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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옹도와 기암괴석의 비경을 간직한 '태초의 섬', 옹도... 유람선타고 만난 태안의 보물
옹도와 기암괴석의 비경을 간직한 '태초의 섬', 옹도... 유람선타고 만난 태안의 보물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8.06.0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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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닷길 가르며 만나는 서해의 보물 같은 풍경
옹도에서 바라본 태안의 바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선장의 설명을 들으며 태안 바다를 유람할 수 있는 신진항 안흥유람선.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조업을 나간 주꾸미 배 한 척이 보물을 발견됐다. 천년 가까이 깊은 바다 속에서 잠자고 있던 보물들이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이유는 물살이 빠르고 암초가 많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현재까지 고선박 4척과 중국 도자기 등 유물 3천600여 점이 출수 되는 등 지속해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보물밭이다.

그렇다면 수심 깊은 바다에 잠든 것만이 보물일까. 보물이 잠들어 있는 태안 바다 위로 세월이 깎아낸 기암괴석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태초의 섬들을 구경하는 것 역시 보석 같은 시간이다. 이러한 자연의 보물을 보는 데는 안흥외항인 신진항에서 출발하는 안흥유람선만한 게 없다.

1907년부터 불을 밝혀온 옹도등대. 그 앞 중앙광장에 태안을 상징하는 조영물들이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옹도등대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전경. 사진 / 김샛별 기자

106년 만에 개방된 등대섬, 옹도
1907년 1월부터 불을 밝힌 옹도등대는 106년 만인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신비의 섬’, ‘태초의 섬’ 등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

유람선이 옹도에 가까워지면 안흥유람선 선장의 방송이 들린다. “꼭 항아리를 놓아둔 것처럼 생겨서 옹도라 이름 붙은 섬”이라며 “한 시간 동안 섬을 둘러보고 오라”고 말한다. 워낙 작은 섬이기 때문에 한 시간도 넉넉하다.

배에서 내리면 등대의 등명기(등대 불빛을 내는 장치)를 본따 만들어둔 입구가 뭍에서 온 이들을 맞는다. 올려다본 고개엔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푸른 하늘, 언덕에 자리한 정자가 보인다.

항아리를 덮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섬, 옹도. 사진 / 김샛별 기자
옹도에 선착한 배에서 하선하는 승객들(좌)과 전시동, 전망대 등이 있는 옹도등대(우). 사진 / 김샛별 기자

조금 가파른 듯한 계단을 오르는 일도 동백터널을 지나는 일이라 그 자체로 즐겁다. 유람선이 가르고 온 한가롭고 평화로운 바다를 볼 수 있는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 뒤, 옹도등대로 향한다.

옹도등대는 전시관과 하늘전망대로 나뉘어 있다. 하늘전망대로 오르면 유람선이 가지 않은 반대쪽 바다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낚시를 하는 어선들이 보이기도 하고, 섬에서 섬으로 태안의 작은 무인도들을 오가는 배들도 보인다.

전시관에는 옹도등대가 포함된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등대 16경’은 물론 항료표지 및 등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간략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깨끗한 백사장과 원시 천연림이 있는 가의도. 사진 / 김샛별 기자
유람선에 앉아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승객들. 사진 / 김샛별 기자

원시 천연림이 있는 육쪽마늘의 원산지, 가의도
옹도를 거쳐 돌아 나오는 길. 출발 때 마주했던 가의도와 다시 마주한다. 코스 중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가의도는 안흥에서 서쪽으로 약 5km 정도 떨어진 작은 섬이다. 

박은서 태안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 ‘가의’라는 명나라 장수를 포함해 가씨들이 들어와 살아 가의도라 이름 붙은 섬”이라며 “지금은 가씨 집안을 모셨던 주씨들이 대부분이고, 고씨와 김씨가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태안에서 가의도는 육쪽마늘 원산지로 더 이름나 있다. 병충해가 없고 아린 맛이 적어 생마늘로 먹어도 속이 쓰리지 않으며 맛도 더 깊다. 가의도에서 재배하는 육쪽마늘은 모두 군에서 수매해 우량 종구를 태안 곳곳에 보급한다.

안흥유람선은 가의도에 정박하진 않지만, 신진항에서 하루 세 번 가의도 여객선이 운항해 들어가볼 수 있다. 일렁일렁 잔잔한 파도를 닮아 보이는 능선과 달리 온 섬이 원시 천연림이기 때문에 소솔길 트레킹 코스와 등산로가 나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힘든 편이다.

그러나 걷는 동안 만나는 마늘밭과 솔나무, 평소엔 보기 힘든 각종 야생화들을 볼 수 있어 찾는 이들이 심심찮게 있다. 밀물이 시작되기 전에 트레킹을 한다면 독립문바위까지 걸어서 가볼 수도 있다.

박은서 해설사는 또 “가의도 옆 정족도를 지날 땐 눈여겨보아야 해요”라며 “운이 좋으면 상괭이를 볼 수 있거든요”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상괭이는 서해와 남해에 서식하는 우리나라의 토종 고래.

웃는 고래로도 잘 알려진 상괭이 떼가 재작년, 태안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후로 이곳을 지날 땐 사람들이 꼬리지느러미로 바다 표면을 때리거나 물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다들 몸을 기울여 바다를 살핀다. 

독립문바위와 돛대바위. 사진 / 김샛별 기자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독립문바위. 사진 / 김샛별 기자

파도가 만들고 상상력이 그려낸 기암괴석들
해안 절벽에는 모양이 특이한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의도 동쪽에 있는 독립문바위와 돛대바위. 문처럼 가운데가 뚫려 있는 독립문바위는 그 모양 때문에 ‘아기를 업은 코끼리바위’로도 불린다.

한 눈에도 두툼한 코 모양으로 '코바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돌아 앉은 사자 모양을 하고 있는 사자바위. 사진 / 김샛별 기자

가마우지들이 쉬어가는 마도 끝자락에는 코바위가 유명하다. 두툼하고 높은 코 모양이 한눈에 보이고, 그 옆 기암괴석은 사이좋은 부부같다 하여 두 개의 바위를 묶어 부부바위로 부른다.

곧이어 사자바위도 보인다. 처음엔 무슨 모양인지 몰랐다가 배가 방향을 틀자마자 뒤돌아 앉아 있는 사자가 보인다. 그 옆에 솟아 있는 바위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배가 틀면 그제야 우둘투둘 솟아 있는 게 전부처럼 보이던 바위가 거북이 모양의 바위로 보인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 또 묘미다. 파도가 만들고, 인간이 상상력으로 덧댄 풍경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물살이 빠른 간장목. 사진 / 김샛별 기자

바위 근처에는 한눈에 봐도 조류가 무척 빠른 구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두 번째로 세다는 간장목이다.

신진대교를 건너면 주꾸미가 두꺼비 모양 청자 벼루와 고려청자를 안아 올린 안흥내항과 죽도가 금방이다. 안흥항은 낚시꾼들에겐 이미 소문난 곳.

근처 식당에서 게국지, 우럭젓국, 아나고매운탕, 밴댕이찌개, 갱개미, 물텀벙이, 박속밀국 낙지탕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갈매기를 형상화 한 안흥나래교. 사진 / 김샛별 기자

갈매기를 형상화해 만든 보도교인 안흥나래교를 걷는 동안 맞은편 산세 사이로 안흥성과 태국사가 슬쩍슬쩍 보인다. 안흥나래교를 건너면 6월 문을 연 신진도 해양유물박물관이 자리해 서해 수중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Info 안흥유람선 옹도하선코스
신진항 안흥유람선은 총 세 개의 코스가 있다. 각각 1시간, 1시간 30분, 2시간 40분 코스로 신진도 안흥외항에서 출발해 마도, 사자바위, 가의도, 독립문바위 등을 보는 A코스와 좀 더 멀리 돌아 정족도와 목개도 등을 보는 B코스, 여기에 옹도에 하선할 수 있는 옹도하선 코스가 있다.
옹도하선 코스 신진도 안흥외항 → 가의도 → 옹도하선 → 가의도 → 독립문바위 → 사자바위 → 신진도 안흥외항
요금 어른 2만3000원, 어린이 1만1000원 (단체 2만원)
문의 041-674-1603 http://www.shinjin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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