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1월호
사람과 문화가 제법 잘 어울리는 대전 원도심 어울림길
사람과 문화가 제법 잘 어울리는 대전 원도심 어울림길
  • 양수복 기자
  • 승인 2018.03.19 13: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 위에서 다시 보는 대전
원도심 어울림길을 안내하는 은행교의 안내 표지. 사진 / 양수복 기자

[여행스케치=대전]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대전은 근대 철도 교통의 중심지다. 하지만 이 수식어가 무색하게 대전역 주변은 고요하다.

까맣게 세월의 때가 묻은 낡은 건물들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이 길도 한때는 시끌벅적한 시절이 있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열며 유성구와 둔산동 일대가 개발되고 새 도심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대전역부터 중구청을 잇는 원도심의 옛 정취는 여전히 사람들을 반긴다.

대전역 서편에 자리한 중앙시장 외관. 사진 / 양수복 기자
대전 중앙시장은 각 골목을 역 이름으로 표기해 재미를 더한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여기는 원도심 중앙시장역이유~

원도심 어울림길은 대전역에서부터 중앙시장을 지나 은행교를 건너 근대 건축물을 지나치고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까지 이어지는 2km의 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난 먹거리가 있고 정겨운 사람 냄새를 풍기는 시장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곳에 시장은 자연히 생겨나는 법. 대전역 서편에 대전의 대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이 있다.

고요한 대전역에서 오십 미터 남짓 걸었을까.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골목을 누비는 바쁜 걸음에 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생기를 띈다.

중앙시장은 먹자골목, 귀금속골목, 원단골목 등 파는 물건으로 블록이 나뉘어져 있는데다가 잡화도매시장, 패션도매시장처럼 도매시장도 여러 개인 시장의 집합체다.

철도의 도시답게 시장 안내표지에도 ‘잡화도매역(도매시장)’, ‘먹자역(먹자골목)’, ‘요리역(생선골목)’ 등 골목을 역 이름으로 표기해 찾아가는 재미를 더한다. 

50년 전에 만든 나무간판과 현대식 간판을 함께 사용하는 대전 중앙시장의 신창상회. 사진 / 양수복 기자
대전 중앙시장 명물 '잡숴봐 아저씨'가 쥐어주는 과자를 손에 쥐고 시장을 구경한다. 사진 / 양수복 기자
대전 중앙시장 먹자골목 안의 순대 노점. 사진 / 양수복 기자

도매잡화점 ‘신창상회’ 앞을 지나는데 박은숙 대전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나무 간판을 가리키며 “50년 전부터 사용하던 간판”이라고 말한다.

신창상회의 거뭇한 나무 간판과 현대식 간판이 나란해 이색적으로 보인다. 박은숙 해설사는 “중앙시장은 대전역이 생길 때 만들어졌고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몰려오며 활성화된 곳”이라고 설명한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기 때문에 상인들도 30년, 40년은 해야 ‘장사 좀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안사도 좋으니 맛이나 봐요”라며 손에 과자를 쥐여 주는 과자집 ‘잡숴봐 아저씨’에게 받은 과자 한 줌을 쥐고 먹자골목 구경에 나선다.

골목에는 순대를 주문하면 좌판에서 바로 순대를 꺼내 잘라 주는 노점들이 즐비하다. 허연 김이 올라오는 순대와 창자들을 보면 없던 시장기도 올라온다.

막 자른 순대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고, 후식으로 쫀득쫀득한 찹쌀 꽈배기 하나 입에 물고 시장을 빠져나온다. 

스카이로드에는 저녁 7시부터 영상물이 송출되어 원도심을 밝힌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으능정이 거리 말미에 자리한 성심당은 종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진 / 양수복 기자

원도심을 밝히는 젊음,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

은행교를 통해 대전천을 건너오면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와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가 이어진다.

횡단보도 하나를 경계로 은행동과 대흥동으로 나뉘는데, 두 거리는 주로 찾는 세대가 달라 거리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옛날에 은행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으능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거리는 대전의 랜드마크가 된 ‘스카이로드’를 중심으로 의류점, 음식점들이 가득해 10대, 20대 젊은이들의 쇼핑과 만남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박은숙 해설사는 천장의 스카이로드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카이로드를 본떠서 만든 LED 구조물”이라고 설명한다.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스카이로드를 통해 송출되는 영상물이 하늘을 수놓고 원도심의 불을 밝힌다.

거리의 끝에는 튀김소보루로 유명한 대전의 간판 빵집 ‘성심당’과 케이크, 제과류를 중점적으로 파는 ‘성심당 케익부띠끄’가 있다.

대흥동 성당의 외관. 사진 / 양수복 기자
대전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인 대전창작센터. 사진 / 양수복 기자

으능정이 거리를 빠져나와 왼편으로 한 블록 걸어가면 대전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대전창작센터와 대흥동 성당이 마주 보고 있다.

마치 기도하는 손의 형상으로 보이는 대흥동 성당은 1960년대 초에 건립된 근대 건축물로, 고딕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사례로 꼽힌다.

박 해설사가 “성당의 종지기 할아버지가 여전히 매일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마다 종을 울려서 원도심 사람들의 시계가 되어준다”고 전한다.

대전창작센터 또한 1958년에 건립된 근대문화유산이다. 서양 건축의 영향을 받은 양식인 아치형의 출입구와 건물 외벽에는 네모난 창틀이 돌출된 형태가 돋보인다.

박은숙 해설사는 “원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청사였는데, 건물이 이전하고 2008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대전창작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대전 블루스전(展)’이 열리고 있다. 대전 원도심 미술문화의 성과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전시는 4월 8일까지 진행된다. 

Info 대전창작센터
주소
대전시 중구 은행동 161
관람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마감 오후 5시30분, 월요일 휴무)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초입. 사진 / 양수복 기자
작년에 우리들공원에서 열린 '대전아트마임페스티벌'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 / 대전문화연대
작년 개최된 대전 인디음악축전 공연 모습. 사진제공 / 대전문화연대

대전 예술인들의 작업실,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다시 한 블록을 돌아와 밤낮 가릴 것 없이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인 우리들 공원을 오른편에 두고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로 들어간다. 으능정이 거리와 비교해 찻집, 소극장, 갤러리 등이 많이 보인다.

박은숙 해설사는 “문화예술의 거리는 주로 30·40세대의 아날로그 감성과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부흥의 움직임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래된 거리 사이로 예스러운 간판에 ‘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이라 적힌 장소가 눈에 띈다. 박은숙 해설사는 “대전에 공연장이랄 게 거의 없던 1972년에 건립되어 유치원 학예발표회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 장사익, 김광석 등 수많은 공연이 이루어졌던 곳”이라고 소개한다.

아쉽게도 작년부터는 가톨릭 성당이 이곳을 직접 사용하기로 하면서 공연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의 외관. 사진 / 양수복 기자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사이사이에는 대전 문화예술인들의 작업실이 자리한다. 사진 / 양수복 기자
대전 원도심 어울림길의 종착 코스인 중구청 외관. 사진 / 양수복 기자

하지만 거리 좌우로 뻗은 골목골목에 연극 홍보 현수막을 내건 수많은 극장이 남아있어 관청들이 모두 떠나면서 활기를 잃었던 대흥동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약 200여 명의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건물에 입주해 연극, 미술, 전통음악 등 작업을 이어나간다.

걷다가 마음이 끌리는 갤러리에 들어가 작업물을 구경하거나 미리 시간을 알아보고 가서 연극을 한 편 관람하는 것도 대전의 문화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문화예술의 거리 끝에서 어울림길의 종점인 중구청이 보인다. 중구청에서 원도심 걷기를 마무리하기 전,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대흥동 거리 곳곳 특색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행카페 ‘도시여행자’, 주말마다 재즈 공연이 이루어지는 재즈카페 ‘발트아인’, 내부에서 진행되는 작품전을 감상하고 직접 로스팅하는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을 즐길 수 있는 갤러리카페 ‘쌍리’ 등 다양한 카페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Info 대전 원도심 어울림길
코스 대전역~중앙시장~은행교~으능정이거리~우리들공원~문화예술의 거리~중구청 (약 2km, 1~2시간 소요)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꿈꾸는 곰 2018-03-29 17:13:27
카톨린 문화회관에서는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도하고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