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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영광 섬 여행] 붉은 노을과 낭만의 달밤이 기다리는 낙월도 백패킹
[영광 섬 여행] 붉은 노을과 낭만의 달밤이 기다리는 낙월도 백패킹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5.03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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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섬이 전해주는 자연에 빠져든다
낙월도는 '달이 진 섬'이라는 섬 이름답게 낙조와 달이 무척 아름답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영광] 크고 작은 5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9개의 유인도와 43개의 무인도가 합쳐져 있는 전남 영광군 낙월면. 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섬들 사이에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낙월도는 자연적으로도 신비로운 광경을 품고 있어 영광 섬 여행의 최적지다. 바람, 바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을 섬 안에 감추어놓았기 때문이다.

낙월도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루 세 번 갯벌이 드러나는 바다를 보며 조용한 마을 구경을 하는 여행도 좋고, 천천히 거닐어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섬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도 매력 있다. 여기에 낙월(落月)이라는 섬 이름에 의미를 부여해 아름다운 낙조를 보고 달과 함께 하룻밤을 지새보는 백패킹을 즐기기에도 아주 좋은 조건이다.

‘백패킹의 성지’라 불리는 달과 새우의 고장
낙월도는 상낙월과 하낙월 두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낙월에는 면사무소가 있는 ‘큰 마을’과 섬 최고봉이 있고, 보다 서쪽에 위치한 하낙월은 상낙월에 비해 작은 마을과 작은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여객선은 두 섬의 선착장에 모두 정박하지만, 여행객들은 대부분 상낙월도에 몸을 내린다.

낙월도 주변 바다에서는 새우가 많이 잡혀 예부터 새우의 고장으로 이름을 알려 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하루 세 번 갯벌이 드러날 때면 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상낙월도 선착장에서 유난히 짠 바다내음을 맡게 된다면 그것은 필시 새우의 짠내다. 낙월면에 속한 칠산바다를 비롯해 낙월도 인근 해역에서는 젓갈을 담그는 용도인 젓새우가 많이 잡혀 상ㆍ하낙월도 두 섬은 예로부터 ‘새우의 고장’으로 명성을 알려왔다.

낙월도 새우잡이는 매년 4월 말경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지는데, 잡히는 시기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고 한다. 음력 4~5월경에 잡히는 새우로 만드는 젓갈은 오젓, 6월은 육젓, 8~10월까지는 추젓으로 부르는데, 이중 육젓을 으뜸으로 친단다.

이름 유래와 관련된 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백제가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운명을 다할 무렵, 어느 왕족이 배를 타고 피신하다가 달이 지자 항로를 잃었다. 그래서 달이 져버렸던 섬에 정착하고 ‘진달이 섬’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후일 행정구역을 정리하면서 한자어를 사용해 낙월도라고 칭했다는 것이다.

낙월도에도 민박을 치는 집들이 몇 곳 있지만, 백패킹이라는 방식으로 단출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이유도 고요함 속에 달을 즐기려는 욕구 때문이다. 각 섬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인 상낙월(갈마골) 해수욕장과 하낙월 해수욕장이 캠핑을 하기 좋은 장소. 먼저 하낙월 해수욕장은 마을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지만 해변이 작은 편이고, 상낙월 해수욕장은 넓은 해변을 지닌 반면 마을과는 봉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대신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고 마을에 민폐를 끼칠 여지도 적은 상낙월 해수욕장을 더 추천한다. 두 장소 모두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는 샤워시설도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다.

어느 곳에 자리를 잡든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달과 까만 밤하늘에 수놓인 별들, 그리고 멀리 바다에서 불을 밝힌 새우잡이 어선이 함께 하는 하룻밤 캠핑은 호젓한 감상을 자아낸다.

캠핑 장소로 좋은 두 개의 해수욕장에는 텐트를 설치하기 편한 정자 등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상낙월 해수욕장보다 해변 규모는 작지만 또다른 운치가 있는 하낙월 해수욕장.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낙월도 가는 배편
칠산타워가 있는 향화도 선착장에서 하루 3회 운행하며 소요시간은 약 1시간이다. 향화도 출발 기준으로 오전에 2대, 오후에 1대가 운행하며, 하절기(4.1~10.15)와 동절기(10.16~익년 3.31)에 따라 출발시간 차이가 있다. 조석 흐름에 따라서도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보고 가야 한다. 여객선을 미리 탑승한 후 매표를 하는 시스템이며, 요금은 대인 기준 5500원이다. 차량 선적도 가능하며 요금은 차량 종류에 따라 다르다.
주소 전남 영광군 염산면 향화로 2-10 (칠산타워)

바다와 섬, 야생화가 함께 하는 트레킹
상낙월 해수욕장을 기점으로 삼으면 해수욕장 인근에 입구가 있는 트레킹 코스에 들어서 동부 해안선을 걷게 된다. 김병원 낙월면 부면장도 “크게 높낮이가 없이 완만하여 부담 없이 트레킹하기 좋은 요건을 갖췄다”고 소개한 길. 두 낙월도가 뭇사람들에게 ‘백패킹의 성지’라 불리는 이유는 트레킹 코스에서도 밝혀진다. 갈림길이 거의 없는 외길을 따라 길이 잘 닦여있어 걷기가 편하다는 점. 30분이 멀다 하고 계속 만나게 되는 벤치며, 정자, 전망대 등의 쉼터들이 걷는 이를 위한 배려를 느끼게 한다.

낙월도 트레킹에서 보이는 풍경은 여타 섬 트레킹과도 차별성이 있다. 주변 바다로 크고 작게 보이는 대각이도, 송이도 등의 섬들과 햇볕에 반짝이는 은빛 바다도 풍경이 좋고, 조수간만의 차이로 생겨나는 풀등이 보이는 광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썰물이 빠져나가면서 모래사장처럼 섬이 생겨나는 현상인 풀등은 자연현상으로도 신비롭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줘 더욱 신기하다.

길 주변으로 다양하게 피어나는 야생화들도 반갑다. 이제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워진 노란 민들레 군락이며, 보랏빛이거나 청색을 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카메라를 들게끔 하는 매력이 있다.

상낙월도 트레킹 코스는 길이 잘 나있고, 휴식 공간이 많아 걷기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코스 중에서 내려다 본 누앳머리와 풀등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코스를 따르다 ‘윗머리(웃머리)’ 이정표를 만나면 상낙월 해수욕장을 오가는 콘크리트 도로와 만나는데, 트레킹 코스를 따르려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이정표를 찾으면 된다.

쉼터마다 설핏 보이는 바다 전망과 야생화에 취해 걸으며 통신탑 정상을 지나쳐 내려가다 보면 ‘누앳머리’ 이정표를 만난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까마득한 내리막 계단. 낙월도 트레킹 코스에서 몇 없는 갈림길 중 하나다.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조수 차이에 따라 은밀한 갯벌이 드러나는 기암괴석 해변을 만날 수 있지만, 길은 더 이어지지 않으므로 반드시 가보지는 않아도 된다.

누앳머리를 지나쳐 계속 걸음을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상낙월과 하낙월을 이어주는 연도교로 내려서며 상낙월도 트레킹 코스를 마무리한다.

낙월도 또 하나의 자랑, 수석을 만나다
상낙월도에서 연도교를 건너면 하낙월도에 들어선다. 마을 방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다 오른쪽에 나타나는 경사진 길에 들어서면 하낙월도 트레킹의 시작이다.

하낙월도 풍경은 상낙월도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상낙월도의 온전한 모습을 연도교와 함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초원 같은 길을 걸어 첫 번째 정자에 오르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는 낙조를 잘 감상하라는 의도인지 바다와 가까운 기암괴석까지 데크가 이어져 있기도 하다. 정자에 배낭을 놓고 잠시 다녀오면 다른 각도의 상낙월도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하낙월도에서 당너매는 꼭 들러볼 매력이 있다.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자갈 해변을 만나는데, 낙월도의 자랑 중 하나인 수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라고 한다.

하낙월도 트레킹을 시작하면 상낙월도와 두 섬을 잇는 연도교가 한눈에 보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하낙월도 마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수석전시관. 사진 / 노규엽 기자

당너매 위 정자쉼터에는 하낙월도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도 있지만, 김병원 부면장이 “트레커들에겐 크게 의미가 없는 길”이라 귀띔한 바 있으므로 굳이 향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로 해안선을 따라 트레킹을 이어가면 길 아래로 하낙월 해수욕장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며 대미를 장식한다. 상낙월 끄트머리와 하낙월 선착장 그리고 멀리로 신안군의 섬들이 함께 보이는 이 곳은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충분하다.

마을로 내려와 상낙월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수석들을 모아 놓고 꾸민 꽃밭과 바닷가 갈매기 무리들이 걷는 이를 배웅해준다. 노을과 달밤이 아름다운 낙월도, 달이 떠오른다. 가자!

Tip 상낙월도 선착장 여객선 대기실 옆에는 ‘섬마을식당 1호점’인 ‘진달식당’이 있다. 간단한 식사 메뉴와 음료를 구비하고 있고,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이다. 인근에 슈퍼도 한 곳 있지만 항상 문을 열지는 않으므로, 캠핑에 필요한 식량과 물품 등은 섬에 들어오기 전에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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