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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걸으며 그리는 DMZ 평화 여행…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DMZ 에코뮤지엄’
걸으며 그리는 DMZ 평화 여행…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DMZ 에코뮤지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8.10.0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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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 소통하는 공간
지난 3일, 경기관광공사와 월간 <여행스케치>가 공동으로 주관한 '걸으며 그리는 DMZ 평화' 여행에 독자 40명을 초청,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를 다녀왔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자유의 다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박상현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생태해설사. 사진 / 조용식 기자

세계 유일의 철책 야외 전시장인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의 아트뮤지엄이다. 경기관광공사와 월간 <여행스케치>는 독자 40명을 초청,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그리는 DMZ 평화 여행’을 다녀왔다.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DMZ 철책선의 상징이었던 순찰표와 침투확인용 돌 대신, 평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탄생한 곳이 있다.

북녘땅이 한눈에 보이는 임진각 망배단. 그리고 바로 옆에 세워진 망향의 노래비를 지나면 1983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주제곡인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이 흘러나온다.

애절한 노래를 듣고 있으니 마음 한켠으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지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를 참가자들이 걷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코스. 사진 / 조용식 기자

애절한 마음을 느끼며 마주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40명의 월간 <여행스케치> 독자들은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안내소에서 신원확인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라고 적힌 조끼 착용과 간단한 체조 등을 하며 출입절차를 마쳤다.

박상현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생태해설사는 “2016년부터 개방된 이곳은 임진각 통문에서 통일대교, 초평도, 임진나루, 율곡습지공원까지 이어지는 9.1km 구간으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며 “6km 정도는 둑길로 평지이며, 나머지 3km가 약간 경사가 있는 코스이지만 대부분 잘 소화를 해내고 있다”며 간단한 코스 소개와 함께 출발점인 임진각 통문을 나섰다.

철책이 세워진 통문을 지나자마자 박상현 해설사는 북쪽의 ‘자유의 다리’를 가리키며 “남북 간 포로 교환을 위해 1953년 세워진 가교로 당시 이 다리를 통해 1만 2773명이 자유를 찾아 왔다고 해서 ‘자유의 다리’라고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그 뒤로 도라산역과 남북출입사무소, 도라전망대, 통일촌 등이 있다.

길게 뻗은 철책선을 따라 평지로 이어지는 코스를 걸으면, 그늘과 함께 상큼한 내음이 전해지는 구간을 만난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경계로 세워진 철망을 타고 올라온 칡넝쿨의 향기다. 이 길을 걷는 여행자에게 주어진 선물 같다.

통일대교 앞에서 주변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세계 유일의 철책 야외 전시장인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아트뮤지엄이 된 DMZ. 사진 / 조용식 기자

철책선을 지나면서 빼놓지 않는 것이 북한군 124군 부대로 일명 ‘김신조 부대’의 남한 침투에 관한 이야기다.

김신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 중 하나로, 북한의 무장공비들이 문산의 임월교 옆에 있는 ‘공주집’에서 과감하게 외상 술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침투조가 이곳에 들러 외상 술값을 내면서 남한 침투의 흔적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당시 방책선 경계부대는 미 제2사단으로 느슨한 경계 근무가 문제 되기도 했다.

북한군 124군 부대인 일명 '김신조 부대'의 침투 현장. 사진 / 조용식 기자
DMZ 자전거 투어는 6.5km구간을 왕복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임진강을 따라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망원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남·북교류의 상징 통일대교, 고 정주영 회장의 소 떼 몰고 방북
철책선 너머로 20km 직선거리에는 북한의 개성 송악산 줄기가 희미하게 보이며, 그 아래로 통일대교가 보인다.

통일대교는 개통(1998년 6월 15일) 하루 만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한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통일대교 앞의 생태탐방로 안내도에서 잠시 생태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생태탐방로 주변의 역사적 현장에 대한 이야기다.

파주는 인삼, 콩, 쌀 등 흰 곡식 3가지를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장단삼백’이라고도 불린다.

10월에는 임진각 광장에서 ‘파주개성인삼축제(10월 20~21일)가 열리고, 첫서리가 내리는 11월에는 ’파주장단콩축제(11월 23~25일)‘가 펼쳐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파주 민통선 군내면 하포리에는 허준 선생이 묘가 발견되었는데, 모두 도굴이 된 상태였으며, 그중 한 무덤 주변에서 두 쪽으로 동강 난 비석이 나왔다. 

비석에 명문이 새겨져 있었고, 내용은 ‘양평O O성공신 O준’이었는데, 바로 ‘양평군 호성공신 허준’이었다고 한다.

도굴이 된 상태로 발견된 허준 선생의 묘. 사진 / 조용식 기자
노준 작가의 <통일로 가는 하야미>. 사진 / 조용식 기자
철책을 따라 걸으며 임진강변의 생태는 물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통일대교를 지나면 세계 유일의 철책선 야외 전시장을 만나게 된다. 경기관광공사가 2010년 대학생 공모전을 시작으로 처음으로 민통선 철책에 작품을 설치한 것. 

지금은 DMZ의 생태와 문화, 안보를 결합한 관광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DMZ 에코뮤지엄’ 거리를 조성했다.

제일 먼저 만나는 작품은 철책 안에 설치한 작품들. 2016년에 설치한 <통일로 가는 하야미(Hayami)>는 노준 작가의 동물 캐릭터 형식의 작품 ’하야미‘의 두상 부분을 확대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야미의 두상이 점점 커지며 우리 앞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일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접어보았던 종이비행기가 철책선 곳곳에서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제목은 <높이 높이 날아라 종이비행기>로 이념의 차이를 넘어 푸른 하늘 높이 날고 싶은 우리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박선기 작가는 <Open Peace>라는 작품에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남과 북의 현실인 거대한 사슬은 결국 산산조각이 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문이 열리는 그날, 결국 우리가 바라는 평화가 열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김소월 시인의 못잊어란 시를 풀어 만든 작품을 지나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 사진 / 조용식 기자

‘통일의 그날까지’, 평화의 염원을 그리는 철책선
철책선의 긴 라인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적인 음률로 공감과 바램을 표현하고 있는 류신정 작가의 <Tomorrow_Blue C> 작품은 이룰 수 없는 모든 것에 날개짓 하며 희망의 몸짓을 보여준다.

따스한 마음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박선기 작가의 <사랑의 동반자>, 현수막 속 사진을 통해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한성필 작가의 <Faction>은 포토존으로 인기 만점이다.

남편과 함께 ‘걸으며 그리는 DMZ 평화’ 여행에 참여한 이선자 독자는 “북으로 향한 고무신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작품(날으는 평화의 고무신)을 보며 가슴에 와 닿는 감정은 ‘슬픔’이었으며 많이 아품을 느꼈다”며 “철책선의 예술 작품을 보면서 통일에 대한 간절함이 더욱 절실하게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바램, 바람>, <아이콘>, <풍경>, <나의 소원 당신의 소원 우리의 소원>, <No More, No More>, <BETWEEN>, <남과 북은 하나로, 하나는 세계로> 등 수많은 작품이 철책선에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다.

<남과 북은 하나로> 작품을 사진에 담는 참가자. 사진 / 조용식 기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인 <나의 소원 당신의 소원 우리의 소원>.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촬영이 금지된 지역에서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전시 작품이 걸려 있는 구간에서는 작품 위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인 2017년에 설치된 엘시드 작가의 <The Bridge(가교)>가 인상적이다.

그의 작품은 남북이 갈라지기 전에 사망한 평안북도 출신의 김소월 시인의 <못잊어>란 시를 풀어 레이저 가공 알루미늄 조각을 설치했다. 이 작품은 남한에서 거꾸로 설치하여 사실 남쪽에선 읽히기 어렵고 북쪽에 있는 사람들만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고 한다.

약 4.5km 지점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와 화장실, 그리고 포토존 구간이 있다. 리본에 자신의 소원을 작성하여 부착하는 코너에는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리본이 가지런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임진강변 생태탐방로가 적힌 하트 모양의 포토존에는 걷기 참여자와 자전거 투어 참여자의 행렬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인기다.

DMZ 에코뮤지엄거리 설치미술작품인 <날으는 평화의 고무신>. 사진 / 조용식 기자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의 대표적인 포토존. 사진 / 조용식 기자

이곳에서는 임진강의 유일무이한 섬인 초평도를 만날 수 있다. 철새들의 천국이며, 생태계의 보고가 된 초평도에는 야생동물들의 발자국도 종종 발견된다. 또한, 물속은 황복의 산란장으로 어름치를 비롯해 80여 종의 담수어종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6km 지점부터는 새로운 통문이 기다린다. 이곳에서 율곡습지공원까지는 3km. 이 코스는 살짝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는 언덕길을 만나게 된다.

이 구간부터는 자전거로는 통행할 수 없으며, 길가에 자란 잡초가 한결 폭신한 발걸음으로 걸어가게 만들어 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종종 만나지만, 주변의 나무들과 넝쿨들이 그늘막을 만들어 주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임진강의 풍경은 철책을 따라 걸어가는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철책선을 따라 걸으면서 경계를 선 장병은 만나지 못한다. 모든 초소와 철책선에는 군인 대신 CCTV가 24시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강을 둥그렇게 돌아서 만나는 임진나루에는 12척의 배가 정박해 있다. 이 배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초평도의 물길처럼 임진나루도 한적하면서도 평화롭기만 하다.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리본이 바람에 흔들린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임진강의 유일무이한 섬인 초평도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걸으며 그리는 DMZ 평화' 여행에 참가한 여행스케치 독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임진나루에서 마지막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율곡습지공원으로 이어지는 평지를 만나다. ‘세계 속의 경기도, 평화누리길’이라는 글이 적힌 평화누리길 리본을 따라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다. 높게 쌓인 담장과 시원한 강바람으로 9.1km의 무거웠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

40명의 독자는 “통일의 그날까지, 간절한 마음이 담긴 예술 작품으로 가득하게 채워질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를 다시 한번 걸어보자”는 약속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8 가을관광주간'을 맞아 오는 10월 27일 'DMZ 평화, 생태탐방로 특별걷기행사'를 개최한다.

생태탐방로 특별걷기행사 코스는 초급은 6.5km 순환 코스(토끼굴~임진강역~평화의종각), 중급은 9.1km 편도(초평도~생태탐방로~율곡습지공원)이다.

신청인원은 1000명 내외, 참가비는 무료이다. 참가신청은 생태탐방로 홈페이지(http://pajuecoroad.com)에서 사전 접수한다.

Info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집결 시간 오전 9시 30분, 하절기(6월~9월) 오전 8시 30분 (휴관 월·화요일 법정공휴일)
참가인원 150명 이내 * 단체 10인 이상 신청시 출입 허가
참가대상 초등고학년(4~6학년) ~ 성인 * 만 12세 미만 참가자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반
집결장소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안내사무소 앞
출입방법 집결시간까지 도착. 본인 확인(신분증), 조끼착용 등 출입절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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