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20년만의 갈치 풍어, 제주도 은갈치가 돌아왔다!
20년만의 갈치 풍어, 제주도 은갈치가 돌아왔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7.05 1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여행의 즐거움이 하나 늘어
제주시내와 가까운 제주항 위판장에 어느 어종보다 갈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금갈치’로 불릴 만큼 비쌌던 갈치. 지난해부터 풍어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도 여전히 어획량을 유지하며 제 값을 찾아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금 제주에서는 ‘돌아온 국민 반찬’ 갈치의 물결이 반짝이고 있다.

갈치는 얇고 긴 몸뚱이가 기다란 칼 같다고 하여 예부터 도어(刀魚) 또는 ‘칼치’라고도 불렸다. 바다 수면 가까운 곳에서 칼 같이 선 모습으로 멸치 떼를 잡아먹기도 한다는 갈치는 여름에서 가을 사이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 연안에서 많이 어획된다.

육지에선 먹갈치, 제주는 은갈치?
‘제주 은갈치’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전국 어느 수산시장에서도 최상품으로 소개되는 제주도산 갈치다. 제주도에서 잡힌 갈치는 무언가 다른 것일까? 제주항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수산물들을 조사하는 곽재환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일단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보는 갈치는 모두 같은 종”이라고 말한다.

“은갈치, 먹갈치라고 구분해서 부르는 이유는 겉모습에 따른 겁니다. 어획하는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은 갈치들은 여기저기에 쓸리다보니 표면이 벗겨지고 검게 보여 먹갈치라 부르고, 낚시로 잡은 갈치는 상처가 날 일이 거의 없으니 반짝이는 은빛을 잃지 않아 은갈치라고 부르는 거죠.”

낚시로 잡은 갈치는 흠집이 나지 않아 은빛으로 빛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날씨만 받쳐준다면 매일 새벽 위판에 맞춰 제주항에 갈치 박스들이 모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일반적으로 물고기들이 비늘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갈치는 비늘 대신 은색 가루를 몸에 두르고 있다. 갓 잡은 갈치를 만지면 은색 가루가 손에 묻어나는데, 구아닌이라는 유기 염기다. 상처 하나 없는 갈치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데, 이 은색 가루로는 인조 진주의 광택을 내거나 립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고. 반면, 갈치를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은색을 깨끗이 벗겨내지 않고 먹으면 사람은 복통과 두드러기가 날 수도 있다니 아이러니다.

지난해부터 제주도에서는 “20년만의 풍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갈치 대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물량이 유지된다면 갈치는 연중 어획되는 어종이지만, 어민들이 집중적으로 어획하는 시기는 7~10월이다. 6~10월이 산란기인 갈치들이 알을 낳기 위한 준비를 위해 연안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 그리고 밤에는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바다 수면으로 더 가까이 온다. 그래서 갈치잡이 어선들은 밤에 조업을 한 후 새벽 햇살과 함께 항구로 돌아온다.

반짝이는 은빛 갈치의 눈부신 물결
위판 시간이 가까워오면 갈치를 담은 박스들이 제주항 위판장을 가득 메운다. 크기 별로 분류되어 박스당 약 10kg씩 담긴 갈치들은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더욱 은빛으로 밝게 빛난다. 이런 광경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주항에서는 먹갈치라는 말이 들릴 일이 없어요. 낚시 방식으로 조업을 하는 채낚기와 연승어업으로만 갈치를 잡거든요. 특히 채낚기는 당일로 조업이 이루어지니 거의 매일 아침에 신선한 은갈치를 볼 수 있죠.”

제주항으로 들어오고 있는 갈치 채낚기 어선. 사진 / 노규엽 기자
제주수협 위판장에서 갈치 위판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반짝이는 은갈치가 가격도 높은 것은 당연한 일. 이중에서도 연승어업으로 낚은 갈치(연승갈치)보다 채낚기 갈치의 가격이 더 높다고 한다. 곽 조사원은 “연승어업은 대규모로 나가 다소 먼 바다에서 짧게는 2~3일, 길게는 3~40일까지도 조업을 한다”며 “반면 소규모로 나가 저녁부터 새벽 사이 조업하고 들어오는 채낚기 어업이 당연히 신선도가 더 좋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갈치는 좁은 곳에 갇히거나 뭍으로 올라오면 금세 죽는 성질 급한 어종이기에 위판장으로 입고되는 채낚기 갈치들은 모두 선어 상태이다. 냉동보다는 선어 가격이 더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갈치는 TAC 어종은 아니지만, 올해 TAC 예비어종으로 지정되어 자원조사를 진행 중이다. 위판장에서는 체장조사를 진행하는데, 방식이 다른 어종과 조금 차이가 있다. 갈치 몸통의 중간 정도까지를 재는 것. 곽재환 조사원은 “갈치는 자기 꼬리를 잘라먹기도 하는 등 끄트머리가 잘 끊어지는 어종이라 입부터 항문까지의 길이(항문장)를 잰다”며 “보통 30~35cm 사이이지만, 50cm가 넘는 개체도 있다”고 말한다. 또, “18cm 이하의 갈치는 조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채낚기로는 그 이하를 잘 잡지 않아서 제주항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갈치처럼 꼬리가 끊어지기 쉬운 어종은 입부터 항문까지의 '항문장' 길이를 잰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신선한 갈치로 맛볼 수 있는 식도락 여행
제주도 은갈치는 신선도가 보장되는 만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냉동 갈치로는 갈치조림이나 갈치구이 정도가 고작이지만, 제주에서는 갈칫국과 갈치회까지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토막 내지 않은 갈치를 직화로 구워낸 갈치 통구이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에 대해 곽 조사원은 “갈칫국은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이지만, 갈치회는 제주에도 파는 곳이 드문 편이니 혹 기회가 되면 먹어보는 경험 정도로 생각하시라”며 “통구이도 크기가 클수록 보기는 좋겠지만 맛을 따진다면 너무 큰 갈치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제주항뿐 아니라 한림, 성산포 등 제주 전역의 어항에서 갈치가 두루 잡히기에 제주도 내 어느 관광지를 가도 갈치 요리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제주항 주변에도 전통이 오래된 전문 식당들이 있고, 항구 바로 옆에 형성되어 있는 서부두명품횟집거리에서도 갈치를 조림, 구이 등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갈치는 꼬리가 뻣뻣하고 눈이 선명할수록 신선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소금만 뿌려 잘 구워낸 갈치는 우리나라 대표 국민반찬 중 하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갈치를 구매할 목적이라면 새벽 위판이 끝난 직후 잠시 열리는 ‘반짝 시장’을 이용할 수도 있고, 항구 뒤편에 건물 형태로 들어선 서부두수산시장을 이용해도 좋다. 신선한 은갈치를 내장 손질까지 해주며, 전국 택배도 가능하다. 곽재환 조사원은 “현지에서 먹는 신선한 갈치가 아니면 국으로는 못 먹으니 집으로 사갈 때는 구이나 조림용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갈치를 보관할 때는 토막 내어 내장 손질까지 마친 갈치에 소금을 뿌려 놓으면 이틀 정도까지는 냉장 보관해도 된다”고 귀띔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