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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사람의 발길이 끊기자 생겨난 습지,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사람의 발길이 끊기자 생겨난 습지,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8.10.0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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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다양한 수생식물과 나무가 울창한 운곡습지의 모습. 사진 / 고창운곡습지생태관광협의회

[여행스케치=고창] ‘고창’ 하면 고인돌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인돌유적지 바로 뒤편에 놓쳐서는 안 될 장소가 있다.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높아 2011년 람사르습지로 선정된 운곡람사르습지이다.

운곡람사르습지 생태탐방코스 중 제1코스의 초입. 사진 / 김세원 기자
탐방코스를 안내해주는 표지판은 운곡습지에 살고 있는 동물의 모습이다. 사진은 멸종위기 야생 동물인 삵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운곡람사르습지(이하 운곡습지)에는 4개의 생태탐방코스가 마련되어있다. 습지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고 싶다면 제1코스와 2코스를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습지를 관통해 걷는 제1코스는 탐방 안내소를 시작으로 생태연못, 생태둠벙, 조류관찰대를 지나 생태 공원까지 이어진다. 약 3.6km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로 길이가 짧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어 가장 인기가 좋다.

Tip 생태탐방코스
운곡습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생태탐방코스이다. 고인돌유적지를 시작으로 습지를 통과하는 1코스, 운곡저수지를 따라 걷는 2코스, 회암봉·화시봉 등을 지나는 능선을 타며 등산하는 3코스, 굴치농원과 전망대를 지나는 능선을 타고 등산하는 4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습지 곳곳에서 보이는 마을의 흔적들
고인돌유적지 옆에 자리한 운곡습지 탐방안내소를 시작으로 15분정도 걷다 보면 본격적으로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운곡습지 탐방로’가 나온다. 탐방로는 모두 나무 데크로 이루어져있다.

고광영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자연해설사는 “데크길은 동물들의 이동 통로를 방해하지 않고,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모로 높게 세워져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데크길의 간격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가면 다 찰 정도로 좁다.

운곡습지의 데크길은 동물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높고 좁게 세워져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데크길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남방노랑나비를 시작으로 운이 좋다면 다람쥐나 생태계 보호종인 수달, 삵 등을 만날 수 있다.

습지 동물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데크길 사이에 동물 모형을 설치해 두어 습지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데크길에는 습지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모형이 설치돼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지금에야 이렇게 다양한 동·식물을 품은 습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과 30여 년 전 이곳은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다랑이 논에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1981년 영광 한빛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지며 이곳은 물을 대기 위한 저수지가 되고 말았다.

이때 9개에 이르던 마을이 물에 잠겼고 저수지 수질 관리를 위해 주민들의 접근이 제한되었다. 습지를 개간해서 사용했던 다랑이 논에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30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습지가 되었다. 주민들의 이주는 마음 아프지만, 개발로 훼손되는 자연이 많은 지금 습지의 회복은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데크길 옆으로 보이는 다랑이 논의 논둑. 사진 / 김세원 기자
다랑이 논 옆에 집을 지었던 것인지 반대편에는 집터의 흔적인 시멘트벽이 남아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제1코스의 중간 정도 지점인 생태연못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이러한 과거를 잘 볼 수 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풀 때문에 한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데크의 왼편으로 다랑이 논의 논둑이 얼핏 보인다. 다랑이 논 옆에 집을 지었던 것인지 반대편에는 집터의 흔적인 시멘트벽이 남아있다. 그 주변으로 익어가는 감나무가 심겨있다. 습지 전체적으로 감, 대추, 밤나무 등의 과실수들이 있는데 모두 과거에 마을이었던 흔적이다.

다양한 동식물을 볼 수 있는 생태연못과 운곡저수지
키가 쑥 자란 큰부들이 나타나면 운곡습지 생태연못에 다다른 것이다. 이곳부터 생태 둠벙을 거쳐 조류 관찰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여러 수생식물과 철새를 볼 수 있다.

여러 수생동식물이 살고 있는 운곡습지 생태연못. 사진 / 김세원 기자

생태 연못에는 도마뱀같은 파충류와 모래무지,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등의 물고기가 산다. 안타깝게도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도 발견할 수 있다. 잡식성이라 연못 동물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황소개구리를 없애기 위해 여름철에는 연못에 통발을 던져둔다.

고광영 해설사는 “운곡습지 중 특별히 생태연못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인 낙지다리는 꼭 보고 가야한다”고 말한다. 이 식물은 꽃의 모양이 낙지다리의 빨판을 닮아 낙지다리라고 불린다. 땅에 딱 달라붙어 있고 넓게 퍼져서 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청둥오리, 기러기 등의 철새를 탐조할 수 있는 운곡 저수지의 모습. 사진 / 김세원 기자

흙과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으로 내려가면 조류 관찰대가 나온다. 11월부터 운곡저수지에는 철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청둥오리와 기러기를 첫 번째 타자로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철새들과 만날 수 있다.

관찰대에 있는 망원경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철새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면 꼭 이용하도록 하자. 탐조 시에는 단체로 우르르 몰려 큰 소리를 내거나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으면 철새들이 놀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놀이터와 연못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쉬어가기 좋은 생태공원. 사진 / 김세원 기자

철새들과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따라 쭉 올라오면 1코스의 마지막 장소인 생태공원이 나온다. 놀이터와 연못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1코스가 짧아서 아쉽다면 푹신한 풀길을 밟으며 조금 더 올라가 운곡서원과 동양 최대의 고인돌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Info 운곡습지 탐방안내소
해설사가 상시 거주하고 있어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해설을 들으며 습지를 탐방할 수 있다.신청 인원은 관계없지만 꼭 2~3일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 이용 가능하다.
주소 전북 고창군 고창읍 송암길 170-64 운곡습지 탐방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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