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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냉면 열전⑤] 남도 음식에 평양냉면을 부활시키다, 광주옥1947
[냉면 열전⑤] 남도 음식에 평양냉면을 부활시키다, 광주옥1947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6.29 22: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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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곰탕처럼 역사를 이어갈 전문점을 꿈꾼다
광주옥에서는 '남도 음식'에서 보기 드문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냉면의 계절 여름이 왔다. 이에 <여행스케치> 편집부는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스타일의 냉면을 찾아 소개한다.

[여행스케치=광주] 국내 제일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가 있는 전라도는 바다에서 나는 음식 재료들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예부터 풍족한 식탁이 자랑이었고, 그런 장점을 지닌 전라도 음식을 특별히 ‘남도 음식’이라 부르는 말도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광주는 ‘냉면 불모지’라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냉면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그 중에서도 간이 싱겁게 느껴지는 평양냉면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라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광주광역시에 지난해 겨울부터 ‘광주옥1947(이하 ‘광주옥’)’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문을 연 평양냉면 전문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옥 앞에 있는 아름드리 큰 나무 아래에는 평양냉면을 먹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1947년에 있었던 광주관을 잇겠다는 의미
광주옥을 운영하는 안유성 대표는 요리경력만 30년으로 사단법인 한국조리사협회 광주ㆍ전남지부 지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 그는 광주에 평양냉면 전문점을 오픈한 이유에 대해 어머니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제 어머니가 북에서 내려오셨습니다. 어머니가 북에 사실 때는 집집마다 메밀틀이 있었고, 품앗이처럼 집마다 돌아가면서 국수를 만들어 돌렸다더라고요. 언제나 다시 먹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게 제가 평양냉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죠.”

안유성 대표는 일부러 서울까지 평양냉면 투어를 다닐 정도로 냉면 마니아이기도 하다. 스타일이 다른 서울의 평양냉면들을 두루 섭렵했고, 면과 육수 제조법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자취를 찾기 어렵지만 안 대표에 따르면 원래 광주에도 이북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었다. 6.25전쟁 이전부터 북에서 사람들이 내려와 문을 연 집들이 있었고, 6~70년대까지만 해도 성안식당 등 4곳에서 어복쟁반(고기편육과 채소류를 넣고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평안도 전골 요리)과 평양냉면을 취급했다고.

그 중 최초로 보이는 것이 1947년에 문을 연 광주관이란 식당이다. 안 대표가 상호에 1947을 붙인 것이 바로 광주관 때문. 광주에 최초로 생겼던 이북 음식점의 맥을 이어보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안유성 대표는 스스로 평양냉면 마니아가 되어 여러 스타일을 먹어보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광주옥 상호에 붙은 1947은 1947년에 있었던 광주관의 맥을 잇겠다는 의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통의 맛을 지키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간다
우래옥, 의정부 평양면옥, 을밀대 등 수도권에서 평양냉면 계보를 잇고 있는 전문점들은 이미 북에서도 식당을 운영했거나 집에서 만들어 먹던 레시피를 토대로 평양냉면을 만들고 있다. 반면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레시피가 없는 안 대표는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광주옥 평양냉면의 기본으로 삼았다고 한다.

“저는 우래옥의 면이 옛날 평양냉면 맛을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육수는 처음에 맛이 잘 느껴지지 않다가 목구멍을 넘어간 다음에 한 번 올라오는 육향이 좋아요. 그래서 동치미 없이 고기 육수만으로 맛을 잡았습니다.”

안 대표는 “가까운 나주에 도축장이 있어 질 좋은 한우 고기로만 육수를 낸다”며 “냉면 육수의 육향은 서울 어느 집보다 낫지 않을까 자신한다”고 말한다.

광주옥에는 평양냉면뿐 아니라 광주 스타일에 맞춘 곁들임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식초를 냉면 그릇에 넣으면 육수 맛을 해칠 수 있으니, 면을 덜어 뿌려먹는 것이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통성에 관한 준비도 있다. 테이블마다 놓인 다시마 식초다. 북한 옥류관에서는 냉면을 먹을 때 넣는 특제 식초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나 싶었더니, 그보다 깊은 이유가 있었다.

“냉면에 식초를 뿌리는 이유는 면에 탄성이 생겨 좀 더 색다르게 먹을 수 있어서예요. 일반 식초로는 맛이 덜 하니 현미식초에 다시마 농축액을 섞은 식초를 공장에 자체제작을 맡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도 따로 있다. 식초나 겨자를 냉면 그릇에 곧장 넣어버리면 육수 맛을 해친다는 것. 안 대표는 “면을 맛있게 즐기기 위한 방법이니 되도록 식초가 육수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며 “앞 접시에 면을 덜어낸 후 식초를 뿌려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그의 말처럼 다시마식초를 곁들인 메밀면은 쫄깃함이 느껴지는 듯하고, 감칠맛 나는 신맛이 더해져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광주옥의 메뉴를 보면 단순한 평양냉면 전문점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바싹 돼지불고기’ 같은 메뉴가 바로 그것. 안 대표는 고향 또한 나주로, 숯불에 구워 내는 나주식 불고기를 메뉴에 넣어 냉면에 곁들이거나 술안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칼칼한 양념장과 육향이 진한 육수를 함께 주어 평양냉면과 비빔냉면을 합친 듯한 ‘섞어냉면’에도 의도가 숨겨져 있다.

“광주 사람들이 간이 세고 쫄깃한 걸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요. 원래는 평양냉면도 광주 사람들 입맛에 맞춰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늘 먹어왔던 맛과는 다른 평양냉면 맛을 맛보여주기로 정했습니다. 대신 광주 사람들도 좋아할만한 메뉴를 포함시킨 거죠.”

광주옥은 현재에 그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기에 더해 앞으로도 오리지널 홍어무침을 올린다거나 하는 방법을 고안해 광주옥만의 냉면도 추가시키는 등 메뉴를 계속 진화시킬 계획이다. 안 대표가 광주옥에 바라는 점은 이북 음식 전문점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다. 나주에서 유명한 곰탕처럼 대를 이어가는 대표 식당으로 자리 잡고 싶다.

어떤 음식이든 지역 색에 맞춰 맛이 달라지고,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먹는 즐거움도 달라진다. 고래로 냉면을 먹은 방법으로 알려진 ‘선주후면, 선육후면(술을 마신 후 면을 먹고, 고기를 먹은 후 면을 먹는다)’이 적힌 광주옥 내부 액자는 광주에서 느낄 수 있는 평양냉면의 새로운 맛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Info 광주옥1947
메뉴 평양냉면ㆍ섞어냉면 1만원, 바싹 돼지불고기 1만원, 평양접시만두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오후 4시30분
주소 광주 서구 상무대로 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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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명 2023-05-24 07:12:38
냉면 육수 한잔에 천원은 왜 안쓰시는지

이런 가게는 망해야 한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