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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충북 영동, 석천 따라 월류봉 둘레길 걷기 여행
충북 영동, 석천 따라 월류봉 둘레길 걷기 여행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8.06.3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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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류봉 광장부터 반야사까지…지난달 23일 1구간 개통, 7월 중순 전 구간 개방 예정
세 개의 달이 뜬다는 월류봉.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영동] 충북 영동에는 세 개의 달이 뜬다는 ‘월류봉’이란 산이 있다. 하나는 봉우리 옆 하늘에, 또 하나는 봉우리 아래로 흐르는 장교천 위에, 나머지 하나는 손에 든 술잔 위에.

‘달이 머무는 봉우리’라는 뜻의 이름처럼 풍경이 수려한 월류봉은 예부터 풍류를 좋아하던 선비들이 즐겨 찾던 명소였다. 월류봉 풍경을 감상하며 월류봉 둘레길을 걷고 왔다.

약 8km에 달하는 월류봉 둘레길은 월류봉 광장부터 반야사까지 굽이쳐 흐르는 석천을 따라 만들어졌다. 1구간은 지난 6월23일 개통됐고 7월 중순 경 나머지 구간이 모두 개방될 계획이다. 졸졸 물소리를 벗 삼아 녹음이 우거진 월류봉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월류봉 둘레길의 1구간은 지난 6월23일 개통됐고 7월 중순 경 나머지 구간이 모두 개방될 계획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풍류깨나 즐기던 선비들이 좋아하던 곳
월류봉은 6개의 봉우리가 동서로 뻗은 모양새다. 월류봉 광장에 서면 월류봉 첫 번째 봉우리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그 뒤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봉우리 그리고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장교천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그 옛날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왜 월류봉을 찾았는지 한 번에 납득이 된다.

광장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몇 걸음 떼면 한천정사다. 우암 송시열이 10년 간 머물며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한천서원 터에 만들어진 곳이다. 한천정사 앞에는 송시열을 기리기 위한 영동송우암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우암 송시열이 후학을 가르쳤던 자리에 만들어진 한천정사. 사진 / 유인용 기자

김대분 영동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유허비가 자리한 곳은 월류봉에서 보다 가까워 광장에서 바라보는 월류봉의 풍경과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며 “둘레길 코스는 아니지만 월류봉 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전망대를 오르면 한반도 지형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둘레길은 유허비를 지나 물길을 따라 원촌교로 이어진다. 원촌교를 건너면 석천 위로 걸을 수 있는 목교가 조성돼 있다. 왼편으로는 석천이 흐르고 뒤를 돌면 월류봉이 서 있다.

칼산 옆 목교를 따라 걷는 1구간. 뒤로 월류봉이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오른편은 ‘칼산’으로 불리는 산의 비탈면이다. 과연 그 이름처럼 누군가 바위를 칼로 벤 듯한 지형이 신비롭게 이어진다. 목교를 건너 탐방로를 걷다 보면 석천에서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김대분 해설사는 “석천은 물이 맑고 깨끗해 다슬기가 많이 잡힌다”며 “황간역 등 월류봉 인근에서는 다슬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아 다양한 다슬기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월류봉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포도 향과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
칼산을 지나 완정교를 건너면 완정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월류봉 둘레길의 2구간 시작점이다. 완정리 마을은 농가가 대부분이라 여름 풍경이 푸르다.

포도밭을 지날 땐 어른 손바닥만한 이파리 사이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논에선 아직 먼 추수를 기다리며 벼가 푸르게 자란다. 시골 농가의 평화로운 풍경이다.

2구간은 농가와 야생화를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신태주 영동군청 국악문화체육실 주무관은 “둘레길 1구간이 월류봉과 기암괴석의 깎아지른 절벽을 눈에 담으며 걷는 길이라면 2구간은 포도 향을 맡고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라고 소개한다.

둘레길은 월류봉에서 시작해 반야사로 이어지지만 석천은 거꾸로 반야사에서 월류봉으로 흐르니 둘레길을 오를수록 물길이 좁아진다. 월류봉 근처에서는 넓은 천을 이루던 석천이 완정리 마을에서는 작은 시내가 되어 졸졸 흐른다. 정겨운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니 물소리가 더 잘 들린다.

월류봉 둘레길 인근 포도밭의 풍경. 사진 / 노규엽 기자

길은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석천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목교를 지나 백화교로 연결된다. 단, 2구간의 목교는 7월 중순 경 완공 예정이다.

농가 한편으로 난 길이 끝나고 백화교를 지날 즈음엔 둘레길이 포장도로로 바뀐다. 백화산 중턱에 자리한 백화마을 아래로 석천을 따라 둑방길이 이어진다. 길 양옆으로는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피어 있고 중간중간 아름드리나무가 그늘을 제공한다.

월류봉 둘레길은 석천을 따라 만들어졌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영험한 호랑이 기운 뿜는 반야사
백화마을을 지나면 반야사에 성큼 가까워진다. 월류봉 둘레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어느샌가 석천은 2구간보다 좁아져 바위틈 사이로 물이 흐르고 나무는 숲을 이루며 우거져 백화산의 한 자락을 이룬다.

둘레길의 1구간과 2구간이 높낮이 기복이 크지 않고 비교적 완만한 코스였다면 3구간은 다리에 좀 더 힘이 들어간다. 반야교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백화산을 오르는 등산로다. 반야교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피톤치드가 특히 많이 방출된다는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반야사로 올라가는 월류봉 둘레길. 사진 / 유인용 기자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어느새 반야사 전망대에 닿는다. S자로 태극무늬를 그리면서 산허리를 감아 도는 석천 너머로 지장산에 폭 안긴 반야사와 문수전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전망이 시원하다.

전망대에서 올라온 길과 반대쪽 길로 15분 정도 내려가면 반야사에 닿는다. 신라 문성왕 때 창건됐다고 전해지는 반야사는 호랑이로 유명한 곳이다. 진짜 호랑이는 아니고 사찰 뒤편 산허리에 쌓인 파쇄석의 모양이 꼬리를 세운 호랑이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반야사 호랑이’로 불린다.

왼편으로 반야사 호랑이가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김대분 해설사는 “호랑이 형상의 파쇄석, 석천의 태극 모양 등으로 인해 반야사는 예부터 영험한 기운을 뿜는 곳으로 전해졌다”며 “사찰 위편의 문수전은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신 곳으로 큰 시험을 앞두고 기도를 드리러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한편 반야사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정한 ‘2018 템플스테이 우수 운영사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월류봉 둘레길과 지장산, 백화산을 보다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반야사 템플 스테이를 추천한다. 휴식형 프로그램의 경우 최대 9박까지 이용 가능하다.

편백나무숲 위의 전망대에서는 지장산에 폭 안긴 반야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가운데 상단으로 문수전이 빼꼼 보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Info 반야사
주소 충북 영동군 황간면 백화산로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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