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봄 여행주간]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봄길여행 ③ - 장수 백두대간 마실길 1코스
[봄 여행주간]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봄길여행 ③ - 장수 백두대간 마실길 1코스
  • 윤문기 객원기자 <발견이의 도보여행 운영자>
  • 승인 2018.04.23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찬란한 봄을 어찌할거나!
하회탈 눈썹 닮은 소(沼)에 깊은 물빛을 품은 덕산계곡 아랫용소.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장수] 장수 덕산계곡의 봄 풍경이 걷는 이들의 마음을 통과하며 감탄과 경이로움을 빚어낸다. 팝콘 터지듯 산 이곳저곳을 환히 밝히는 산벚꽃과 수줍게 고개 내미는 연둣빛 나뭇잎, 아직 잎을 틔워내지 못한 나뭇가지마저 물기 가득 머금어 반짝거리는 봄날, 찬란함이 덕산계곡 가득 수런거린다.

두발로 이 아름다운 봄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축복이다. 이 길에서는 감사와 경탄이 왼발과 오른발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음속에 오르내린다. 

일어나는 봄빛 앞에 할 말을 찾지 못하던 여행자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봄 가득 피어오르는 장안산 협곡 사이 덕산계곡 탐방로를 걸으며 그간 오지로 알려진 두메산골 장수군이 비로소 스포트라이트 받는 시절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사람들은 사는 것이 각박해질수록 더욱 더 자연을 그린다. 대도시에서 산에 가까운 집일수록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장수는 대도시의 그 어느 값비싼 대저택보다도 맑은 공기와 수려한 자연을 제공하니 이곳이 부자동네 아닌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도(道)를 따라서
장수군의 대표적인 걷기여행길인 ‘덕산계곡 탐방로’와 금강 발원지를 오가는 ‘뜬봉샘 생태탐방로’는 장수 백두대간 마실길 1코스에 포함된다. 이 길은 덕산계곡 탐방로에서 시작해 뜬봉샘 가는 길에서 마무리하거나 그 반대로 걷도록 구성되어 14.3km를 잇는다.

백두대간이란 이름을 얻었으나 백두대간 마루금과는 거리를 두었고, 아름다운 계곡과 생태탐방로를 이어 걷기 적당한 길을 열었다. 길의 시발점은 덕산저수지 최상류 삼거리다. 

여기부터 덕산계곡이 시작되는 장안산생태탐방로 입구까지 3km 구간은 갓길 없는 차도를 걸어야 하므로 가능하면 덕산저수지 제방 밑 덕산계곡 입구부터 걷는 것이 좋다. 이곳에 장안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도 있다. 

걷기 불편한 구간은 여지없이 나무데크로 길을 이어간다(덕산계곡).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유순한 계곡으로 평탄한 길이 가지런하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잠시 지나게 되는 조릿대 가득한 길.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이 길이 따르는 덕산계곡의 물은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부딪치고, 떨어지며 흐른다. 크고 작은 산골짜기 물들이 합쳐지고, 소(沼)에 잠시 머무르다 더 낮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일부는 땅으로 스며 양분을 끌어다 새생명을 틔워내고, 더러는 햇빛에 증발해 지구를 식히고, 얼어붙은 동토를 녹인다. 

결국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큰 바다를 이루는 이 물을 일러 노자(老子)는 인간이 궁극에 도달해야할 도(道)에 비유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처럼 살라 한다. 순리대로 흐르는 물 같은 삶은 신선과 다를 바 없다고 하였으나 인간의 몸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서글픈 봄날이다.

덕산계곡 탐방로는 신선의 삶을 떠올릴 만큼 수려하다. 이곳이 용소계곡으로도 불리는 까닭은 거대한 암반이 홀을 만들어 계곡물을 품어내는 널찍한 소(沼)가 곳곳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용이 승천했다는 구전설화가 있다 해도 어색하지 않겠다.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협곡의 수목들이 파스텔 톤으로 촘촘한 대열을 이루며 길을 밝힌다. 

몸에 붙은 온갖 스트레스를 닦아낼 듯한 길이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방화동자연휴양림에 가까워지면 길은 넓어지고, 나무는 굵어진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휴양림 캠핌장까지 이어지는 휴양림산책로로 길이 이어진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에메랄드 물빛 가득 품은 용소계곡 걷기
용소계곡에서는 윗용소와 아랫용소가 차례로 물줄기를 이어 받는다. 윗용소는 큰형님 같은 넓은 품을 바위 위에 펼쳐내면서도 깊은 물빛을 품었다. 아랫용소는 하회탈의 웃는 눈썹 같기도 하고, 여인의 입술 같기도 한 장난스러운 모습의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받고 흘려보낸다. 

함께 이 길을 걷던 육순의 어느 여행객은 “인생도 사계절이 있어서 봄처럼 새로 시작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봄처럼 다시 시작하면 정말 잘 살 자신이 있는데”라며 봄을 시처럼 내뱉는다. 이런 봄날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련만 조금 애틋하다.

덕산계곡 물길을 이어주는 나무데크의 편안함은 장점도 있으나 무장애탐방로를 만들 것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관리비가 드는 인공적인 요소는 일부 거둬들이는 것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까 싶다. 또 좋은 경관이 펼쳐지는 곳마다 데크 난간에 붙여놓은 커다란 주의안내 플래카드는 누구나 사진사가 되는 요즘 같은 시절에는 많이 아쉽다. 

야자매트는 일반 흙길에 비해 보행감이 떨어지지만 제초작업을 줄이는 관리 편의성이 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뜬봉샘 생태공원을 지나 금강 발원지를 향해 갈 수 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용소계곡을 지나 방화동자연휴양림에 이르면 계곡 건너편으로 휴양림 건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넓어져서 더 걷기 편해진 길이 휴양림 캠핑장까지 이어진다. 장수군의 대표 걷기여행길인 덕산계곡 탐방로를 즐기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방화동자연휴양림에 하루 묵거나 혹은 이곳에 주차를 하고 덕산계곡 산책로 4km를 왕복하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그 이유는 방화동자연휴양림 이후로 뜬봉샘을 향하는 백두대간 마실길 1코스가 고도를 250m이상 급하게 끌어올리며 경등산 수준의 난이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근래 조성된 뜬봉샘생태공원의 금강사랑물체험관 앞 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하여 뜬봉샘까지 왕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쪽 뜬봉샘, 북쪽 데미샘 솟는 분수령
백두대간 마실길 1코스의 서쪽 종점은 뜬봉샘이다. 그곳에서 전라도와 충청도를 적시고 군산 하구둑까지 394km를 흘러 서해와 만나는 금강이 시작된다. ‘뜬봉샘 가는 길’과 겹쳐지기도 하는 뜬봉샘 구간은 뜬봉샘생태공원이 규모 있게 조성되며 변화를 맞았다. 

세월 지나면 자연스러워질까 생각될 만큼 인공미 가득한 생태공원은 아직 풋풋하다. 하늘하늘한 벚꽃잎이 꽃비되어 흐르며 아쉬운 마음을 위로한다. 공원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인공으로 가득하지만 풀과 나무가 자연스레 그 공백을 시간과 함께 메워갈 것이다. 길 가득한 나무계단을 오르고,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면 40여 분 만에 뜬봉샘이다.

길 가득한 질경이는 지나는 동물에 붙어 씨를 퍼뜨린다. 매우 흔한 풀이지만 해열과 이뇨에 좋다고 한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금강 발원지 뜬봉샘. 산 너머 5km 떨어진 곳에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뜬봉샘 아래 첫 마을은 금강과 섬진강 발원지가 갈라진다는 뜻을 지닌 수분마을이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조선을 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릴 때 마지막 날 봉황새가 날아가서 뜬봉샘이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누군가 뜬봉샘 주변을 자그마한 공원으로 만들 때 밟고 올라가서 촬영하면 좋은 만한 곳에 큼지막한 돌을 갖다 놓는 센스를 발휘했다. 

큼지막한 돌 위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뜬봉샘 증명사진도 담아낸다. 내려오는 길은 에둘러 이어지는 임도를 택하기로 했다. 임도를 그대로 끝까지 따라가면 주차장을 지나쳐서 뜬봉샘 아래 첫 마을인 수분마을까지 가게 되니 중간에 생태공원 쪽으로 길을 잡아서 주차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수분(水分)마을은 말 그대로 물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뜻이다. 산 너머 북쪽에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자리한다는 것을 알면 마을 이름이 범상치 않음에 동감할 것이다. 

뜬봉샘 부근에서 길을 더 걸으려면 금강 물줄기를 따라 북진하며 장수읍을 거쳐 진안 용담호로 향하는 루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은 대체로 물줄기를 따르는 유순한 길인데 비해 ‘백두대간’이란 높고 거친 이름을 가진 듯하다. 대중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산뜻한 이름이면 어땠을까 싶다. 

함께 둘러보세요
장수 논개 사당 의암사(義岩祠) 

장수읍내 의암호 동쪽의 논개사당.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장수읍내 의암호수 동쪽에 서남향을 보고 들어선 논개사당 의암사가 있다.

장수군 장계면 주촌마을에서 태어난 논개는 임진왜란 중 왜군이 2차 진주성 싸움의 승전 자축연을 벌일 때 왜장을 남강 옆 바위 위로 유인해 가락지 낀 열손가락을 풀어지지 않게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하여 순절한 여인이다. 출신이 기생이라는 이유로 120년이 지난 경종 1년(1721년)에야 공식적인 국가포상과 순국사실을 인정받았다.

논개영정을 모셔놓은 의암사 앞에서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다만 장수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논개는 마을 훈장인 주달문과 어머니 밀양 박 씨의 딸로 태어난 양반집 규슈라고 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갖은 어려움을 겪다가 장수 현감 최경회의 첩으로 들어간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2차 진주성 전투에 참전한 지아비 최경회가 죽자 일본군의 승전 자축연에 관기로 위장하여 술에 취한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꾀어내어 남강 바위 위에서 끌어안고 투신하였다고 한다. 

2008년 논개 국가표준영정으로 지정받은 영정. 장수지역 인산 주 씨 문중의 여인들을 촬영하고, 유전인자를 추출하고 분석하여 논개에 가까운 얼굴 모형을 찾아 그렸다고 한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의암호 소망터널에 달린 사연. ‘나도 그래!’ 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진 / 윤문기 객원기자

의암사 기념관에서는 장수에서 전하는 논개이야기를 중심으로 논개의 일대기가 설명된다. 해마다 음력 9월 3일 논개를 기리는 제사가 이곳에서 거행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