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돌문화공원, “돌에 생명을 불어 넣었네”
제주돌문화공원, “돌에 생명을 불어 넣었네”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8.03.12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문대할망의 전설 품고, 제주의 생활용기도 전시
다채로운 제주의 돌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돌문화공원.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에는 박물관과 공원이 유난히 많다. 19년 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터를 잡은 돌문화공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현무암 수석전시실과 제주 전통초가집, 산책로를 다녀왔다.

제주에는 돌이 많다. 도심에도 돌이 많고, 바닷가나 들판, 산 속에도 돌이 많다. 그 많은 돌 가운데는 담장도 있고, 울타리도 있고, 생활용기도 있다. 1999년 1월에 문을 연 제주돌문화공원은 잘생긴 돌과 기이하게 생긴 돌, 제주 사람들과 함께 지낸 돌들을 한데 모아둔 공원이다.

민간 소유 탐라목석원과 북제주군이 제주특유의 돌과 민속자료 등을 힘을 모아 종합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돌문화공원은 한라산을 관통하는 97번 도로에서 이정표를 따라 3~4분을 달리면 주차장과 작은 제주 전통가옥(매표소)이 보인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좁다란 제주도 특유의 원시림 숲길이 이어진다. 5분 쯤 숲길을 걸어가면 드넓은 초지가 나타나고, 어른 키보다 큰 돌들이 가지런히 서 있는 ‘전설의 통로’가 보인다. 일부러 다듬지 않은 자연석들을 서너 개씩 쌓아놓았는데 근사한 조각상처럼 보인다. 

돌문화공원은 중산간지역 100만 평 ‘곶자왈’에 자리하고 있다. 곶자왈은 자갈과 돌무더기와 나무들이 많은 숲을 말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숲은 돌문화공원을 구성하고 있는 푸른 여백이다. 돌, 나무, 넝쿨들이 엉켜있는 아름다운 곶자왈의 초록 바다를 눈에 담는 순간 가슴에는 잔잔한 봄바람이 스며든다.

전시실에는 돌이 생명체임을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돌들이 모여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을 재현해 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지구와 돌의 생성, 살아 있는 수석 전시실

작은 곶자왈 숲길을 통과하면 큼지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보이는데 겉으로 드러난 것은 거대한 수조(하늘연못)이고, 박물관은 지하에 있으므로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름 50m가 넘어 보이는 수조는 사계절 물이 차 있어 산중에 있는 작은 호수나 다름없다. 연못에는 파란하늘이 들어와 앉아 있다.

지하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주도의 생성 과정, 지구의 역사, 화산활동, 현무암과 주상절리가 탄생하게 된 과학적인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영상을 보느라 발길을 쉽게 옮기지 못한다.

제주돌박물관 입구. 사진 / 박상대 기자
박물관 내부에서는 수석과 돌로 연출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작은 호수와 같이 사계절 내내 물이 차 있는 수조. 사진 / 박상대 기자

기묘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수석들을 감상하고 돌로 연출한 예술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실에 들어와 있는 돌들은 모두 생명체다.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준 돌도 있지만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돌도 있다. 나무토막 위에 있는 사람 닮은 돌,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는 새 모양 돌, 기다랗게 누워 있는 동물 닮은 돌 등등 모든 돌이 예술품이거나 생명체임을 느끼게 한다.

박물관을 나오면 바로 앞에서 제2코스가 시작된다. 선사시대부터 탐라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의 전통가옥과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전통초가마을인 돌한마을이 있고 곶자왈 숲길이 이어진다. 이어서 제3코스를 지나면 오백장군 군상이 돌숲을 이루고 있다. 오백나한이라 불리기도 하는 오백장군은 슬픈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오백장군상이 공원 한 마당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어머니의 방.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설과 조각상들이 빚어낸 예술공간

제주돌문화공원은 한라산과 360여 개의 오름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품고 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빚은 거장이면서, 제주 돌들의 화신이고, 돌 하나하나는 곧 설문대할망의 분신이다.

오백장군은 설문대할망의 자식들인데, 할망이 배고픈 아들들을 위해 죽을 끓이다 죽솥에 빠져죽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아들들은 죽을 맛있게 나눠 먹었는데 사실은 어머니를 나눠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돌문화공원에는 곶자왈 사이로 미로들을 만들어 놓고 그 사이사이에 동자상이나 돌하르방 등 갖가지 조각상들을 전시해놓았다. 제주 사람들이 오랜 세월동안 사용한 옹기와 멧돌 등 생활용기들을 모아놓기도 했다.

조각작품과 전통가옥을 구경하고 숲길과 잔디밭을 산책하다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공원 안에서 간단한 음식을 팔기도 하지만 간식을 준비해가면 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