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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3월호
400년 만에 개방한 부산 기장의 '아홉산숲'과 일출명소 '오랑대'
400년 만에 개방한 부산 기장의 '아홉산숲'과 일출명소 '오랑대'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8.10.0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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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의 속살을 엿보는 여행을 떠나다
전국 최대 규모의 맹종죽숲인 아홉산숲 내의 대숲. 사진제공 / 아홉산숲
개인 소유의 숲이라 숲 입구에는 집과 쉼터 등이 있다. 사진제공 / 아홉산숲

[여행스케치=부산] 해운대·광안리 등 ‘부산=바다’가 공식 같지만, 알고 보면 ‘산(山)이 많아 부산(富山)’이라고 불린다는 말도 있다.

그 중에서 이제 막 개방한지 2년.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것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아홉산숲은 아스팔트가 깔리거나 정비된 인공길 하나 없는 숲. 그 자체로 신비를 간직하며 자생한 숲이다.

아홉산숲은 9대가 지켜온 개인 숲으로, 400년 만에 일부를 개방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아홉산숲 입구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숲속놀이터. 사진 / 김샛별 기자

400여 년 만에 사람을 받아들인 숲
아홉산숲은 골짜기를 아홉 개 품고 있어 이름 붙여진 산. 400여 년 동안 남평 문씨 일파인 미동 문씨가 9대째 숲을 지켜오며 천연림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은 대나무는 어디까지 자랄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듯 높고 빽빽하게 자라나 있고, 금강송은 두 사람이 한 아름 팔을 벌려도 손을 맞잡기 어려울 정도로 두텁다.

훼손을 염려해 오랜 시간 숲을 개방하지 않다 문을 열게된 까닭에 대해 문백섭 아홉산숲 대표는 “부산 홍보 영상을 찍고싶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홍보 영상에 나온 곳이 어디냐, 왜 개방을 안하느냐는 문의가 많이 와 일부를 개방하게 됐다”며, “이전까진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숲체험을 하고 싶다고 하면 입구 근처를 개방하는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입구에서 대숲사이길을 지나면 나무로 만든 인디언집과 그네, 해먹, 단단한 줄을 이용해 만든 숲속놀이터와 숲속교실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금강소나무와 맹종죽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 각자의 군락을 이뤄 자라나고 있다. 

금강송들은 모두 기장군청에서 지정한 보호수들로, 2015년 나이테 조사를 했을 때 수령 400이 훌쩍 넘은 나무들로 밝혀졌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금강송군락과 맹종죽숲Ⅰ. 사진 / 김샛별 기자
선대가 소중히 지켜와 송진 채취 자국이 없는 금강송군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오목하게 빈 자리만 유일하게 대나무가 자라지 않아 이전부터 영험한 터라고 믿어진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전국 최대 규모의 맹종죽숲
아홉산숲에는 두 개의 커다란 대숲이 있다. 두꺼운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나 한줄기 햇빛도 대숲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밀림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대숲 한가운데에 오목하게 공간이 비어 있다. 빈 자리엔 작은 평상 하나가 놓여 있어 가만히 앉으면, 머리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대나무들이 바스락거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을 가릴 듯 감싸인 숲속 공간은 차분하기 그지없다.

문 대표는 “이 자리만 유일하게 대나무가 나지 않아 아홉산 산신령의 영험이 있다고 말한다”며 “궂은 일이 있을 때 치성을 드리거나 굿을 하고, 마을 모임을 갖는 광장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이곳에서 걸음을 옮기면 조림한 편백 숲이 나타난다. 편백이 있는 오솔길 구간은 혼자 걸어야 하는 좁은 길. 편백은 국내 침엽수 중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 나무다. 은은한 편백 향을 맡으며 나무와 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치유된다.

조림한 편백 숲은 명상 하기 좋은 오솔길로 좁게 나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전국 최대 규모의 맹종죽숲. 우거진 대나무가 밀림처럼 느껴진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 길 끝에 평지에 난 평지대밭(맹종죽숲Ⅱ)은 아홉산숲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굿터로 사용되었던 맹종죽숲Ⅰ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며, 맹종죽숲 중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넓다.

영화 <명당>을 포함해 <대호>,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사랑 받는 이곳은 처음 지났던 언덕에 자리한 맹종죽숲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여름날 창가에 들리는 빗소리가 소음이 아니듯, 대숲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마음결을 휘감는다.

1961년 지어진 종택인 관미헌. 사진 / 김샛별 기자
관미헌 아래의 구갑죽 마당. 거북 등껍질 모양의 마디가 특징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숲 속에 자리 잡은 쉼터
이곳을 지나 돌아오는 길엔 진달래 군락 등 꽃밭이 펼쳐지고, 입구 반대편으로 돌아오면 관미헌과 구갑죽 마당을 만난다.

구갑죽은 마디가 거북 등껍질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 붙은 것으로 중국이 원산인 희귀한 대나무다. 최근 중국과 교류가 잦아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귀했다.

1950년대 말, 현재 아홉산숲의 대표의 아버지인 문동길씨가 중국, 일본을 거쳐 몇 뿌리를 이식한 것이 자리를 잡아 작지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당에서 몇 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근대 한옥이 보인다. 1961년 지어진 종택인 관미헌은 숲에서 난 나무를 이용해 지어졌다. 평탄한 길이지만 두 시간 동안 걸은 발에게 휴식을 줄겸 잠시 앉아 쉬기 좋다.

마루에 앉으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침엽수와 활엽수 등의 서로 다른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스치는 소리들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관미헌 옆에는 약 백 년 정도 수령의 은행나무와 함께 있다. 처가인 칠곡에 신행을 다녀오며 얻어온 은행열매가 싹을 틔어 오늘에 이른 것. 이처럼 아홉산숲에는 희귀한 수종도 많지만, 문씨 집안의 기억이 곳곳에 묻어난다.

기암절벽과 부서지는 파도가 절경을 이루는 오랑대. 사진 / 김샛별 기자
오랑대의 가장 높은 바위 위에는 용왕단이 있어 기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이 깃든 오랑대
아홉산숲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면 오랑대가 나타난다. 오랑대는 관광객이 몰리는 용궁사에 비해 비교적 호젓하게 기장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사진 좀 찍는다 하는 이들에게는 부산 일출명소로 이전부터 유명했다.

이 일대는 해광사부터 오랑대를 지나 거북바위, 동암마을 등을 슬슬 둘러볼 수 있는 순환형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바다 풍광을 걸으며 감상하기 좋은 곳.

부산 기장은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점으로,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물살이 거세기로도 유명하다. 파도가 부딪치는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오랑대에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가 깃들어 있다. 기장 바닷가에는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연오랑은 미역을 건져올리러 바다에 갔는데, 움직이는 바위에 실려 일본에 가게 된다.

기다리던 남편 연오랑이 오지 않자 세오녀는 남편을 찾아 바닷가로 오고, 그녀 역시 움직이는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가게 된다. 부부가 일본으로 가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고, 신라에서는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 연오랑과 세오녀를 데려오려 했지만, 세오녀가 건네준 비단만을 갖고 돌아오게 되었다.

오랑대 일대는 해광사부터 거북바위, 동암마을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순환형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용왕단 위에는 작은 탑과 모서리에 용머리가 조각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다시 해와 달이 빛을 되찾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에 연오랑의 이름을 따 연오랑대라 불리다 지금은 오랑대가 되었다.

오랑대가 있는 바다 한 가운데에 솟아오른 바위 위에 용왕당이 자리 잡고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까이 닿고자 하는 바람이 섞여 있는지 지붕 위로 탑이 쌓여 있고, 지붕 모서리에는 용머리가 조각되어 있다.

두세명이 들어가면 꽉 찰만큼 협소한 용왕단에는 불상이 놓여 있다. 용왕에게든, 부처에게든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기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오랜 세월 어루만져온 파도는 오늘도 다정하게 일렁인다.

Info 아홉산숲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5000원
주소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

TIP
아홉산숲은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방역을 하지 않는다. 모기, 벌 등 벌레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입구에서는 천연모기 기피제(계피액)를 뿌려준다. 꼼꼼히 뿌리고 가는 편이 좋다.

Info 오랑대
주소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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