오는 이곳 지명은 뜰 부(浮)에 구름 운(雲)을 써서 구름이 떠있는 마을, 부운리라 하지요. 길이 끝나는 와운마을은 누울 와(臥)를 써서 구름도 누워서 지나간다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길을 함께 나선 최강민 지리산둘레길 이야기꾼은 지리산 능선에 걸리는 구름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코스라고 소개한다. 말마따나 뱀사골계곡의 절경과 산 능선에 걸리는 구름의 운치, 걷기 편한 길의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다만, 옥의 티가 하나 있다면 와운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차량진입로가 가깝게 있다는 것. 와운마을이 가까워질수록 걷기코스와 겹치는 구간이 많아지며 아쉬움을 만든다.

마을을 지키는 신령 나무를 만나다
나무데크 구간을 빠져나오면 다리를 건너 화개재와 와운마을로 가는 갈림길에 선다. 화개재는 지리산 종주 코스인 정상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고 0.7km 정도만 더 걸으면 와운마을이 나온다는 이정표가 서있다.

와운마을로 향하는 길은 초반부터 경사진 콘크리트 도로가 눈을 막고 있어 겁부터 나지만, 한 고비만 오르면 야트막한 경사로 유순하게 길이 이어진다. 

먼 곳으로 시선을 두면 1200m 이상 고지인 영원령을 비롯한 지리산 삼정 능선이 위용을 뽐낸다. 삼정 능선은 직접 찾아갈 수 없는 비법정탐방로여서 와운마을을 향하는 길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빛난다.

와운마을 입구. 뒷편으로 지리산 삼정 능선이 보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종착점인 와운마을은 삼정 능선을 비롯한 주변 산세에 폭 감싸인 고즈넉한 마을.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식당과 카페가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최강민 씨는 “강원도 산골마을에 가면 너와집와 굴피집 등의 전통 가옥이 있듯이, 지리산 산간에는 통나무로 만든 전통 가옥이 있었다”고 말하며 “현재 와운마을은 통나무 집들을 없애고 현대 가옥들을 지어놨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 말처럼 와운마을은 산중에 파묻힌 신식 마을의 느낌이다.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단 한 채만이라도 남겨놓아 지리산만의 전통 가옥을 엿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와운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초사흘, 천년송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그 안타까움을 상쇄시켜주는 것이 와운마을 천년송이다. 마을 북쪽의 언덕에 서서 마을을 지키듯이 굽어보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 각각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로 불린다.

“빨치산 토벌작전이 한창일 때 지리산 산골마을들은 무수히 화를 입었죠. 와운마을에는 큰 산불이 났는데, 소나무 두 그루는 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겁니다.”

그 영험한 기운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초사흘에 나무에 제사를 지낸다고.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소나무 두 그루는 트레킹을 마치는 여운으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둘. 구룡폭포 순환길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첩첩산중 물길

구룡계곡 중 제9곡인 구룡폭포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구룡계곡은 지리산 서북능선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기리를 지나 형성한 물길로, 해발 500m 내외의 산세에 파묻혀 현세를 벗어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협곡이다.

남원 방면에서 걷기 시작해야 제1곡부터 순서대로 걸을 수 있지만, 7곡 비폭동부터는 까마득한 오르막 계단을 올라야하기에 승용차 이용이 가능하다면 고기리부터 시작하는 역방향을 택하는 방법도 좋다.

고기리에 있는 구룡폭포 주차장에서 산길로 들어서면 구룡폭포까지 불과 10분 내외 거리다. 완만한 경사의 바위를 따라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두 갈래 폭포는 각각 조그마한 못을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이 용 두 마리가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것 같다하여 교룡담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구룡폭포를 즐긴 후 육모정 이정표를 따라 가는 길은 한동안 내리막길이다. 길을 이을수록 계곡의 모습은 발치 아래로 한참 낮아져 까마득해지지만, 세찬 물소리는 여전히 들려 풍부한 수량을 짐작케 한다.

구룡폭포에서 육모정으로 향하는 길은 급한 경사의 내리막이기에 유의해야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최강민 씨는 “지리산 둘레길이 만들어지던 시기만 해도 좀 더 계곡과 가까이 길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자 오염을 염려하여 높은 곳에 길을 새로 냈다”는 것. 계곡의 절경을 옆에 두고 걷지는 못하지만, 소리로 들리는 계곡의 위용이 또 다른 감상거리를 선사한다.

가파른 계단을 한 걸음씩 조심히 내려가면 다시 계곡과 가까워지며 7곡인 비폭동을 만난다. 안내판에 적혀있듯이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봉우리가 반월봉인데, 그곳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물보라를 자아낼 때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처럼 보여 이름 붙었다 한다.

비폭동부터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책길이다. 최강민 씨는 “구룡계곡은 고기리 주민들이 남원을 오갔던 옛길”이라며 “국립공원이 되면서 옛길은 막히고 구룡폭포로 이어지는 탐방로만 남았다”고 알려준다. 또, 6곡 지주대를 지나서 만나는 5곡 유선대는 <만복사저포기>와 연관이 있다고도 말한다.

4곡 서암 아래에 곡물을 털 때 쓰는 키를 닮은 암반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반반한 바위를 잘 살펴보면 움푹 패인 자리들이 윷놀이 판처럼 보이죠? 저는 양생이 부처와 저포놀이(윷놀이)를 했다는 자리가 이곳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양생이 남원에서 지리산으로 들어가려면 이곳을 지날 수밖에 없었겠죠.”

아홉 용이 승천했다는 설화뿐 아니라 남원 사람들의 삶도 묻어있어 더욱 정감 있는 구룡계곡 순환길이다.

길을 계속 이으면 중이 무릎을 꿇고 독경하는 모습을 닮은 바위라는 4곡 서암에 이르며, 구룡계곡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도로로 빠져나오게 장소 인근이 3곡 학서암이고, 도로 옆 데크를 따라 잠시 걸으면 육모정을 만난다.

그 아래에 넓게 펼쳐진 암반에서 한 곳으로 물이 떨어지며 형성한 깊은 물구덩이가 2곡 옥용추(용소)이다. 그보다 더 아래로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 조금 못 미치는 자리에 1곡 송력동이 있는데, 보통 육모정에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Tip 구룡폭포 순환길은 승용차 두 대로 움직이면 좋다. 육모정에 차 한 대를 주차시켜 놓고, 고기리에서 걷기 시작하면 편한 내리막길로만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네비게이션에 ‘구룡폭포 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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