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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봄 여행주간]누구나 걷기 좋은 길, 횡성 호수길 5구간
[봄 여행주간]누구나 걷기 좋은 길, 횡성 호수길 5구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8.05.08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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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호수 바람 맞으며, 굽이굽이 오솔길을 걷다
횡성 호수길 5구간은 횡성 호수를 따라 펼쳐진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횡성] 강원도 횡성군의 횡성 호수를 따라 굽이굽이 오솔길이 펼쳐진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쉬엄쉬엄 걸어가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횡성 호수길 5구간은 누구나 걷기 좋은 길이다. 그래서 이 길을 ‘가족길’이라 부른다.

4.5km의 가족길이 시작되는 망향의 동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바로 2000년 11월 준공된 횡성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횡성군 갑천면의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부동리, 포동리 등 5개 마을이 물속에 잠겼기 때문이다.

횡성 호수의 전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횡성 호수길 5구간은 ‘가족길’로 누구나 걷기 편한 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수면 아래로 선명하게 보이는 도로…
마을길 호수에 잠기다

망향의 동산에서 5구간을 따라 걷다 보면 호수에 잠긴 옛 도로가 여전히 수면 아래로 이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불과 20여 년 전, 저 길을 따라 마을 주민들(253세대의 938명)이 오가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그들이 살았던 생활 도구와 당시 모습들이 망향의 동산 ‘화성의 옛터 전시관’에 비치되어 있다.

김희선 횡성군 관광개발담당은 “횡성 호수가 간직한 수몰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횡성 호수길을 걸으며 ‘망향’이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이라며 “특히 ‘가족길’은 장애인과 노인, 영·유아 동반가족 등이 걷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무장애길 구간으로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 호수의 가족길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마을길이 잠긴 호수를 따라 오른쪽 길로 걸으면 시원한 그늘과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 발끝으로 느껴지며, 신작로처럼 탁 트인 왼쪽 길은 시원스럽게 펼쳐진 횡성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날씨가 덥다 보니 대부분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시원한 그늘이 펼쳐진 오른쪽 길로 발길을 옮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 소리와 함께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

귀뚜라미와 해바라기, 토끼 얼굴, 달팽이, 거북이 등의 모양을 한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김희선 관광개발담당은 “나무 조형물들은 횡성 호수길을 조성하면서 재능있는 한 인부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버려진 나무들을 가지고 하나, 둘 만들다 보니 어느 새 20여 조형물 코너가 생겨났고, 이 조형물 정원에 계절별로 예쁜 꽃이 피는 야생화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작로에 조성된 수양백도화. 사진 / 조용식 기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조형물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푸른 수면으로 비치는 호수길의 반영을 감상하며…
전망대도 들어설 예정
가족길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마치 강가에서 그물이 활짝 펴질 때 모습 같기도 하고, 횡성 한우의 코를 꿰뚫어 끼우는 코뚜레 모양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들 사이로 바라보는 횡성 호수의 청정한 모습은 도시의 답답함을 탁 트이게 만드는 청량제와도 같다. 횡성군은 호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2~3곳을 전망대로 조성해서 길을 걷는 여행자들에게 힐링과 휴식의 장소로 만들 계획이다.

호수길을 걸으며 사진에 담아야 할 풍경이 있다. 바로 잔잔한 푸른 수면에서 비치는 가족길의 반영이다. 어느 화가도 이런 모습의 데칼코마니 풍경을 화폭에 쉽게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호수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일 때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버린다.

김혜지 시골투어 대표는 “횡성 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여행자들의 모습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일명 ‘소확행’)을 느낄 수 있었다”며 “횡성 호수길은 한우 산지로 유명한 횡성을 가족 여행지 횡성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게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횡성 호수길 5구간을 걷는 사람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오르막과 내리막을 안내하는 안전줄.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소확행
소확행은 1994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 섬의 오후>라는 수필집에서 처음 쓴 말이다. 하루키의 수필집에는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소확행)가 아닐까 생각하는데…”라고 적혀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은 횡성군이 여행 테마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정신이 맑아지는 산림욕장… 그리고 수몰 지역의 흔적들
다시 길을 나선다. 호수길 안내판이 보이고, 마치 연꽃이 피어 있으면 예쁠 것 같은 아담한 연못을 지난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안내하는 안전줄이 이어져 있지만, 걷기에 힘들 정도는 아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서로에게 밝고, 힘이 넘쳐나는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소나무와 잣나무가 곧게 뻗은 산림욕장이 보인다. 상쾌한 공기가 가슴 깊이 들어오니 더없이 행복한 기분이 전해지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수몰 지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횡성 호수길 5구간에서 만나는 산림욕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산림욕장에서 수몰 지역 흔적이 남은 곳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버려진 나무로 벤치와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있는 무덤들. 모두 수몰 지역의 마을 조상들의 무덤이다. 묘비 앞에 놓인 꽃다발과 잘 정비된 잔디를 보니 얼마 전에 성묘를 하고 간 모양이다.

산림욕장을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 정도. 이제부터는 길이 확 트인 신작로가 보이며, 횡성 호수의 풍경도 끊임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무로 만든 아담한 벤치와 귀여운 조형물도 어느 인부의 재능기부이다.

길 옆으로 이제 막 심은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걷는 이들을 반긴다. 횡성 호수는 걷는 이들에게 청량한 소리와 시원한 풍경을 선물로 내놓는다. 

그렇게 길을 걸어 다시 망향의 동산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이어진다. 길을 걷다 멀리 호수 주변의 골짜기를 바라보니 띄엄띄엄 길이 보인다.

횡성 호수를 주변으로 모두 6개의 걷기 좋은 길이 있다. 횡성댐에서 대관대리까지 걷는 횡성댐길(1코스), 대관대리에서 횡성온천으로 가는 능선길(2코스), 횡성온천에서 화전리로 이어지는 치유길(3코스), 화전리에서 망향의 동산까지의 사색길(4구간), 망향의 동산을 회귀하는 가족길(5구간), 망향의 동산에서 횡성댐까지 걷는 회상길(6구간)이 모두 횡성 호수길 코스이다.

횡성 호수길 주변 정보

범삼목장

범삼목장에서 치즈체험을 하는 사람들. 사진 / 조용식 기자

51만평 규모의 국내 유일 환경친화목장으로 지정된 유기농 목장. 목장에서 생산하는 체다치즈를 이용해 스트링치즈를 만들기. 피자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한다. 야외 체험으로는 송아지 우유 주기, 동물 먹이 주기 등이 있다.
주소 강원 횡성군 하대6길 102

고라데이 마을

달빛걷기, 화전움막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고라데이 마을. 사진 / 조용식 기자

고라데이는 강원도 사투리로 ‘골짜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라데이 마을은 화전민의 후예들이 강원도의 순박함으로 살아가는 마을이다. 밤도깨비랑 달빛걷기, 화전움막체험, 봉명폭포 트레킹 등 1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주소 강원 횡성군 청일면 봉명로 375-1

횡성역

횡성역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횡성군 여행의 시작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횡성역. 최영열 횡성역 부역장은 “주중 3~400명, 주말에는 약 600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평일에는 10회, 주말에는 11회 운행한다”고 말했다. 약 1시간 15분 소요된다.
주소 강원 횡성군 횡성읍 생운리 264-4

안흥찐빵

찰지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면사무소 안흥찐빵. 사진 / 조용식 기자

안흥찐빵은 막걸리로 밀가루를 숙성시켜, 찰지고 구수한 맛을 내는 횡성의 먹거리다. 안흥찐빵의 원조인 면사무소 안흥찐빵은 주말이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몰린다. 오는 10월 12일부터 사흘간 제12회 안흥찐빵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주소 강원 횡성군 안흥면 안흥찐빵마을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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