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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영광 미식 여행]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하고 장어구이로 원기 보충
[영광 미식 여행]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하고 장어구이로 원기 보충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5.14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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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가 비싸다면 제값 하는 ‘풍천장어’ 먹어야
영광에서는 큰 사이즈의 장어구이를 별도로 파는 집들이 있다. 씹는 맛이 남다르다는 이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영광] 기다란 생김새를 지닌 장어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 스테미너 보양식으로 명성이 높다. 비타민 함량이 높고 뼈를 제외하고는 온통 단백질 덩어리이기에 피로 회복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종류도 다양해서 바다에서 나는 붕장어(일본명 ‘아나고’)와 갯장어(일본명 ‘하모’), 먹장어(꼼장어) 등이 모두 인기가 많지만, 최고로 치는 건 뭐니뭐니해도 민물장어(뱀장어)다.

흔히 민물장어를 풍천장어라고도 부른다. 바람과 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란 장어라는 의미. 바다에서 태어나 민물로 이동해 살아가는 민물장어의 생태를 아주 잘 풀어낸 말이다. 그래서 민물장어가 유명한 지역은 강화, 파주, 고창 등 갯벌이 있는 서해와 맞닿은 곳이다. 이 중 강화도는 민물장어를 자연 상태의 뻘에서 3개월 이상 키운 것을 갯벌장어라 부르며 유명세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강화보다 먼저 갯벌장어를 생산했다는 곳이 전남 영광이다. 영광에서는 뻘에 ‘둔벙(웅덩이)’을 파서 장어를 키우는데, 양식장 장어와 비교해 맛이 더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민물장어가 구워지며 내는 고소한 기름 냄새는 군침을 자극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민물장어는 구이나 탕으로 주로 먹는다. 그렇지만 장어는 역시 구워먹는 게 제 맛이다. 특히 영광에서는 장어만큼이나 유명한 영광 소금을 툭툭 뿌려 구워내는 맛이 일품. 머리와 뼈를 제거한 몸통을 숯불에 살살 구우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면서 흰살 생선의 맛이 더욱 깊어진다.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입 안 가득 장어향을 채우는 민물장어는 비싼 몸임을 맛으로 증명한다.

영광에는 백수해안도로와 연결되는 갯벌 주변으로 장어집들이 집중되어 있다. 장어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직접 양어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민물장어는 보통 kg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데, 크기 차이가 맛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몸집이 큰 장어와 작은 장어를 구분하여 파는 집들이 있다. 혀에서 느껴지는 맛과 별개로 씹는 맛은 아무래도 큰 장어가 더 좋다는 이유다. 기분적으로도 장어구이 한 점에 입안이 가득 차는 쪽이 만족감에서 앞선다.

여러 장어류가 모두 보양식이지만, 민물장어를 먹을 때는 제값 하는 풍천장어를 택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장어구이는 밥과 함께 반찬으로 먹어도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잘 구운 민물장어의 살은 취향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먹어도 옳다. 소스를 찍어 생강과 곁들여 먹어도, 깻잎 등에 쌈을 싸먹어도 좋고, 흰 쌀밥에 반찬으로 먹어도 고유의 진한 맛과 향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민물장어는 비싸지만 동시에 포기할 수 없는 맛을 지녔다. 이왕 먹기로 결정했다면 제값 하는 장어를 제대로 먹는 게 제일. 풍천장어가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를 안다면 영광군 백수읍 인근의 장어집들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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