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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목포 여름 보양식] 임금님과 양반들의 기력 보충해주던 민어 제철이 오고 있다!
[목포 여름 보양식] 임금님과 양반들의 기력 보충해주던 민어 제철이 오고 있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6.05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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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 민어의거리
민어가 들어오는 목포수협 동부위판장. 민어뿐 아니라 목포를 대표하는 수산물이 대부분 모이는 장소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목포] 기력이 떨어지는 더운 여름이면 임금님도 보양식으로 즐겨먹었다는 민어. 그 담백한 맛에 “백성들도 먹었으면 좋겠다”하여 백성 민(民)이 붙어 이름이 되었다는 물고기는 최근 수 년 간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정약전이 지은 어류학서 <자산어보>에 ‘서쪽과 남쪽 바다에만 민어가 있다’고 서술되었을 정도로 민어는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주요 어종이다. 남쪽에 서식하다가 여름이 되면 산란을 위해 서해를 따라 북상하는 회유어종인 민어는 여름을 알리는 대표 생선이다.

다양한 어종들이 만나는 동부위판장
‘목포 9미(味)’로 소개되는 음식재료들을 보면 낙지, 홍어, 민어, 꽃게, 갈치, 병어, 준치, 아귀, 우럭으로 모두 어류로만 구성되었을 정도로 목포는 수산물 천국이다. 남해와 서해, 두 바다가 가까이 있어 별의별 어종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덕분에 목포는 계절별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기 최적인 곳으로, 그 중 여름철 민어를 맛보지 못한다면 아쉽기 그지없다.

목포항(목포여객선터미널)과 가까운 목포수협 동부위판장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함으로 하루를 연다. 밤새 조업한 선어들이 모이는 위판장에는 제철에 맞게 참조기, 갈치, 참홍어 등이 박스에 담겨 가득 깔리고, 7~8월에 들어서면 어른 팔뚝만큼 큰 민어가 주요 어종으로 자리 잡는다. 목포수협 동ㆍ서부위판장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하고 있는 이진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민어는 1년 내내 잡히는 어종이지만, 목포에서는 특히 여름에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운을 뗀다.

민어는 비린내를 잡기 위해 잡는 즉시 피를 제거해 얼음에 얼린 선어 상태로 육지에 올라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민어는 사철 잡히지만 여름에 특히 맛있고 보양식으로도 즐겨 먹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평소에는 목포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찾는 정도니까 물량이 많이 필요치 않아요. 하지만 민어가 가장 맛있는 여름이 되면 목포 사람들도 민어를 많이 먹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어획량도 증가한답니다.”

민어는 오징어, 꽃게, 돔 등 다양한 어종들이 담긴 박스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민어 중에서 큰 개체는 1~2마리면 박스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이다. 위판장 민어들은 하나 같이 비닐이 씌워진 채 얼음이 채워진 박스에서 입을 벌린 채 죽어있다.

“민어는 꽤 성깔이 있어서 그물에 걸리면 금세 죽는 일이 허다해요. 그래서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획을 하자마자 아가미를 제거하고 피를 뽑아낸 후 선어 상태로 만드는 거죠. 죽은 상태에서 피가 살 속으로 퍼져버리면 비린 맛이 나거든요.”

목포로 들어오는 선어들이 모두 모이는 동부위판장은 규모가 꽤 넓지만 위판 과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위판이 시작되면 경매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40~50명의 중매인들이 따라다니며 열띤 흥정(?)을 벌인다. 낙찰이 이루어지면 정리되는 것도 한 순간. 아침 해가 환히 비출 무렵이면 새벽에 경매된 어종들은 이미 다들 제 갈 곳으로 사라지고 난 후다.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생선
수심 40~120m 사이의 바다 속에서 서식하는 민어는 새우류나 게류, 조개류는 물론 작은 어류들까지 먹이로 삼고 있어 어류 중에서는 상위 포식자에 속한다. 수명도 길어서 12~13년을 산다니 오래 산 민어는 길이가 1m를 훌쩍 넘기도 한다.

“민어는 금지체장이 33cm예요. 만 1년 정도 자란 개체의 평균 체장이죠. 3년 정도 자라야 성숙한 개체가 되어 산란을 할 수 있는데, 어민들도 보통 큰 개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덜 자란 상태에서 어획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죠.”

10년도 넘게 살 수 있는 민어는 아주 큰 개체가 1m를 훌쩍 넘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민어는 특수부위인 부레와 껍질 등도 독특한 맛이 있어 인기가 높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민어는 ‘이왕 먹을 거면 큰 놈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이진미 조사원은 “딱히 맛 차이가 있기보다는 회를 먹을 때는 큰 게 좋다는 말”이라며 “민어는 특수부위의 인기가 높은데, 당연히 큰 개체에서 특수부위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민어의 부레(공기주머니)는 무척 인기가 높은 부위. 민어 한 마리의 부레는 몸통의 절반 길이가 나올 정도로 큰데, 신선한 민어 부레는 인절미처럼 쫀득하고 담백해 최고의 별미로 취급받는다. 다른 특수부위는 간과 껍질. 간을 먹을 수 있는 어종은 드물지만, 민어는 아귀, 참홍어, 쥐치와 함께 신선한 상태의 간은 섭취가 가능하다. 또, 껍질을 끓는 물에 데쳐 부드러운 맛을 즐기기도 하니 민어는 말 그대로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이진미 조사원은 “민어 한 마리만 있으면 생선회와 부레, 껍질 등 특수부위, 그리고 남은 뼈로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으니 큰 민어가 선호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특히, 목포 현지인들이 보양식으로 먹는 민어는 지리가 대세라고. 민어는 뼈가 크고 굵어서 맹물만 넣고 끓여도 사골이 우러나는 것처럼 뽀얗고 맑은 탕이 되면서 온갖 영양을 다 담은 보양식이 완성된다고 한다.

‘민어의 거리’와 민어 활어를 볼 수 있는 목포북항
목포에서 민어를 맛볼 곳으로는 ‘민어의 거리’가 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목포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민어의 거리 입간판을 찾을 수 있다. 정작 민어 전문점은 몇 곳 밖에 없지만 대신 어느 식당에 들어서도 민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거리다. 목포 이외 지역에서는 민어 가격을 ‘싯가’라는 무시무시한 제시를 하는 반면, 민어의 거리에 있는 식당들은 정찰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지갑 부담을 덜고 찾을 수 있다.

목포역과 목포항 사이에 있는 민어의 거리를 찾으면 사시사철 민어를 정찰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민어의 거리에서 코스를 주문하면 민어회와 회무침, 민어전에 마무리인 매운탕까지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민어회나 민어회무침 등 특별히 메뉴 하나를 콕 집어 주문을 해도 좋겠지만, 2인 이상이 찾는다면 민어회, 무침, 민어전에 매운탕까지 마무리해주는 코스로 맛보길 추천한다. 식당에 따라 부레, 껍질 등 특수부위도 맛보기로 서비스해주니 민어 한 마리를 다 먹어보기에는 코스 메뉴가 좋다.

한편, 이진미 조사원은 “목포북항에 가면 활어 상태로 위판 되는 민어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귀띔한다. 목포수협 위판장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목포북항에도 갑오징어, 민어 활어 등이 모이는 위판장과 건물형 수산시장, 회센터 등이 모여 있어 활기찬 삶의 현장을 보는 여행지로 찾기 좋은 곳이다. 이 조사원은 “목포북항에는 낚시로 잡는 민어가 입하되기에 산 상태의 민어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민어는 수조에서 하얀 배를 까뒤집고 떠있는 재밌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물 속에서 배를 뒤집고 있는 살아있는 민어. 목포북항에 가면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예부터 ‘돈 없는 백성들은 삼계탕을 먹고, 양반들은 민어탕을 먹었다’는 말이 전해지는 여름 보양식 민어를 먹어보기 위해 목포를 필히 방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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