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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남원 구석구석 숨은 이야기 찾기
남원 구석구석 숨은 이야기 찾기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2.05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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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택시로 떠나는 나만의 여행
지리산 능선이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실상사.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성춘향과 이몽룡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도시, 남원. 춘향전의 발상지이자 판소리의 고장인 남원에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지리산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시내 곳곳에 묻어나는 춘향의 흔적부터 지리산 속에 숨은 비경을 만나기 위해 관광택시에 올랐다.

남원 관광택시 지근대 기사. 사진 / 조아영 기자

남원 관광택시는 도시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좋은 방법이다. 대중교통 환승 등 불편함이 없고, 문화관광 전문지식 양성교육을 수료한 택시운전자들이 남원의 주요 관광명소와 맛집, 문화재, 지리산 등에 대해 속속들이 안내해주기 때문. 코스와 시간 조율이 가능해 ‘나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춘향이 그네를 타던 광한루원을 거닐다

택시에 올라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춘향전의 무대로 널리 알려진 광한루원이다. 단옷날, 광한루 누각에 오른 이몽룡은 멀찍이서 그네를 타는 춘향을 보고 반했다고 전해진다.

둘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자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광한루부터 둘러보고 싶다면 북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지근대 남원관광택시 기사는 “황희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를 왔을 때 지은 작은 누각인 광통루가 지금의 광한루”라며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광한청허부 같다’고 감탄하며 광한루라 고쳐 불렀다”고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나라 4대 누각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누각으로 꼽히는 광한루. 사진 / 조아영 기자

광한루 앞에는 견우와 직녀 전설이 담긴 오작교가 놓여있어 다리 위를 거닐며 고즈넉한 누각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잔잔한 연못 위로 비치는 반영 또한 아름다워 오랫동안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등 우리나라 4대 누각 중에서도 광한루가 으뜸으로 꼽힌다는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풍경이다.

춘향관 내부에 디지털 병풍 이미지로 재현된 춘향전. 사진 / 조아영 기자

광한루원 남쪽에 자리한 춘향관은 춘향제의 역사를 담은 사진, 디지털 병풍 이미지로 재현된 춘향전 등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춘향관 근처에 마련된 전통놀이 체험장에서는 많은 방문객들이 춘향이처럼 그네를 타보거나 투호 던지기 등 전통놀이를 하며 즐거워한다. 

Info 남원 관광택시
관광 전문 교육을 수료한 택시운전사가 남원 곳곳의 명소를 함께 누비며 안내해주는 택시 서비스. 반나절 코스부터 1박2일 코스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코스와 요금은 관광택시 기사와 사전협의를 통해 조정 가능하다.
이동경로 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춘향묘~점심식사~서어나무숲~실상사~달궁~뱀사골
이용요금 시간당 2만원, 박물관·전시관 입장료, 중식비 개인 부담.
문의 nwtourtaxi.modoo.at

문화가 스며든 남원향토박물관과 춘향테마파크

남원의 역사, 민속, 문화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남원향토박물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춘향전을 따라가는 여정은 승사교와 소리길을 지나 춘향테마파크로 이어진다.

지근대 기사는 “테마파크 내에 있는 남원향토박물관부터 방문해 남원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라”며 “예로부터 남원은 정유재란 등으로 인해 아픔이 많은 곳이기에 애환과 한의 정서가 남원만의 문화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한다. 

춘향전을 주제로 조성된 춘향테마파크는 만남·맹약·사랑과 이별·시련·축제의 장 등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꼭 둘러봐야할 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촬영 세트장이기도 한 ‘사랑·이별의 장’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세트장이었던 월매집. 사진 / 조아영 기자

사랑·이별의 장은 완만한 오르막에 자리하고 있는데, 길을 오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표지판이 남원 사투리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마을의 고어인 ‘마실’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고샅’이 만난 ‘마실고샅길’, 꼭대기를 뜻하는 ‘몬당’등 재미난 사투리를 알 수 있다. 

세트장 월매집 내부에 들어서면 마루에는 월매 모형이 떡하니 앉아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겨주며,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부용당에는 수줍은 둘의 모습도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춘향전 속 인물들의 모형이 실감나게 재현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시련의 장’으로 이동하면 고을의 수령이 정무를 집행하던 곳인 ‘동헌’과 춘향의 옥중 생활을 보여주는 옥사가 있다.

동헌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했으며, 춘향, 변사또, 이방 등 작품 속 인물들의 모형이 재현되어 있어 마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 무덤엔 어떤 이가 잠들어 있을까
춘향테마파크를 둘러보고 나서 춘향묘로 이동한다. 창밖으로 펼쳐진 지리산 능선의 풍경이 시내에서 산자락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15분여 달려 도착한 곳은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주차장. 도로가에서 이어지는 10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봉분을 갖춘 춘향묘에 다다른다. 

춘향묘는 춘향 없는 가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춘향묘는 ‘성옥녀지묘’라고 새겨진 지석이 이 자리에 발견되었기 때문에 봉분을 쌓고 단장한 가묘다. 성옥녀는 과거 이몽룡의 모델로 여겨지는 암행어사 성이성과 관련된 인물이다.

성이성이 옥녀라는 여인을 만나 자신의 성씨를 붙여 성옥녀라 불렀을 것이라 추정하며, 그녀의 지석이 발견된 이 곳을 이몽룡의 연인 춘향의 묘로 만든 것이다.

'아름다운 마을 숲'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서어나무숲. 사진 / 조아영 기자

영화 <춘향뎐>의 촬영지인 행정마을 서어나무숲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굵은 서어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타고 있는 춘향을 몽룡이 몰래 훔쳐보는 장면을 촬영했기에 영화 속 춘향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남원시민들에게 춘향전은 어떤 의미일까. 지근대 기사는 “사랑은 모든 이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남원에서는 매년 춘향제를 열어 옛 사랑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잔치로 거듭났다”고 이야기한다. 

Info 남원춘향제
올해로 88회를 맞는 남원춘향제는 춘향의 탄생일에 맞춰 매년 음력 4월 8일에 열린다. 전통문화행사, 공연예술행사, 놀이·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볼거리•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기간 2018년 5월 18일~22일
장소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 및 요천 일원
문의 www.chunhyang.org

지리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남원 여행

숲을 빠져나와 끝없이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다보면 남원에서 만날 수 있는 지리산의 명소는 어느 곳일지 궁금해진다.

지근대 기사는 단번에 실상사를 꼽으며 1200년 전부터 지리산 북쪽 들판에 자리 잡은 사찰”이라고 말한다. 첩첩산중이 아닌 들판에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한다. 

실상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찰 안으로 들어서니 중앙에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삼층석탑과 가운데 놓인 석등이 시선을 끈다. 통일신라 말경에 실상사를 지으며 함께 만든 석탑이기에 유구한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다.

석등 앞에는 독특하게도 돌계단이 놓여있다. 등을 켤 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며 국내에서 유일한 형식이다.

사찰을 등지고 서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또한 지근대 기사는 “여기서 마주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이며 “지리산에 둘러싸인 실상사는 연꽃의 중심에 위치한 꽃술 형상을 하고 있다”고 일러준다.

산사를 등지고 서면 멀찍이 천왕봉이 보이고, 어디를 둘러봐도 산자락이 실상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연 지리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운 곳이다. 한 번의 방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거나 스님과의 차담, 예불 의식 등을 체험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를 신청하면 된다.

달궁마을의 입구. 사진 / 조아영 기자

더욱 지리산에 가까워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다보면 달궁마을을 만날 수 있다. 달궁은 삼한시대 때 마한의 효왕이 지리산으로 들어와 쌓은 피난도성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달궁 주차장 아래에 궁터가 남아 있다. 

어느 때에 방문하더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뱀사골. 사진 / 조아영 기자

달궁마을을 지나 남원시 산내면 쪽으로 내려오면 뱀사골 계곡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타난다. 쉼 없이 흐르는 뱀사골의 물줄기를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뱀사골은 사계절 어느 때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기 때문에 언제 방문해도 좋다. 특히 봄에는 바래봉 철쭉 군락지와 함께 둘러보기 좋으며, 가을에는 멋들어진 단풍이 방문객을 맞아준다.

Info 식사는 어디서? - 중화요리 본가
남원관광택시 기사가 추천하는 중화요리 맛집. 대표 메뉴는 푸짐한 해물을 맛볼 수 있는 모듬짬뽕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본가 탕수육이다.
메뉴 본가 탕수육 1만5000원(2~3인), 해물 모듬짬뽕 1만5000원(2인)
주소 전북 남원시 주천면 장안용궁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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