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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아날로그 원도심 여행]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공주 너도 그렇다
[아날로그 원도심 여행]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공주 너도 그렇다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9.2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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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켜켜이 포개진 마을
공주 원도심을 관통하는 제민천 풍경. 사진제공 / 오펀데이

[여행스케치=공주] 공주의 첫인상은 다정하다. 졸졸 흐르는 제민천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정겹게 맞닿은 주택가와 여전히 교복 입은 학생들로 붐비는 인심 좋은 분식집. 세월이 묻어나는 담벼락에 그려진 소소한 벽화까지 이방인을 반겨주는 것만 같다. 

꼬박 이십여 분을 걸어도 고개를 젖혀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건물을 찾기 힘들고, 지나치는 행인들마저 바쁜 기색 없이 느긋한 도시, 공주. ‘백제’라는 찬란한 역사를 품은 덕에 이곳의 근대사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원도심 구석구석을 누비며 공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야기꾼과 여행 코디네이터가 동행하는 도보여행 프로그램 ‘소문난7공주 이야기여행’을 참고해보자.

근대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과 교회, 원도심을 흐르는 제민천과 그 주변에 생겨났던 하숙촌까지. 걸음걸음마다 새로운 역사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근대사가 녹아든 마을 길과 교회
원도심을 돌아보는 여정은 영명고등학교 좌측으로 난 야트막한 언덕에서 시작한다. 언덕 위에 조성된 3.1중앙공원에 들어서면 한가운데 자리한 동상이 보인다.

한 손에 태극기를 품고 입을 꾹 다문 굳센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낯이 익다. 동상의 주인공은 공주 근대사의 첫 페이지를 여는 유관순 열사다. 

3.1중앙공원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유관순 열사상. 사진 / 조아영 기자
교내에서는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가 함께 서 있는 동상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유혜숙 공주시 골목길 이야기꾼은 “천안에서 태어나 이화학당에서 공부한 유관순 열사의 동상이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다”며 “유 열사는 스승이자 양어머니였던 사애리시 선교사를 만나 1914년 공주영명여학교에 입학했고, 2년간 수학한 뒤 1916년 이화학당에 편입했다”고 말한다. 

유관순 열사가 다녔던 학교는 현재 영명중ㆍ고등학교로 변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교내에는 그를 기리는 흉상을 비롯해 공주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주역사전망대가 자리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공주의 옛 모습을 담은 흑백 반투명 패널이 눈길을 끈다. 얼기설기 지붕을 엮은 초가와 양반들이 살았던 기와집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겹쳐 보여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공주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주역사전망대. 사진제공 / 오펀데이
옛 모습과 현재 모습이 겹쳐보여 이채롭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공주 근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근대역사의 거리. 사진 / 조아영 기자

공원에서 공주제일교회로 이어지는 마을 길 또한 특별하다. ‘공주근대역사의 거리’라 이름 붙은 주택가 곳곳에는 공주제일교회 최초 초가 예배당 등 근대사를 보여주는 흑백사진과 패널이 붙어 있다. 의료선교사가 머물며 활동하고, 의원이 들어서 아픈 사람을 살폈던 동네.

이렇듯 평범한 주택가마저 이야기를 품고 있어 쉬이 지나치기 어려운 원도심은 말쑥하지는 않지만, 낯익은 얼굴로 말을 걸어온다.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가 몸담았던 공주제일교회는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맥길이 설립한 공주 최초 서양식 교회이다. 1902년, 초가 2채로 문을 연 교회는 의료, 교육 활동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거점으로도 쓰였다. 요동치던 근대사를 묵묵히 끌어안은 교회는 건물 한편에 박물관을 마련해 여행자를 맞고 있다.

공주 최초 서양식 교회인 공주제일교회. 사진 / 조아영 기자
문화재 예배당 2층 전시실에서는 교회의 역사와 디오라마를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기도실 · 회의실이었던 반지하 공간 역시 전시실로 쓰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교회의 역사와 초기 건물 디오라마가 전시된 2층 예배당과 더불어 또 하나의 전시실 역할을 하는 것은 기도실ㆍ회의실로 쓰였던 반지하 공간이다.

간절한 마음이 오갔을 6개의 작은 기도실은 이제 자료와 사진을 칸칸이 품고 시대별 교회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실 벽면에는 유관순 열사 부조(돋을새김 작품)를 비롯해 공주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담겨 있어 굴곡진 역사를 곱씹게 하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Info 공주제일교회 기독교박물관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4시(토요일은 오후 1시까지, 일요일ㆍ월요일 휴무)
관람료 성인ㆍ청소년 2000원, 아동 1000원
주소 충남 공주시 제민1길 18

제민천 따라 흐르는 그 시절 추억
시대를 건너듯 원도심 중앙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일대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이곳 주변은 또 다른 시대가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교육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공주는 명문 고등학교가 많아 1960~70년대 유학처로 각광받았다.

자연스레 타지에서 온 어린 학생들을 보듬기 위한 하숙집이 생겨났고, 까까머리 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허기를 달래줄 분식점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 겸 복합문화공간 공주하숙마을. 사진제공 / 오펀데이
장독대, 펌프 등 추억의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제민천 초입에 자리한 공주하숙마을은 그때 그 시절, 1960년대 이후 공주 서민이 살아온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겸 복합문화공간이다. 옅은 주홍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건물은 촘촘히 늘어선 주택가에서 단연 돋보인다. 너른 마당을 지나면 아침마다 물을 길어야 했던 펌프, 장맛 대신 세월의 맛이 쌓인 장독대 등 옛 물건이 방문객을 반긴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하숙마을에는 숙박동 3동(7실)이 갖추어져 있으며, 숙박을 원할 경우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매월 1일 오전 9시에 다음 달 사용분 예약을 받는다.

하숙마을 대문 곁에는 공주시의 마스코트, ‘고마곰’과 ‘공주’가 옛날 교복을 입고 서 있다. 통기타를 들고 금세 노래 한 소절을 시작할 듯한 고마곰과 머리핀을 야무지게 꽂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공주. 두 조형물은 앙증맞은 생김새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포토존으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공주시의 마스코트 고마곰과 공주. 사진 / 조아영 기자
제민천 곁의 주택가에는 소소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천변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곳곳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벽화가 눈길을 끈다. 특히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할아버지 조형물은 느긋함과 익살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나 풋 하고 웃음이 난다.

반대편 담벼락은 단발머리 여학생과 까까머리 남학생을 그린 벽화, 공주의 옛 풍경이 담긴 사진 등으로 꾸며져 있어 그 시절 분위기를 더한다.

Info 공주하숙마을
주소
충남 공주시 당간지주길 21

“자전거가 있으면 여기 계신 거예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1>'

짧은 시 <풀꽃>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시인 나태주. 공주 원도심을 누비다 보면 그의 자취가 묻어나는 곳을 만날 수 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에 둥지를 튼 풀꽃문학관이다. 유혜숙 이야기꾼은 “나태주 시인은 운전을 하지 않아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신다”며 “문학관 앞에 자전거가 서 있으면 이곳에 계신 것”이라고 말한다. 

봉황산 자락에 자리한 풀꽃문학관으로 가는 길. 사진 / 조아영 기자
문학관은 실제로 나태주 시인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시인의 작품과 시화, 시비, 시인이 연주하는 풍금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봉황산 자락에 폭 안겨 있는 문학관으로 향하는 길마저 싱그러운 풀 냄새와 꽃향기로 가득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 <풀꽃>을 빌려온 이곳은 시인이 생활하는 공간이자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기기도 하는 곳이다.

문인들과 문학 지망생들을 위해 강연을 열기도 하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방문객을 반기듯 활짝 열린 문학관 강의실에 들어서면 나태주 시인이 직접 만든 시화작품이 보인다. 시인의 작품과 시화가 그려진 병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진다. 

고즈넉한 문학관을 벗어나 다시 제민천으로 향한다. 행여 놓친 풍경이 있을까 싶어 다시금 천변을 거닐어본다. 무심코 지나쳤던 담벼락에는 나태주 시인의 <마음의 땅>이라는 시가 쓰여 있다. ‘사는 사람조차 그리운 고장’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공주에는 날마다 날마다 돌아가 안기고 싶은 ‘옛날’이 남아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 <마음의 땅>이 쓰인 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공주풀꽃문학관
공주풀꽃문학관에서는 10월 20일부터 양일간 제1회 풀꽃문학제를 개최한다. 작가와의 만남, 나태주 시인 사인회, 전국풀꽃시낭송대회 등이 열려 가을날 낭만을 선사할 예정이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하절기는 5시까지)
관람료 무료
주소 충남 공주시 봉황로 85-12

Info 소문난7공주 이야기여행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주의 특성과 이야기를 간직한 일곱 가지 대표 관광자원을 둘러보는 도보여행 프로그램.
효심공주(효심공원ㆍ충남역사박물관), 제일공주(공주제일교회ㆍ기독교박물관), 재미공주(공주역사영상관), 대통공주(반죽동당간지주), 추억공주(공주하숙마을), 시인공주(풀꽃문학관), 순교공주(황새바위 천주교 순교유적) 등을 둘러보며, 코스는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오는 11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2회 진행한다. 문의 및 예약은 여행사 오펀데이로 하면 된다.
참가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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