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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과 오름을 달리며, 제주 자연에 뛰어들다2018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 10km 코스 참가기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5.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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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러닝은 기본적으로 달리기 대회이지만 순위보다는 자연을 즐기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레포츠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의 메인 무대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인근에는 10km 코스 출발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출발에 앞서 사회자가 “달리면서 제주 유채꽃을 눈에 담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라는 말처럼, 트레일 러닝은 기록보다는 자연 속을 달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레포츠다.

참가자들 간 서로 배려하는 훈훈한 분위기
출발선 앞으로 뻗은 길에는 제주의 4월을 빛내는 유채꽃들이 늘어서 있다. 신호와 함께 출발한 참가자들은 잰걸음 같은 속도로 유채꽃밭을 가로지르며 숲길로 접어들고, 코스 중간에 배치된 진행요원들은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를 건넨다.

각양각색의 복장을 입고 대회에 참가한 러너들. 사진 / 노규엽 기자

트레일 러닝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의 복장도 제각각이다. 후드티나 추리닝 복장, 대회 참가기념 티셔츠를 걸치는 등 자유로운 옷차림의 참가자들이 많이 보이는 한편, 마라톤 동호회 단체티를 갖춰 입은 참가자들도 눈에 띈다.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에 단체 참가했다는 원효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 클럽의 특성상 ‘서브 3’ 같은 기록을 추구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펀 런(Fun Run)’을 지향하고 있다는 동호회 회원들은 “지난 2014년 대회에 참가했던 회원들이 트레일 러닝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이번 대회에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며 “트레일 러닝의 의의에 맞게 기록보다는 서로 보폭을 맞춰 달리며 제주 자연을 즐기기로 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개인 페이스를 중시한 질주보다는 앞서가던 사람이 잠시 멈춰 스마트폰으로 뒤따라오는 회원들을 촬영해주면서 나란히 달려 나가는 모습이다.

트레일 러닝에서의 달리기는 다른 참가자의 진행을 방해하지만 않는 선에서 자유롭다. 숲 속을 지나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면 길옆에 잠시 멈춰 사진 촬영을 마음껏 하고, 다른 참가자를 앞지를 때는 “먼저 지나가겠습니다”와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배려의 모습들이 보인다.

발걸음이 멈추는 풍경에서 마음껏 사진 촬영을 하는 것도 자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길이 정체되는 구간에서는 모르던 참가자들끼리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힘든 구간에서는 서로 더욱 돈독해져
트레일 러닝에서는 마냥 평지를 달리지 않는다. 제주 대회에도 표고 342m인 따라비오름이 포함되어 있다. 완만한 굴곡을 달리다 갑자기 등장한 계단에 많은 참가자들이 걷기를 택하는 모습이다. 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참가자들도 있지만, 싫은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다.

연인은 서로 손을 잡고 천천히 오르고, 아이와 함께 참가한 어머니는 “조금만 힘내자”며 서로를 응원한다. 그리고 오름 정상부가 가까워질수록 잠시의 고생을 보상해주는 제주 풍경이 펼쳐진다. 가시리 곳곳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와 주변 오름들이 까마득히 펼쳐지고, 제주 바람이 땀을 식혀주니 참가자들은 다시 달릴 힘을 얻는다.

따라비오름 구간이 시작되자 천천히 걸어가는 참가자들. 사진 / 노규엽 기자
정상부에 도착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따라비오름 능선을 빙 둘러 달리며 주변 풍경을 한껏 즐기고 나면, 오름을 내려서서 다시 평지가 이어진다. 눈앞으로 거인처럼 다가온 풍력발전기가 반갑고 주최측에서 준비한 물을 마시며 마지막 코스로 접어든다.

코스 끝머리에 이르니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수다를 떠는 참가자들도 더러 보인다. 천주교봉사단체 초이스제주 멤버들과 참가했다는 박미지 씨는 “액티비티한 활동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처음 참가해보았다”며 “생각보다는 힘들었지만 친구들만 괜찮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 옆을 지나던 한 모자는 “다음에는 동생이랑 다함께 와도 좋겠다”며 아들과 두런거린다.

다시 유채꽃밭이 보이기 시작하면 10km 코스의 마무리 단계.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모든 참가자들이 결승 테이프를 끊을 수 있도록 진행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완주 기념 메달도 빼놓을 수 없는 성취감. 올해에는 돌하르방 모양의 메달이 수여되어 더욱 제주다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회 종료 시간은 출발 3시간만인 오후 12시이지만, 오전 11시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므로 오후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다. 결승점에서 다시 마주친 원효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도 오후에는 여행 일정을 알차게 짜놓았다. 동호회의 이은영 총무는 “제주까지 와서 대회를 참가하는 게 돈은 많이 들지만 서울 대회와는 달리 여행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며 “회원들과 함께 4.3평화공원도 들러보고 요즘 인기 많다는 제주 맥주 시음도 해본 후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라며 대회장을 떠났다. 트레일 러닝이 여행의 한 방식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누구나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결승 테이프를 끊을 수 있도록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국내 트레일 러닝의 저변 확대
트레일 러닝은 숲 속 오솔길이나 시골길을 뜻하는 ‘trail’과 달리기를 뜻하는 ‘running’이 만난 단어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범주를 넓혀온 트레일 러닝은 이제 국내에서도 주로 대회를 통해 접할 수 있다.

트레일 러닝 대회들은 참가자들이 스스로에게 적합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코스를 마련해 놓는 점이 특징. 대회마다 초심자를 위한 5km 또는 10km 코스가 있고, 중급자가 도전할 만한 50km 내외 코스, 그리고 자연 속에서 극기를 이뤄내고픈 상급자를 위한 100km 코스도 있는 등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다.

트레일 러닝 코스 도중 멋진 풍경이 펼쳐지면 달리는 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걸어도 되고, 풍경과 함께 쉬어가도 되는 점이 트레일 러닝의 매력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2011년에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이 시작될 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한 대회였지만, 최근 수년 들어 대회 종류와 개최 지역도 다양해졌다. 먼저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은 지난해부터 봄과 가을에 2회 개최하면서 참가 기회를 늘렸고, 지난 4월 21일 성료된 KOREA 50K 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도 4년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지난 2016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처음 시작된 ‘The North Face 100(TNF100)’이 5월 19일 강릉에서 개최되고, 오는 9월에는 경기도 평화누리길과 비무장지대의 자연을 달릴 수 있는 DMZ 트레일러닝이 개최된다.

이와 더불어 각 지자체에서 준비하는 트레일 러닝 대회도 생겨나고 있어, 원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며 트레일 러닝으로의 첫 발을 디뎌볼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코스 길이와 난이도, 참가비 등은 대회마다 차이가 있으니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노규엽 기자  yupgi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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