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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봄 여행주간]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봄길여행 ① -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봄 여행주간]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봄길여행 ① -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 윤문기 객원기자 <발견이의 도보여행 운영자>
  • 승인 2018.04.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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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이 꿈꾸던 무릉도원의 꽃길을 걷다
각시바위굴을 역방향으로 걸어 나오면 만나는 풍광. 발걸음을 멈춘 채 감탄만 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무주] 보슬비로 윤기 흐르던 무주 금강변의 봄날. 벚꽃은 절반 너머 낙화하여 꽃길을 만들고, 뒤이어 분홍 복사꽃이 일어난다. 흰 꽃잎에 까만 수술이 또렷한 배꽃도 무더기로 피어나 봄꽃 행진에 가세한다. 우렁찬 갓난아기 울음처럼 온 천지가 꽃아기와 아기초록잎으로 한껏 부풀어 오르던 무주 금강변은 봄꽃 잔치집이다. 

봄비가 데려온 산안개가 금강 언저리 봉우리에 걸린다. 강변을 걷던 일행들은 자주 발걸음을 멈추었고, 꿈속을 걷는 듯하다며 그때마다 무릉도원을 입에 올렸다. 비 내리는 무주 금강변의 봄날은 평생 보지 못한 신세계를 봄빛으로 그려낸다. 

비가 몰고온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벚꽃의 쇠락과 더불어 복사꽃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기암절벽에 뿌리박은 나무와 풀들의 봄잔치
봄비로 엷게 코팅된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은 봄이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아름다운 풍광을 길 위에 적극적으로 펼쳐낸다. 금강 상류의 물길은 충청권에서 보던 하류의 금강이 아닌 듯 강폭이 좁고 물이 맑다.

물길 옆으로 솟아오른 기암절벽이 물길을 따라 거대한 병풍을 두른다. 기암절벽에 뿌리박고 피어나는 온갖 나무와 풀들은 이 일대를 사계절 걷기명소로 이름을 올리게 만들었다. 사계절 중에서도 4~5월의 봄은 단연 압권이다.

총 19㎞에 이르는 짧지 않은 이 길은 부남면 도소마을회관에서 시작된다. 마을회관을 떠난 길은 곧 금강물길에 순응하며 줄곧 하류를 향한다. 일명 콧구멍 다리로 불리는 유평교를 건넌다. 강 건너 정으로 쪼아 진안과 무주의 길을 연결했다는 대문바위가 소나무 삿갓을 쓰고 우뚝하다.

덤덜교를 건너면 면소재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고 조용한 부남면소재지다. 어깨를 맞대고 높게 자란 노거수 두 그루가 길손을 맞는 이곳에서 ‘부남 벼룻길 맛집’은 주인아주머니 손맛이 좋고, 친절하기로 알려졌다. 비 내릴 때만 찾게 되어 늘 동태탕을 주문했는데 매번 좋았다. 

각시바위굴. 일제강점기 때 정과 망치만으로 뚫어낸 20m의 암굴이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무슨 말이 필요한가! 금강변 벼룻길의 봄.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강과 산에 기대어 사는 모습들이 풍경을 완성해낸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금강변 마실길 안내판.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금강변 마실길 걷기여행자들이 부남면소재지에서 간혹 길을 잘못 찾기도 한다. 각각 다른 곳에 세워진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과 ‘금강 벼룻길 종합안내도’가 같은 길을 안내하면서도 노선표기를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금강변 마실길 19㎞ 전체를 살펴보면 길 안내사인 체계와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길 주변의 인문자연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하지만 이 길의 결정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아무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 종합안내판에서는 부남면소재지에서 마을 안길을 따라 가는 것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면소재지 강변의 부남체육공원을 찾아 강을 왼쪽에 끼고 하류로 걷는 것이 효과적이다. 

각시바위굴에서는 되돌아 가보세요!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면 하얀 배꽃이 면사포 쓴 신부마냥 고운 자태를 뽐내는 배밭이다. 불현 듯 땅을 보니 길 섶 여기저기 할미꽃이 소박하게 무리를 이뤄 낮게 피었다.

비 맞은 꽃봉오리 위에 표면장력으로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빗방울은 할미꽃 위에 또 하나의 방울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함께 걷던 일행들은 곳곳에서 허리를 바짝 굽힌 채 땅을 향해 고개 숙인 할미꽃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사진 찍는 그 모습 또한 할미꽃이었다. 

부남면소재지와 상굴암마을을 잇는 강변길은 ‘벼룻길’이란 이름으로 짧지만 매우 강렬한 1㎞ 구간을 품었다. 일제강점기 때 굴암마을 큰 들에 물을 넣기 위해 정과 망치만으로 강변의 큰 바위를 쪼아가며 뚫어낸 수로가 지금의 벼룻길이다.

비 촉촉이 내리던 무주 금강변의 봄날.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다보니 지금도 노면은 곳곳이 돌무더기가 깔려 조금 거칠다. ‘보뚝길’이라고도 불리는 벼룻길은 농수로 기능이 필요 없게 된 후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주는 명품길이 되었다.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흐름으로 비단 금(錦)자를 쓰는 금강의 고요한 물길을 따라 걷는 벼룻길은 적지 않은 감동을 자아낸다. 작은 산처럼 솟은 각시바위를 쪼아 만든 바위굴을 지날 때는 망치질로 굴을 뚫어낸 분들의 수고로움에 숙연해진다.

각시바위굴을 지날 때는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거꾸로 다시 통과해보길 권한다. 기자와 함께 걷던 이들도 거꾸로 각시바위굴을 통과해보곤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의 아름다운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보는 각도 따라 같은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 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은 지금 보이는 그대로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피었다 지는 배꽃, 꽃말처럼 이 길에서 ‘위로’와 ‘위안’을 많이 받았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금강 임도 벚꽃길. 쇠락기에도 산허리를 따라 벚꽃길이 선명하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땅에 떨어진 꽃잎은 이름 모를 풀잎 위에서 또 한 번 꽃을 피워낸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금강 따라 산언저리에 하얀 벚꽃 띠가 선명
벼룻길 구간을 지나면 금강 둔치와 벚나무 가로수 포장길을 한 시간 넘게 걷는다. 4월 중순, 평년보다 일찍 피기 시작한 벚꽃은 절정을 넘어 쇠락하고 있다. 쇠퇴기의 벚꽃터널은 잎 떨어져나간 꽃받침의 붉은 색이 뒤섞여 연분홍 벚꽃터널로 색을 바꾸어가며 장관을 펼친다.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벚꽃터널이 상당히 볼만한 구간이지만 비포장 임도 벚꽃길이 8km나 다시 이어진다. 그래서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이용자가 많은 이 길의 특성상 포장 벚꽃길 4km는 대절버스를 타고 차 안에서 감상하며 지나는 경우도 많다. 

굴암삼거리에서 시작되는 강변 임도 벚꽃길을 출발지점서 바라보면 금강줄기를 따라 산언저리를 타고 도는 하얀 벚꽃길이 허리띠처럼 선명하다.

이 모습에 걷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고, 여기저기 추억의 사진을 남기느라 몸도 마음도 바쁘다. 어느 일행의 말처럼 ‘여기를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오는 사람은 없겠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마음이 착 달라붙은 기분 좋은 길(요대마을 구간).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아 대절버스를 이용한 단체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봄비가 할미꽃 꽃봉오리 위에 물방울꽃을 피워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벚꽃만 있었다면 편파적일 수 있던 이 길은 복사꽃과 할미꽃, 그리고 다양한 들꽃이 가세한다. 낙화한 벚꽃잎은 꽃길을 만들기도 하고, 이름 모를 풀잎에 떨어져 그 위에 꽃을 피워내기도 한다. 강에 기댄 작은 마을들이 골짜기로 낮게 스며드는 강 너머 풍경이 이 모든 것과 어우러지며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봄에 좋은 길이 여름이라고 좋지 않을 리 없고, 가을 또한 이에 못지않을 수 없다. 여름에는 래프팅을 연계한 시원한 벚나무 그늘걷기를 즐기고, 가을 단풍걷기 또한 신선놀음이다. 겨울 함박눈 사이로 걷는 강변 임도길은 상상만으로도 시원하다. 언제라도 다시 찾고픈 아름다운 길이다. 

무주여행 – 함께 가보세요! ⓵
적상산성과 안국사 – 조선왕조실록 수호하던 산성과 사찰

안개에 쌓인 적상산 안국사. 왼쪽 멀리 희미한 건물이 적상산사고의 선원각이었던 천불전이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해발 1천m가 넘는 적상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안국사와 적상산성은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 족보인 선원록을 보관하는 적상산사고(赤裳山史庫)를 지키기 위해 조선 중기에 고쳐지었다. 

조선 5대 사고 중 묘향산에 있던 실록이 나날이 강성해지는 후금에 의해 훼손될 것을 우려한 광해군이 무주로 사관을 보내 땅 모양을 살핀 뒤 적상산사고를 짓게 했다. 묘향산 실록은 순차적으로 이전하여 인조 때 모두 이쪽으로 옮겨졌다. 고려시대 방어용 산성이었던 적상산성도 이때 승병 92명을 모집해 다시 수축했고, 안국사도 중창했다.

적상산사고를 지키기 위해 조선 중기에 고쳐 쌓은 적상산성.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본래 사고가 있던 곳은 무주양수발전소 상부댐인 적상호가 생기면서 수몰되어 1993년 지금 자리로 사찰과 사고가 옮겨졌다. 1910년 적상산사고의 실록을 규장각으로 옮기자 당시 사고 건물 중 선원각을 안국사로 이전하였는데, 지금의 천불전이 당시의 건물이다.

적상산성은 안국사 일주문 옆 소형주차장 아래쪽에 300m 정도 복원되어 과거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무주여행 – 함께 가보세요! ⓶
머루와인동굴 – 300m 동굴 속에서 익어가는 와인 

양수발전소 작업터널을 리모델링하여 머루와인 체험시설로 바꾼 머루와인동굴.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입장료 2천원에 머루와인 3종의 시음비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적상산의 적산산성과 안국사 가는 길목에 있어서 엮어서 들리면 좋다. 1995년 무주 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해 굴착된 작업용 터널을 이용한 머루와인 숙성창고로 2007년부터 리모델링하여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지역 특산 머루와인 체험시설로 운영되었다. 

입장료(성인 1인 2천원)에 머루와인 3종 시음이 포함되어 있다. 약 300m 정도 이어지는 동굴에는 아름다운 무주의 자연을 촬영한 사진전시와 밤하늘의 별을 표현한 상징물 등이 설치되어 있다. 와인족욕도 유료(성인 3천원)로 운영된다. 관람시간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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