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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중세 시대를 만끽하며 즐기는 맥주의 고장, 벨기에 플랜더스
중세 시대를 만끽하며 즐기는 맥주의 고장, 벨기에 플랜더스
  • 김연경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1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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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브뤼헤로 떠나는 시간 여행... 초코렛,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매력
해가 질 무렵의 브뤼헤 전경. 사진 제공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여행스케치=플랜더스] 벨기에 플랜더스는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친근한 여행지다. 유럽 연합(EU)과 NATO 같은 국제기구 본부, 와플, 초콜릿, 맥주 등으로 유명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며 축구 강국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플랜더스라는 도시가 익숙지 않다면, 우리가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라는 동화에 나오는 플란다스가 바로 ‘플랜더스’라고 설명하면, 조금은 친근한 여행지라고 느껴질 것이다.

플랜더스 여행의 시작점은 브뤼셀(Brussels)이다. 벨기에의 수도이면서 동시에 벨기에의 다양한 문화를 한 번에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세시대에서 딱 멈춘 듯한 브뤼헤를 여행한다면 플랜더스를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중세로 가는 시간여행
브뤼셀의 그랑플라스(Grand-Place)는 성당, 시청사, 길드 하우스, 왕궁, 백조의 집 등 이야기로 가득한 중세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짝수해 8월에는 꽃 축제가 열려 그랑플라스에 플라워 카펫이 펼쳐진다. 사진 제공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브뤼헤 마르크트 광장에 있는 시청사. 사진 제공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그랑플라스 입구에서 바라본 왕의 집(House of King). 사진 / 김연경 여행칼럼니스트

이 광장은 낮에는 웅장한 느낌으로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반면, 밤에는 화려한 불빛 사이로 고대 건축물이 내뿜는 기묘한 자태 덕분에 낭만적이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지인들은 광장 한가운데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 거대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는 한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면 1시간 거리의 브뤼헤(Brugge)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같은 브뤼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신비한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드는 곳이며, 역사를 잘 보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브뤼헤 역시 한가운데 있는 마르크트 광장을 중심으로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다.

중세 시대부터 만들어진 자갈길을 천천히 걸으며 작고 예쁜 상점과 미로처럼 얽혀 있는 작은 거리와 종탑, 예배당 등을 감상하는 것이 이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물론, 도시 구석까지도 보고 싶다면 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작은 보트를 타는 것이 최상이다.

브뤼셀 그랑플라스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하는 현지인들. 사진 / 김연경 여행칼럼니스트
브뤼헤 마르크트 광장의 일몰과 종탑. 사진 제공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먹고 마시고 사랑하라
플랜더스에서 중세 시대를 가장 먼저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아니라 바로 맥주다. 2016년 유네스코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오랜 맥주 역사를 가진 벨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현재 약 5천 종 이상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맥주 강국이다.

브뤼셀에 있는 델리움 카페는 기네스북이 선정한 세계 최다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맥주 술집으로 어떤 벨기에 맥주를 상상하던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맥주의 역사가 벨기에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중에서 일명 ‘수도원 맥주’라고 불리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꼭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중세 시대 수도원에서 금식 기간에 영양 보충을 위해서 그리고 수도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접대용으로 양조 되었던 트라피스트 맥주는 특히 엄격한 규율이 있던 수도회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의미한다.

지금도 수도원 내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이 맥주들은 오랫동안 전수된 그곳만의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런 트라피스트 맥주에 얽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플랜더스의 중세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플랜더스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매일 운영되는 다양한 맥주 투어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다.

그랑플라스 광장의 맥주집. 사진 제공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브뤼셀에서는 맥주 주간 행사도 개최된다. 사진 제공 /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브뤼헤에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은 역시 이곳만의 전통 맥주다. 맥주 순례자들이 반드시 방문한다는 할브만 브루어리는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맥주 명소다. 광대와 반달이 그려진 라벨로 유명한 할브만 브루어리에는 양조 과정을 보여주는 투어도 있으며, 신선한 맥주를 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바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맥주를 가장 멋지게 마실 수 있는 장소는 마르크트 중앙 광장 어딘가에 있는 카페 2층이다. 이 도시의 모든 중세 건축물과 마차들이 지나가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맥주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중세로 가는 시간 여행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지에 있고, 다양한 나라들이 지배하면서 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지금도 주요 국제기구들이 브뤼셀에 자리 잡고 있어 어떤 곳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플랜더스다.

그 덕분에 새로운 음식에 대해 개방적이며, 열정도 넘친다. 이런 배경이 플랜더스를 맥주와 함께 요리의 천국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랑플라스 주변에 미식가들을 위한 정말 멋진 식당이 많지만, 첫 방문자에게는 홍합 요리 식당을 추천한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체드 레온(Chez Leo). 125년 전통의 이 식당은 내부와 홍합요리 조리법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성을 유머로 - 코믹 루트(Comic Book Route)
어린 시절 TV에서 ‘스머프’ 만화 영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보다는 우리나라에 덜 알려졌지만 ‘틴틴’이라는 만화 캐릭터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탄생지가 바로 벨기에다. 벨기에가 왜 유독 만화가 발달했는지에 대한 이론은 많다.

브뤼셀 코믹 루트의 건물에 그려진 만화 캐릭터. 사진 / 김연경 여행칼럼니스트
브뤼셀에 있는 틴틴 매장에 전시된 주인공 틴틴과 강아지 모형. 사진 / 김연경 여행칼럼니스트

그중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오랫동안 섞여서 살다 보니 보다 편안하고 가벼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어울리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설득력이 있다. 이런 만화의 중심지도 역시 브뤼셀이다.

브뤼셀 공항 청사 한가운데에는 틴틴 만화에 나오는 대형 로켓이 상징처럼 세워져 있으며, 그랑플라스 바로 옆에는 틴틴 전문 매장이 있어 이곳에 가면 틴틴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전시와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만화에 대한 애정은 거리 곳곳에서도 감지된다.

심지어 브뤼셀 건물 외벽에 그려진 만화 캐릭터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코믹 루트까지 생겨났으며, 시내 관광 안내 센터에서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Tip 여행 정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벨기에로 가는 직항편은 없으며,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서 편리하게 갈 수 있다. 플랜더스 지역에서 도시 간 이동은 기차가 가장 편리하고 운행 횟수도 많고 저렴하다.

각 도시에서는 도보 또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여행준비를 위한 여행 정보는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브뤼셀 공항, 벨기에 플랜더스 네이버 카페 등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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