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동계올림픽의 고장, 변함없는 스키점프대... 평창으로 신토불이 힐링 여행
동계올림픽의 고장, 변함없는 스키점프대... 평창으로 신토불이 힐링 여행
  • 이두용 객원기자
  • 승인 2018.05.16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장서 느끼는 올림픽 함성…대관령 양떼 체험, 강원 특산물 맛보기도 가능
평창 스키점프대에서 내려다본 안개 낀 선수촌 풍광이 마치 유럽 마을 같다. 사진 / 이두용 작가

[여행스케치=평창] 눈을 감으면 아직도 지난 2011년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외친 “평창(Pyeongchang)!”이 떠오른다. 강원도 평창은 2011년 당시 위원 66%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2월, 평창은 세계가 집중한 가운데 스포츠의 꽃을 활짝 피웠다.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동계올림픽. 환호의 시간을 떠나보낸 평창의 오늘이 궁금했다. 올림픽의 영광을 마음에 새기고 청정 강원도의 힘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평창. 안개로 가득한 봄날, 평창의 하루를 돌아봤다.

스키점프대를 배경으로 이번 팸투어 인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이두용 작가

하늘로 비상하는 평창의 상징, 스키점프대
평창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오랜만의 강원도. 세계인의 축제였던 동계올림픽 기간, 집에서 응원했던 터라 평창으로의 걸음이 더욱 기대됐다. 잊고 지내던 연인을 만나러 가듯 설렜??

강원도에 접어드니 버스는 자연의 품에 안긴다. 국토의 64%가 산림인 우리 땅이 자랑스러운 이유다. 스르르 잠이 드나 싶었는데 창밖으로 몽롱하게 커다란 인형 두 개가 보인다.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 세계인의 함성이 울렸던 곳, 평창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났다.

스카이라운지에는 스키점프를 형상화한 생생한 사진과 조형물이 있다. 사진 / 이두용 작가

평창의 첫 여정은 동계올림픽에서 시원한 활강과 멋진 비상을 보여줬던 스키점프대다. 경기용 2기와 연습용 3기로 총 5기의 코스가 있다. 눈에 보기엔 널따란 잔디광장에 이어진 큼지막한 미끄럼틀인데 눈이 덮여 있다고 생각하니 응원 소리가 들리는 듯 손에 땀이 쥐어진다.

우리에겐 올림픽 이전에 스키점프로 이미 하나가 된 적이 있다. 바로 영화 <국가대표> 덕분이다. <국가대표>는 지난 2009년 이곳 평창에서 촬영됐다. 그리고 10년 뒤인 올해 2018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전 세계 국가대표의 땀과 눈물로 영화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아름답고 멋진 실화다. 

모노레일을 타면 경기의 출발선 근처까지 올라간다. 다만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정상에 오르니 발밑이 구름이다. 활강하기 직전 선수들의 마음을 경험하고 싶어서 올라왔는데 신선이 된 체험을 한다. 아쉽다. 맑은 날 정상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켜켜이 이어진 능선을 조망하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릴 것 같다. 일대는 알펜시아 스키장이다. 겨울에 다시 와야지 싶다.

올림픽 개최 당시를 형상화한 역사관 입구 올림픽 조형물. 사진 / 이두용 작가

점프대 건물 2층엔 대관령 스키 역사관이 있다. 국내의 썰매와 스키 역사를 오롯하게 담아놓은 곳이다. 관심 없이 들여다봤다가도 어느새 저마다 “우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우리나라 스키의 깊은 역사에 놀라고 과거 사용했던 장비에 또 한 번 놀란다.

크고 작은 장신구와 트로피, 기념품도 눈에 띈다. 마치 스키점프대가 경기장이면서 하나의 박물관이고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의 기념비가 된 듯한 기분이다. 자랑스러웠다.

대관령 하늘목장에서는 양 먹이 주기 프로그램이 인기다. 사진 / 이두용 작가

대관령 하늘목장…하늘과 이어진 양들의 천국
강원도는 자연이 좋다. 자연은 사람에게 좋다. 모든 동물에게도 좋다. 덕분에 강원도에는 방목하는 대형 목장이 여럿 있다. 제주도나 다른 지역과 환경이 다르니 목장의 느낌도 달랐다. 하지만 이곳 역시 안개. 뿌연 시야 때문에 마음에도 안개가 차는 듯하다.

대관령 하늘목장 입구에는 풀어서 기르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논다. 말과 양, 젖소 등이 평화로워 보인다. 목장에선 방문객이 이들과 어울릴 수 있게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에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양 떼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재미다. 사진 / 이두용 작가

울타리 밖에서는 물론 안으로 들어가서 양과 뛰놀며 건초를 건넬 수 있다. 먹이를 주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밝다. 시골투어 서포터즈인 대학생 이현정 씨는 “처음에는 양들이 덤벼드는 것 같아 놀랐는데 계속 먹이를 주다가 보니 귀엽다”며 “시간 내서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지지만 누구 하나 찡그리는 표정이 없다. 자연이 주는 교감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곳 트랙터 마차는 방문객에게 최고 인기다. 사람의 키만큼 높은 바퀴를 가진 트랙터 뒤에 미국 서부 시대에서나 탔을 법한 커다란 마차를 달았다. 비록 말이 끄는 것은 아니지만 목장 풍광과 어울리며 운치를 더한다. 트랙터 힘이 세서 마차는 가파른 경사도 잘 오른다. 

하늘목장에서는 트랙터 마차를 타고 목장 내부를 돌아볼 수 있다. 사진 / 이두용 작가

마차를 타고 도착한 목장 정상. 자신을 마부라고 소개한 안내자는 “원래는 안개 뒤로 넓은 평야가 보인다”며 “이곳이 본래는 하늘목장에서 뷰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다음에 날이 좋은 날 다시 와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다. 

정상엔 안개비가 내린다. 고산지대라 서울보다 계절이 반 박자 느린 이곳. 이제야 봄의 절정이 지나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초목이 더 없이 싱그럽다. 시야를 가려 더 몽환적인 봄이다. 수년간 이곳에서 일했다는 마부도 처음 본다는 광경, 처음 와서 본 나는 오히려 더 행운이 아닐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으니 더 조용히, 더 찬찬히 걷게 된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자연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 평화롭고 좋다.

바우파머스몰 내부 모습. 깔끔하게 정비된 선반 위에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 / 이두용 작가

오래된 건물이 농부의 상점으로 환골탈태
하루가 짧다. 같은 하루인데 다른 길이로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도 아닌데 평창이 새롭다. 다음은 어떤 코스일까. 유종의 미는 바우파머스몰이다. 외관이 모던하고 세련됐다. 알고 보니 30년 세월을 견딘 대관령 원예농협의 건물을 최신 트렌드로 리모델링한 것이란다. 과거의 것을 살려 오늘로 이어간다. 말 그대로 온고지신이다. 

김승옥 대관령 원예농협 상무는 “강원도와 평창의 특산물을 제품으로 개발해 도시민들도 믿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에 놓인 경운기가 인상적이다. 과거 농부의 상징이기도 했던 탈것이다. 당시엔 경운기가 집의 보물이면서 마을의 일꾼이기도 했다. 짐칸에 두둑하게 실린 농산물이 넉넉한 농부의 마음을 인테리어 한 것 같다.

바우파머스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승옥 대관령 원예농협 상무. 사진 / 이두용 작가

시원하게 트인 실내엔 걸으면서 보기 좋도록 강원도 특산물이 줄지어 전시돼 있었다. 강원도 농가 50여 곳의 100여 종 제품이 전시돼 있다. 제품들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뒤 이곳에 전시된다. 마치 유럽의 농촌 마트를 찾아온 기분이다. 고급 원두를 사용한다는 실내 한 편의 카페에선 향긋한 커피 냄새를 연신 뿜어낸다. 자연 방향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속 아이들처럼 커피 향에 이끌려 하나둘 카페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한 잔씩 커피를 받아 들었다. 내 손에도 어느 순간 따뜻한 커피가 들려 있었다.

2층으로 오르니 계단 옆 벽에 세계적인 드로잉 천재 김정기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다. 강원도와 평창, 바우파머스몰로 이어지는 스토리의 강약이 한 점의 그림에 강하게 담겨 있다.

바우파머스몰에서는 직접 담근 황태김치를 맛보고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진 / 이두용 작가

내부에선 황태김치 쿠킹 클래스가 열린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황태. 고랭지 배추와 어울려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김치를 직접 담가보니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난다. 본인이 담근 김치는 예쁜 통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평창에 온다면 꼭 체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