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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웰빙 수산물] 기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엄청 큰 멸치 '대멸'을 아시나요?
[웰빙 수산물] 기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엄청 큰 멸치 '대멸'을 아시나요?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5.24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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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만난 멸치회무침
4~5월에 기장군 대변항을 찾으면 어민들이 멸치털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부산] 뼈째 먹는 생선의 대표주자 멸치. 칼슘 섭취량이 많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인식이 있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특히 많이 먹였던 국민 대표 반찬거리다. 그 멸치가 ‘대멸’이라고 부를 정도로 커지면 맛과 영양도 더 풍부해진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계절, 산천에 초록빛이 감돌고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부산 기장군의 항구 중 하나인 대변항에는 어른 손가락만큼 큰 멸치들이 그물 가득 들기 시작한다. 어부들은 항구에 배를 정박하기 무섭게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고, 다시 멸치를 잡으러 부리나케 출발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멸치잡이의 계절이다.

약자인 멸치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국내에 어획되는 멸치는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한 종류다. 주로 볶음으로 먹는 실처럼 작은 멸치도, 국물을 내는 용도인 굵은 멸치도, 봄에서 여름이면 남해 어민들을 즐겁게 해주는 대멸도 우리가 늘 먹는 멸치와 같은 종이다. 크기는 단지 성장 차이인데, 그에 따라 씹히는 맛과 용도가 달라지니 단 한 종의 멸치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셈이다.

대멸은 자연풍경에 초록빛이 감돌고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야 잡히기 시작한다. 사진은 대변항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멸치털이는 상당히 힘든 일이라 어민들은 그물을 털어내며 노동요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대변항에서 오징어 TAC 관리와 멸치 동향을 조사하는 정순봉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매년 봄이 되면 산란을 앞둔 멸치를 잡기 위해 자망 어선들이 앞다투어 출항한다”고 말한다.

바다 속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멸치는 보다 큰 물고기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물고기 먹이사슬에서는 최하층에 속한다. 거기에 인간이라는 최대 포식자까지 있으니 멸치의 삶은 무척 고되게 느껴진다.

그래서 멸치는 빨리 자라서 많은 새끼를 번식시켜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멸치는 1년 반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중 성숙된 알을 가지나 주 산란기는 5~9월이다. 수심 200m 이내인 대륙붕의 수심 20~30m 층에서 산란하며, 보통 한 마리의 멸치가 낳는 알은 보통 4000~5000개 정도로 몸집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많다. 즉, 봄이 시작되면 산란을 하기 위해 청정바다인 기장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산란 전인 4~5월에 대멸이 제철을 맞는 것이다.

큰 멸치잡이 어선은 그물 가득 담긴 멸치들을 바다에서 곧장 뜰채로 올린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멸치광장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 저녁이 되면 불빛이 들어와 구경거리가 되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제철이라 해서 멸치잡이가 쉽지는 않다. 멸치는 따뜻한 물에 많이 살기에 바다 온도가 14도 정도로 올라와야 어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적정 수온이 맞는 날에는 멸치잡이 어선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다른 어선보다 먼저 멸치 무리를 파악한 후, 그물(유자망)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 오늘이 지나면 내일 또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배 한 척 가득히 잡아오고도 다시 어획을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4~5월 대변항에서는 힘든 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노동요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며 멸치를 터는 어민들의 모습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대변항에서 만나는 멸치의 다양한 모습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세 죽는다. 멸치잡이를 하는 현지에서만 멸치회를 구경할 수 있는 이유다. 정순봉 조사원은 “대멸은 주 산란기가 다가오는 5월 전에 살과 뼈가 연해서 회로 즐겨먹는 것”이라 알려준다. 어른 손가락 정도인 멸치를 어떻게 회로 뜨나 싶지만, 엄밀히 말하면 뼈와 가시를 발라낸 살점을 양념 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회무침이다. 정 조사원은 “대멸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회를 먹으면 너무 기름져서 미나리 등의 채소와 식초, 고추장과 함께 버무려낸다”고 말한다.

대변항에는 ‘ㄷ’자 형태의 항구를 따라 멸치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그 맞은편에는 멸치통젓이나 액젓, 크기 별로 말린 멸치 등을 판매하는 상인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여행과 함께 식재료를 구입해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대변항 인근 상인들이 손질해 놓은 멸치를 구입하면 보다 저렴하게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멸치찌개나 멸치조림을 밥과 함께 먹는 쌈밥도 별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식당에서 다양한 멸치 요리를 먹을 수도 있고, 상인들이 손질한 멸치를 사서 직접 회무침을 만들어 먹으면 비용이 저렴하죠. 부산에서는 이 시기에 젓갈을 만들기 위해 소금에 막 절인 멸치를 몇 포대씩 사가는 분들도 많답니다.”

어떤 상가에서는 김 만드는 판처럼 생긴 도구에 대멸을 반으로 갈라 널어놓고 말리는 장면도 보인다. ‘갈매기 멸치’라고 부르는 말린 대멸이다. 한 상인은 “보통 말린 오징어를 먹듯이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후라이팬에 기름과 고춧가루를 부어 볶으면 반찬으로도 좋다”며 또 하나의 멸치 반찬거리를 알려주기도 했다.

먹기도 좋고 맛도 좋고 건강에는 더 좋은 한국인 대표 반찬거리 멸치. 이 시기 대변항에서는 어민들이 멸치를 터는 삶의 현장도 구경하고, 멸치회무침으로 입맛도 살리는 일석이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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