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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우리 포도로 만든 달큼한 한 모금, 영동 와이너리 투어
우리 포도로 만든 달큼한 한 모금, 영동 와이너리 투어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6.29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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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영동, 이런 와인 드셔보셨나요
체다, 모짜렐라, 고다, 파마산 치즈 등이 포함된 와인애 치즈 페어링.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영동] 와인은 그 자체로 매혹적인 술이다. 눈으로 빛깔을 감상하고, 코로 향기를 들이마시고, 한 모금 한 모금 입 안에 천천히 굴리며 음미하는 이 술은 소설 속에서 은유의 대상이었고, 까다로운 취향을 반영하는 매개였다.

이토록 근사한 와인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는 푹푹 찌는 한여름, 더위에 지친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끈다.

충북과 경북이 만나는 관문인 추풍령 자락에 자리한 영동은 연간 강우량이 적고 일교차가 커 포도의 당도가 높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전국 생산량의 12.8%, 충북 생산량의 78.3%를 차지하는 포도 산지 영동 곳곳에 와이너리가 둥지를 튼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43곳에 달하는 와이너리에서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수제와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와인 시음, 와인 족욕, 뱅쇼ㆍ상그리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항아리에 담근 포도주, 영동와인의 시작
맛좋은 영동 포도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포도가 있다. 영동 포도의 시배지, 영동읍 주곡리 포도다. 마을 가구 팔 할이 포도농사를 짓는 이 마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미크로네시아(태평양 서북부에 있는 섬나라) 포로수용소 생활을 했던 김문환 씨는 스페인 장교로부터 포도의 효능과 와인 빚는 법 등을 배웠다.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해 고향에 돌아와 포도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은 그는 수확한 포도로 커다란 항아리에 포도주를 담가 이웃과 함께 즐겼다. 

김문환 씨의 아들 김마정 씨와 며느리 한춘화 씨는 이를 이어받아 와이너리 ‘컨츄리와인’을 설립하고 개인농가로서는 최초로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손자인 김덕현 대표까지 대를 이어 와인사업을 이어가면서 포도농사는 3대째, 와이너리는 2대째 이어지고 있다. 

3대째 포도농사를 짓고, 2대째 와이너리를 운영 중인 컨츄리와인. 사진 / 조아영 기자
컨츄리와인 지하숙성실. 사진 / 조아영 기자
와이너리 바로 옆에 있는 포도밭. 리슬링, 메를로, 카베르네 쇼비뇽 등 다양한 포도를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김마정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흔히 먹는 포도 품종은 켐벨 얼리”라며 “익숙한 맛은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켐벨 포도로 만든 켐벨 와인은 누구 입맛에나 잘 맞고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컨츄리와인에서는 국내외 여러 와인품평회 및 대회에서 수상한 와인을 직접 시음해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포도 농장, 발효실, 지하 숙성실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와인에 빠져들다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영동군 심천면에 자리한 ‘시나브로 와이너리’ 역시 브랜드네임에 ‘천천히 음미하며 서서히 와인의 매력에 빠져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근용 대표를 비롯해 아내와 아들, 며느리가 전부 소믈리에이며, 온 가족이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다. 

곳곳에 보이는 그림과 글씨는 이성옥 시나브로 와이너리 홍보이사의 솜씨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아담한 정원을 갖춘 시나브로 와이너리. 사진 / 조아영 기자

시나브로 와이너리에 들어서면 와인과 과일의 달짝지근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1층 체험실에서 방문객들이 와인 음료 상그리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즐기기 좋은 상그리아는 화이트 와인에 각종 과일을 얇게 썰어 넣어 저온에 숙성시켜 마시는 음료다. 추운 겨울에는 주로 레드 와인에 시나몬과 과일을 첨가해 따뜻하게 끓여 마시는 뱅쇼 체험을 진행한다.

이성옥 시나브로 와이너리 홍보이사는 “상그리아에는 과육이 단단한 사과와 배, 레몬 등을 넣어야 하고, 키위, 바나나 같이 과육이 무른 것은 거를 때 애를 먹기 때문에 되도록 넣지 않는 것이 좋다”며 “만든 후에는 밀봉한 채로 냉장고에 넣어 4~7일간 숙성시키고, 취향에 따라 탄산수나 사이다를 섞어 마시면 달콤하고 시원해 여름에 즐기기 제격인 음료”이라고 말한다. 

상그리아에는 과육이 단단한 과일을 얇게 썰어 넣는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숙성시킨 상그리아는 탄산수 혹은 사이다를 섞어 얼음을 띄워 마신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외에도 포도 수확시기인 7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직접 밭에서 포도를 따보고, ‘나만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진행한다.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 역시 이목을 끄는 체험. 전문 소믈리에의 설명이 더해져 더욱 진하고 풍성한 와인 맛을 볼 수 있다.

시나브로 와이너리 2층 바. 이곳에서 테이스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체험 비용은 상이하며, 체험 가능 인원수도 다르기 때문에 방문 전 유선 상으로 문의 및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Info 컨츄리와인
주소
충북 영동군 영동읍 조현길 30

Info 시나브로 와이너리
주소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2길 26

전통시장에서도 와인을 맛봐요!
차분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와인과 시끌벅적한 전통시장, 언뜻 떠올리면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영동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와인애(愛) 푸드는 영동 전통시장 제2주차장 옆에 있던 농특산물 판매장이 와인 전문 카페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소믈리에 교육을 이수한 중년 여성 다섯 명이 운영 중이며, 영동와인과 스테이크, 치즈 페어링 등 간단한 식사ㆍ안주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와인 카페 와인애는 전통시장 내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와인애 내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와인애 장미화 소믈리에. 사진 / 조아영 기자

장미화 소믈리에는 “와인애에는 ‘오늘의 커피’ 같이 매일 다른 시음 와인이 준비된다”며 “43곳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을 모아 홍보ㆍ전시ㆍ판매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한자리에서 여러 와이너리의 와인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고 말한다. 

Info 와인애 푸드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매주 일요일 휴무)
주소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영동시장4길 37-14

Tip 영동포도축제
올해로 14회를 맞는 영동포도축제가 오는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열린다. 포도 따기, 포도 빙수 만들기, 와인 족욕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포도 국수, 와인 삼겹살 등 포도를 활용한 먹을거리가 풍성하게 마련된다.
기간 2018년 8월 23~26일
장소 충북 영동군 영동체육관, 와인코리아, 농촌체험마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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