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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남도 맛 기행⑤] 나주 영산포 홍어와 역사 거리 탐방, 그리고 야경까지
[남도 맛 기행⑤] 나주 영산포 홍어와 역사 거리 탐방, 그리고 야경까지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9.10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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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힌 홍어'의 본고장에 숨겨진 맛과 멋
나주 영산포에는 홍어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삭힌 홍어'의 맛을 여러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을 선정했다. '남도 맛 기행'이라는 테마로 선정된 광주ㆍ목포ㆍ담양ㆍ나주는 8권역에 해당된다. 맛있는 지역음식을 즐기고 주변 여행지를 따라가보는 코스를 소개한다.

[여행스케치=나주] 남도에서 가장 큰 강인 영산강이 나주를 지나는 한 지점에 영산포라는 포구가 있었다. 그 이름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나주평야의 너른 들판에서 재배되는 쌀을 모아놓는 영산창에서 비롯됐다. 곡식들을 나라에 세금으로 내기 위해 배가 드나드는 포구가 형성됐던 것이다.

맛을 알게 되면 중독되는 홍어의 진미
영산포의 유래에는 또 한 가지 설이 있다. 예부터 흑산도 사람들이 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 겨울철(어한기)에는 섬을 빠져나와 육지에서 살았는데, 그 곳이 지금의 영산포 자리였다는 것. 고려 말에 들어서는 왜구의 노략질을 피하기 위한 공도정책(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켜 섬을 비우는 정책)이 시행되며 흑산도 사람들이 육지에 눌러앉아 살게 되었는데, 당시 흑산도가 영산현에 속한 섬이었으므로 포구 이름도 영산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흑산도 사람들이 영산포에 살면서 음식문화도 공유하게 되었으니 바로 악명 높은(?) 삭힌 홍어 음식이다.

지금은 황포돛배 선착장으로만 남아있는 영산포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영산포에는 홍어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는 홍어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영산포에는 전라도 대표 음식이 된 홍어를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는 홍어거리가 있다. 홍어거리의 수많은 식당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건물 벽면에 홍어 조형물이 반기고 있는 ‘홍어1번지’다. 전라도에서 홍어 명인으로 처음 선정된 안국현 명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30년 가까이 갈고 닦은 홍어 조리 실력으로 홍어를 즐기는 남다른 방법을 알려주며 홍어 초보자들도 미식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순서대로 즐기는 홍어 맛의 높낮이
홍어1번지에서 정식을 주문하면 다양한 홍어 요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박대운 홍어1번지 점장은 “정식은 홍어 맛을 6단계로 나누어 맛보여준다”며 “단계마다 삭힌 강도가 달라 순서를 지키며 먹으면 각기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6가지 단계는 순서대로 무침, 삼합, 튀김, 전, 찜,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홍어애국이다.

납작하게 썬 홍어를 무, 미나리 등과 함께 빨간 양념에 버무려 내오는 홍어회무침은 예부터 남도에서 ‘잔칫집에 이게 빠지면 먹을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음식. 새콤달콤한 양념과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홍어회가 입맛을 돋워준다. 홍어미식가들이 가장 즐겨먹는 삼합은 삭힌 홍어회와 돼지수육, 그리고 김치의 만남이다. 홍어1번지에서는 여기에 김이 추가된다. 김에 돼지수육과 초장을 찍은 홍어회, 그리고 3년 이상 묵은 홍어김치를 얹어 싸먹으면 시큼한 홍어맛과 부드러운 수육맛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가장 중요한 것은 3년 이상 묵은 홍어김치이다. 묵은지의 시큼한 맛이 뭇사람들이 꺼리는 홍어 특유의 큼큼한 향을 잡아준다.

삭힌 홍어회를 3년 이상 묵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특유의 큼큼한 향을 중화시켜 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홍어는 뜨거울수록 향과 맛이 강해진다. 그래서 튀김과 전은 홍어 먹기 초고수가 아니면 버거울 수 있는 맛이다. 특히 홍어튀김은 샛노란 튀김옷에 속아 바삭함을 기대하고 입에 넣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입 안 가득 묵직한 홍어향이 퍼지며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강한 향을 지녔다. 튀김보다는 덜하지만 홍어전도 향이 매우 강한 요리. 혀가 쎄~해지는 맛이 어지간한 홍어 마니아도 연속으로 먹기엔 부담 가는 맛이다. 그러나 여기에 삼합의 아이디어를 보태 홍어김치와 함께 입에 넣으면 튀김과 전의 강렬한 향도 중화시켜주니 3년 이상 묵은 홍어김치는 거의 과학에 가깝다.

홍어 날개살에 매콤한 양념을 올린 찜도 빠질 수 없다. 열을 가한 홍어 음식이니만큼 역시 향이 강렬하나 양념을 잘 묻혀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홍어 살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홍어애국은 식사와 함께 먹는 국물 요리. 강렬한 향을 내세우는 다른 집의 애국과 달리 은은하게 끓여내 정식 코스의 대단원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이에 더해 서비스로 내어주는 홍어애(간)와 껍질, 그리고 작은 완자 모양으로 튀겨 백년초 소스를 뿌린 홍어탕수까지 포함하면 정식 한 가지로 8~9가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박대운 점장은 “정식을 순서대로 맛보면 강도가 약한 것부터 시작해 점점 강해지다가 다시 강도가 내려간다”며 “마지막 애국은 아주 순해서 속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Info 홍어1번지
메뉴 홍어6단계 정식 칠레산 5만원, 국내산 7만원(이상 2인 기준), 홍어삼합(소) 칠레산 2만5000원, 국내산 5만원, 홍어찜 3만원, 보리애국 7000원
주소 전남 나주시 영산3길 2-1

황포돛배를 이용하면 약 1시간 동안 강바람을 맞으며 영산강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영산강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황포돛배
1978년 영산강하구둑이 만들어지며 영산포 뱃길은 끊어졌지만, 2000년대에 들어 황포돛배를 띄우며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 때 그 시절처럼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약 1시간 동안 그 옛날 관선이나 어선들이 각종 물자를 싣고 나르며 보았을 풍경을 체험해볼 수 있다. 황포돛배는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있는 강어귀까지 달려 나갔다가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로 운행한다.

영산포가 큰 포구였던 시절에 사용되었던 등대가 황포돛배 선착장에 남아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영산포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영산포역사갤러리. 사진 / 노규엽 기자
역사 100년 이상의 영산포교회 등 근대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영산포를 훑어보는 기점은 홍어거리 바로 옆에 있는 영산포역사갤러리에서 시작한다. 역사갤러리 자리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주던 조선식산은행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현재는 영산포의 변천과정을 알리기 위한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갤러리 주변으로 연결된 골목에는 영산포 극장과 일본인 지주가 살았던 일본인 지주가옥, 역사가 100년도 넘은 영산포 교회 등이 남아있다. 한편, 황포돛배 선착장 인근에도 근대에 세워졌던 붉은 벽돌집이 남아있다. 일제가 조선의 토지를 수탈하고자 만들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문서고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현재는 영산나루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과 전통찻집 ‘성류정’으로 운영되고 있어 식사와 함께 산책을 즐기며 근대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돌아오면 근대에 운송과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영산포 자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목포가 개항되면서 더욱 큰 포구로 발전했던 영산포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원정통 거리도 생겨났던 곳이다. 지금도 영산포에는 적산가옥(옛 일본식 가옥)이 여럿 남아있어 당시의 거리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근대건축물을 활용해 레스토랑 겸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산나루의 정원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빛가람전망대에 들러 야경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해가 질 무렵이 가까워지면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빛가람전망대도 찾아볼 만하다. 전망창이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빛가람전망대는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하늘의 색과 시간이 점점 지나며 혁신도시 건물들에 불빛이 들어오며 만들어내는 야경의 조화는 빼놓을 수 없는 사진 촬영 장소이다. 전망대 내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 편의시설도 있어 야경과 함께 하루 나들이를 마무리 짓기 좋은 여건을 갖췄다.

Info 황포돛배
요금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주소 전남 나주시 등대길 80

Info 빛가람전망대
요금 무료(모노레일 편도 1000원)
주소 전남 나주시 호수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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