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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3월호
안동 종가집 음식의 깊은 맛 체험 여행
안동 종가집 음식의 깊은 맛 체험 여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8.09.0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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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 턱 낮추고, 체험문화 색깔 입힌, 고택
솟을대문 턱 낮추고, 체험문화를 통해 안동 종가집 음식의 깊은 맛을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150년 전통의 안동국시, 퇴계 이황의 7언 절구가 적힌 고택 카페, 300년 고택의 송화주, 앞집 동생을 위해 내 놓았다는 헛제사밥, 그리고 종부가 만든 양반 도시락까지…. 솟을대문의 턱을 낮추고, 종가집 내림음식 체험이라는 문화의 색깔을 입힌 고택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100년 가까이 6월 보름날이면 국수를 해서 제사를 지내고, 늘 손님이 오시면 국수를 해 드렸어요. 반죽은 밀가루와 콩가루를 3대 1로 섞어 말랑하게 한 다음 2~3시간 숙성을 시켜요. 그런 다음에 홍두깨로 밀어서 국수를 하면 구수한 맛의 안동국시를 맛볼 수 있답니다.”

얇게 채를 썰어 더욱 담백·쫄깃한, 안동 건진국시
한지에 쓴 글씨가 훤히 비치도록 홍두깨로 민 반죽이 수졸당 동암종택 윤은숙 15대 종부의 손에 송송 썰려나간다. 무채 썰 듯 얇게 채를 썬 면발들은 뭉치지 말라고 끓는 물에 흩트리면서 넣는다. 

한지에 적힌 글씨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얇게 민 반죽. 사진 / 조용식 기자
무채 썰 듯 얇게 채를 썬 면발. 사진 / 조용식 기자
수졸당 동암종택의 안동 건진국수. 사진 / 조용식 기자

홍두깨를 처음 밀어본다는 여행자에게 “보기에는 미는 것 같아도, 손으로 가로도 밀고, 세로도 밀어야 해요”라고 알려주며 “수 십년을 한 저도 아직 달인이 못되고 있다”고 겸손해 하는 윤은숙 종부. 

부침과 김치, 고추부각, 그리고 양념장 등의 반찬과 함께 ‘안동 건진국수(건진국시)’가 내어진다. 건진국수에는 계란 지단을 얹고 여름에는 시원한 육수를 부어 먹으며, 겨울에는 온국수가 나온다. 

고택체험 상품을 개발 중인 이희도 버스로기획 대표는 “동암종택에서 위로 언덕을 넘어가면 이육사 문학관(0.9km)이 있고, 바로 옆으로는 퇴계 이황 묘소(130m)와 퇴계 종택(1.7km), 도산서원(3.4km) 등을 산책하는 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며 주변 여행지를 소개한다.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이 고택을 감싼 수애당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대청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안동의 유명한 헛제사밥을 맛볼 수 있다. 나무 밥상 위에 차려진 헛제사밥은 놋쇠로 만들어진 대접과 반찬 그릇,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만으로도 호감을 끌기에 충분하다. 

수애당의 대청마루에서 맛 본 헛제사밥. 사진 / 조용식 기자
수애당 대청마루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노을이 아름답게 펼져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수애당. 사진 / 조용식 기자

헛제사밥에는 제사상에 올린 나물과 함께 국수가 있으며, 간고등어와 돔베고기, 배추적 등의 반찬과 탕국을 곁들여 나온다.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비벼 먹으면 된다. 헛제사밥이 만들어진 사연 중에는 함께 사는 정이 묻어나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의 안동은 육촌, 팔촌, 사위, 처가 등이 함께 사는 집성촌이었다. 흉년이 든 어느날 뒷집 형님이 앞집의 동생네 집 굴뚝을 보니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청하니, 윗집 형님네를 걱정하며 번번히 사양을 했다고 한다.

점심에도 저녁에도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동생네를 본 윗집 형님이 다음날 제사를 지냈다며 함께 제사밥을 나눠 먹자고 청하자, 동생이 이를 뿌리칠 수 없어 다정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사를 지내지 않았으면서도 제사밥을 먹는 것을 두고 ‘헛제사밥’이라 한다.

수애당 안주인인 문정현 씨는 “수애당에서는 판토마임, 솟대 만들기, 고택 음악회 등 이색 체험과 함께 안동의 헛제사밥을 선보이고 있다”며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세면장 등을 외부형태 변경 없이 개조했다”고 설명한다.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가 윤은숙 수졸당 동암종택 종부의 글씨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주변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안동 도산서원.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동의 가볼 만한 관광지 중의 하나인 월영교는 산책을 하며 거닐기 좋고, 조명이 들어오는 야간에도 인기가 많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동 고택의 종부들과 함께 종가집 내림음식을 선 보이는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는 “양반 집은 제사가 많고 손님이 끊이질 않아 음식을 많이 한다. 특히 며느리가 들어오면 양쪽 집안의 음식을 다 하게 되고, 음식도 발전을 해 왔다”고 말했다. 

전미경 PD는 “안동 고택의 종가집 음식 문화를 접함으로 인해 고택 여행이 한결 가깝게 다가서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고택도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게 내부 시설이 현대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강조한다. 

고택 카페와 무형문화재인 송화주를 만나다
이제 고택은 숙박 체험으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음악을 들으며 차와 다과를 즐기는 카페가 되기도 하고, 한문, 붓글씨 등 옛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안동의 카페 공방은 바로 치암고택이다. 

치암고택을 거닐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퇴계 이황의 시가 적힌 목판으로 직접 탁본 체험을 보여주는 이동수 안동문화원 원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치암고택은 조선 고종 때 언양현감, 홍문관 교리를 지낸 퇴계 선생의 11대 손인 치암 이만현의 고택이다. 이만현 선생의 5대손인 이동수 안동문화원 원장은 “5대조 할아버지는 경술국치를 당하자 당시 관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이는 모두 선비의 책임이다’라며 식음전폐를 하다 2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며 “이곳은 의리 정신이 베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치암고택에는 퇴계 이황이 두향에게 보냈다는 7언절구의 ‘입춘’이라는 시가 4개의 기둥에 적혀 있다. 퇴계 선생의 친필을 그대로 탁본하는 체험과 함께 시에 대한 뜻풀이도 들을 수 있다. 

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소식),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누렇게 바랜 옛 책 속에서 성현(주자)을 대하며, 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니,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을 말라.
가을 하늘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는 정재고택. 사진 / 조용식 기자
무형문화재 송화주는 정재고택에서 200년을 이어온 술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300년 전에 지은 정재고택에서는 200년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송화주를 맛볼 수 있다. 송화주는 정재 유치명 때에도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술로 잘 알려져 있다. 

정재고택의 김영한 종부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술이지만, 어르신들이 아침에 반주 한 잔으로 마시기도 했다”며 “찹쌀·멥쌀을 반반씩, 그리고 솔잎과 국화가 들어가 향이 독특하며, 피를 맑게 해 주어 풍을 예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화주는 1차 담금, 2차 발효로 만들어지는데, 술이 나오기 까지는 100일이 걸린다. 그래서 맛보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술로 유명하다. 맑은 술인 송화주에 어울리는 안주로는 육포와 과일, 대추, 잣 등이 함께 나온다.

전망 좋은 한옥에서 먹는 양반 도시락도 별미
안동 민속촌 내의 고택리조트에는 안동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인 안동식선(안동의 전통 음식을 깔끔하고 정갈하게 제공)과 안동반가(옛 문화와 전통을 체험) 등이 있다.   

류춘영 칠계재 종부가 손수 마련한 양반 도시락에는 건강한 밥상.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동반가에서는 안동 양반집의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이희오 버스로기획 대표는 "가을부터 안동의 고택에서 종가집 내림음식 맛 여행과 고택 주변 여행지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말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동식선은 안동 민속촌과 구름에리조트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안동찜닭정식, 한우불고기정식, 주안상 세트 등 다양한 안동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김혜경 안동식선 대표는 “안동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한옥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퓨전메뉴를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한복의 고은 자태를 뽐내며 기념촬영을 하거나 안동 양반가의 전통식 고추장 만들기를 체험하는 여행자들의 분주한 모습에 활기가 넘치는 안동반가. 

이태숙 안동반가 대표는 “한복을 입으신 분들은 고택이나 월영교를 산책을 선호하고, 가양주와 고추장 체험을 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직접 하면서도 신기해 한다”며 “직접 짠 안동참기름, 들기름, 우엉차 등 안동의 특산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 즐겁다”고 말했다. 

이희오 버스로기획대표는 “가을부터는 안동의 고택에서 종가집 내림음식을 직접 맛보는 여행과 더불어 고택 주변 여행지를 산책할 수 있는 1박 2일 일정의 휴양·휴식형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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