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물 따라 숲 따라 걷는 화태도 갯가길
물 따라 숲 따라 걷는 화태도 갯가길
  • 양수복 기자
  • 승인 2018.03.07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섬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섬
화태도 갯가길은 숲길과 갯가길이 번갈아 나타나 눈이 심심할 겨를이 없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임진왜란 때 마을 뒷산을 군량미 적재 지역으로 위장해 벼이삭 수(穗)자를 써 ‘수태섬’이라 불리다 같은 뜻의 벼 화(禾)자로 바꿔 ‘화태도’라 명명된 섬.

화태도의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한 쪽에는 숲길이, 한 쪽에는 섬을 둘러싼 바다와 또 다른 섬들이 펼쳐져 눈이 심심할 새가 없다.

여수에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물가를 ‘갯가’라고 한다. ‘갯가길’은 여수의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길로, 지난 2013년, 돌산대교 아래의 우두리항부터 무술목 해변을 이은 갯가길 1코스를 시작으로 작년 봄에는 화태도 갯가길 5코스가 개장되어 작은 섬에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화태도는 화태대교를 통해 돌산도와 연결되어 있어 뱃길 걱정 없이 섬을 오갈 수 있다.

3구간의 출발지점 독정항으로 들어오는 어선. 사진 / 양수복 기자
항구에서는 주민들이 양식하는 감성돔을 말린다. 사진 / 양수복 기자

갯가 따라 몽돌과 함께 걷는 길

섬을 둘러싼 해안가를 걷는 화태도 갯가길은 총 13.7km로 약 4~5시간 소요된다. 다섯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구간의 출발 지점으로 접근하는 길이 편리해 구간을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전 구간을 다 걸을 수도 있지만, 숲길과 갯가길이 이어지는 1,2구간은 3,4구간과 유사하기 때문에 둘 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3구간은 몽돌이 반짝이는 갯가를 끼고 걷고 4구간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멋지며 5구간은 다도해를 양팔에 끼고 화태대교를 건너가며 여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다양한 풍경을 모두 담아가고 싶은 반나절 여행자에게는 적절한 선택지가 된다.

갯가길 3구간의 출발 지점인 독정항에서는 가두리 양식장이 흔히 보인다.

화태리 주민 박인호씨는 “20년 전만 해도 농업과 어업을 병행했으나, 가두리양식어업을 시작한 뒤로는 주민의 90% 이상이 가두리양식어업에 종사한다”고 말한다. 

감성돔, 참돔, 농어, 우럭 등 여러 종류의 수산물을 양식한다고 한다. 주민들은 3월에서 12월까지는 양식장 근처 수상가옥에서 생활해, 이 시기에 화태도에 방문하면 수상가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화태도 전역은 여수에서 손꼽히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돔, 우럭, 문어 등 다양한 어종의 조황도 좋아 주말에는 강태공들로 붐빈다고 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들을 마주할 수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골목에서 만나는 벽화. 사진 / 양수복 기자

갯가를 따라 물결에 반짝이는 몽돌과 함께 걷는다. 해안선을 따라 난 길을 걷다보면 너른 바다를 통해 월호도, 두라도 등 이웃한 섬들이 건너 보인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화태도는 횡간도, 나발도, 자봉도, 두라도 등 9개 섬에 둘러싸여 있다.

박인호 씨는 “섬들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 물살과 바람이 세지 않다”고 말한다. 걷기 여행에도 안성맞춤인 셈이다.

길은 마을의 골목과 잠깐 연결되며 아기자기한 벽화와도 만난다. 작은 나룻배와 바다 생물들을 그린 벽화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정감 있는 섬마을 풍경을 완성한다.

Tip 화태도 가는 길
돌산대교와 화태대교가 연결되어 있어 승용차로 오가는 길이 편하다.
여수시 미평에서 출발해 화태도까지 운행하는 106번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매일 7회 운행하며 배차간격은 90분이다.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출발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탑승한다. 미평 차고지 기준으로 화태도 초입까지 약 50분 소요된다.

Tip 편의시설
화태도 안에는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두 곳 있다.
1구간에서 탐방을 시작할 경우 2구간 시작지점 월전의 ‘화태주막’에서 식사하는 것이 편하며, 3구간에서 걷기 시작했을 시 4구간까지 마저 걷고 화태도 초입에서 10여 분 걸어 들어간 화태초등학교 근처의 ‘화태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다.
3구간 시작지점 독정항 앞에도 슈퍼가 있어 음료나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 단, 탐방객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없어 편의시설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댓잎을 밟고 가는 길이 운치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20년 전만해도 축담 안에서 농작물을 길렀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쪽빛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망 포인트, 꽃머리산 정상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 지루해질 때쯤, 묘두마을의 숲길을 걷는 4코스가 시작된다. 개의 머리 모양과 유사하다 해서 옛날에는 ‘개머리마을’이라고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양이를 닮았다는 쪽에 의견이 기울어져 묘두마을이라 한다. 

표지를 따라 산으로 접어들면 별안간 대숲이 나타난다. 서걱서걱 댓잎을 밟고 가는 길이 운치 있다. 대숲을 지나면 한 쪽에는 화태도의 쪽빛 바다가 펼쳐지고 한 쪽에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난 해송의 푸른빛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완만한 편이지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갯가길을 조성하다보니 길이 깔끔하게 닦여있지는 않다. 돌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를 착용하고 등산스틱을 지참하는 편이 좋다. 

걷다 보면 바람을 막기 위해 세운 전통적인 방식의 축담도 보인다. 20년 전만해도 축담 안쪽에서 고구마, 보리, 콩 등의 농작물을 길렀다고 한다.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를 통해 묘두마을로 내려오는 탈출로가 있다.

꽃머리산으로 오르는 중턱에 쉼터가 있어 잠깐 숨을 돌리고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꽃머리산 정상에는 정자가 있어서 쉬면서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 양수복 기자

마을로 내려오지 않고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꽃머리산으로 향하는 산길이 나타난다. 화태도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인 꽃머리산 정상으로 향한다. 

오솔길을 20분쯤 걸으면 이정표가 나타나, 꽃머리산 정상으로 갈지 산을 내려갈지 선택할 수 있다. 꽃머리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나무계단이 있어 편리하다.

약 10분 동안 오르다보면 쉼터가 나타난다. 숨을 고르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화태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꽃머리산 정상에 도착하면 정자 하나가 근사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탐방객 여럿이 이미 자리를 잡고 화태도 앞바다와 섬 전역, 그리고 화태대교까지 내려다보이는 비경을 만끽하고 있다.

탐방객들이 입을 모아 “전망대에서 이 경치를 보기 위해 산을 올랐다”고 말한다. 꽃머리산 정상은 외지인들뿐만 아니라 화태도민들도 엄지를 치켜드는 곳.

이성남 화태리 이장 또한 “화태도에 오면 꽃머리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꼭 봐야한다”고 추천한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화태도 초입의 뻘금으로 통한다.

뻘금에 자리한 너른 억새밭. 사진 / 양수복 기자

화태대교를 건너오면 갯가길은 마무리

뻘금에서 화태대교로 진입하기 전, 놓치지 말아야할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억새가 가득 핀 들판이다. 너른 억새밭 사이로 보이는 꽃머리산, 삼각산의 능선이 아름답다.

이 억새밭은 사시사철 억새가 지지 않고 무성하다고 한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알록달록 무지갯빛으로 칠해진 화태초등학교로 통한다.

화태도 갯가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5구간은 1.3km 길이의 화태대교를 걸어 돌산예교에 닿는 길이다. 양쪽으로 바다와 섬의 능선이 펼쳐져 시야가 시원한 길이 30여 분 동안 계속된다.

차 옆에서 걷는 길이지만, 시내와는 달리 오가는 차도 많지 않아 도로를 전세낸 듯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화태도 갯가길 안내도. 사진 / 양수복 기자

Info 화태도 갯가길
1구간 : 치끝-월전 (3.2km, 약 1시간 10분)
2구간 : 월전~독정항 (1.7km, 약 30분)
3구간 : 독정항~묘두 (3.8km, 약 1시간 20분)
4구간 : 묘두~뻘금 (2.8km, 약 1시간)
5구간 : 뻘금~화태대교 (2.2km, 약 30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