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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9월호
[이달의 섬 여행] 비단을 두르고 있는 해안길과 생태숲, 고흥 거금도
[이달의 섬 여행] 비단을 두르고 있는 해안길과 생태숲, 고흥 거금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8.10.0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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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가 만들어낸 해안선과 사계절 푸른 숲을 마주하다
고흥 금산면의 주도인 거금도.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고흥] 여행지를 선택할 때 그 지명만 보고 가슴이 설레는 곳이 있다. 물빛이 고운 여수(麗水), 산언덕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강릉(江陵), 안개가 바다를 이루고 있는 언덕 해운대(海雲臺)가 그렇다. 이번엔 고흥에 있는 금산(錦山)면이다. 비단을 두르고 있는 섬이라니!

금산이란 이름이 처음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70년대였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프로레슬러 김일이 덩치가 훨씬 큰 일본이나 미국 선수들과 힘을 겨룰 때였다.

경기 초반에는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고, 내던짐을 당하던 김일 선수가 경기 막판에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상대선수를 박치기 세 방으로 쓰러뜨릴 때, 중계하던 아나운서가 “고흥 금산 출신, 대한의 건아 김일 선수”를 외쳐댔던 것이다.

그리고 김일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때, 당시 대통령이 소원이 뭐냐고 묻자, “우리 섬에도 전기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하여 섬치고는 비교적 일찍 전기가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거금대교 너머 자리 잡고 있는 두 봉우리
고흥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거쳐 금산에 이르는 거금대교가 있다. 다리 이름을 금산대교라 하지 않고 거금대교라 이름 지은 것은 금산면의 주도가 거금도인 까닭이다. 거금도는 ‘거억금도(巨億金島)’라는 이름에서 빌려온 지명이다.

조선 중기에 벌써 이런 이름을 얻었다니 섬에 커다란 금맥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주봉인 적대봉 자락에 진막금ㆍ전막금ㆍ욱금ㆍ청석금ㆍ고락금 등의 마을 지명이 상존하고 있으니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닌 듯하다.

거금대교를 건너면서 힐끔 바라 본 섬에 거대한 산맥이 꿈틀거리듯 서 있다. 해안선 도로에서 아름다운 다도해 비경을 감상할 새도 없이 웅장한 덩치를 자랑하는 산이 여행객을 압도한다.

거금도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만나는 팔각정 쉼터. 사진 / 박상대 기자
멀찍이 보이는 거금생태숲. 사진 / 박상대 기자

용두봉(龍頭峰, 419m)ㆍ적대봉(積臺峰, 592m) 등 400m 이상 된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다. 마치 김일 선수가 박치기로 서양선수를 쓰러뜨린 후 후배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포효하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이 서울 촌놈, 이 섬에서 까불지 마라!’고 경고하는 듯하여 슬그머니 시선을 해안선으로 돌리게 된다.

오른쪽으로 완도군 금당도와 평일도가 자리하고 있다. 완도와 잇닿아 있는 바다에 전복과 다시마 양식장이 마치 조형물처럼 앉아 있다. 이 바다에서 김ㆍ미역ㆍ매생이 등 수산물이 생산된다. 수산물보다 여행객의 시선을 당기는 것은 꿈틀거리는 산을 덮고 있는 숲과 하늘색으로 채워진 바다다. 바다와 섬의 경계를 설명해주는 두 가지, 파도가 만들어준 하얀 포말과 섬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바위들이 만들어낸 해안선이다.

해안은 주로 편마암류ㆍ화강암류로 형성된 사빈해안이다. 서북면 간척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남동쪽 해안선이 암석해안과 해식애를 이루고 있다. 해안선 54km를 따라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고, 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신전ㆍ어전ㆍ오천 등 크고 작은 일곱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익금ㆍ금장 해수욕장과 오천몽돌해변도 여행객을 부른다.

거금도에 등장한 새로운 여행명소 거금생태숲
등산애호가들 사이에 거금도 적대봉 등산로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산의 웅장함과 난대림이 울창한 숲, 암릉과 다도해라는 풍광이 함께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거금생태숲은 적대봉 남쪽자락인 오천리 청석마을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찻길 앞에 거대한 표지석이 서 있다.

거금생태숲 표지석. 사진 / 박상대 기자
거금생태숲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이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봉우리가 참 잘 생기고 덩치가 큰 적대봉은 난대수종 식물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태고의 난대원시림을 유지하고 있는 남도의 여러 섬 가운데 하나다. 후박나무, 이팝나무, 비자나무, 노각나무, 개서어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11종의 자생나무가 자라고 있다.

거금생태숲은 당초 청소년들에게 식물자원 체험학습 장소로 제공하기 위하여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에 걸쳐 조성되었다. 강춘애 문화관광해설사는 “거금생태숲은 사계절 푸른 숲을 자랑한다”며 “사철 잎이 푸른 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사계절 계곡물이 마르지 않은 거금도의 숨어 있는 명품 산골짜기”라고 말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잘 닦아놓은 길을 오른다. 길옆으로 계곡 물이 촬촬촬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산이 깊은 데다 화강암이 깔려 있어 비라도 내린 후엔 계곡으로 흐르는 물줄기의 소리가 맑고 우렁차다고 한다.

숲길을 걷기 전에 숲전시관에 들러 간단한 지식을 습득한 후 숲에 들면 더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생태숲 정상에 있는 구름다리. 그 옆에 케노피하이웨이도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군유림 122ha에 생태숲 전시관, 야생화 군락지, 숲 관찰로, 구름다리, 케노피하이웨이 등을 조성해놓았다. 생태숲 전시관에 들러 숲에 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숲길을 걷는 것이 좋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숲이 주는 행복, 숲이 사람에게 주는 것(물, 산소 등), 지구를 지켜주는 파수꾼 숲, 난대림과 상록활엽수 등 소소한 지식들을 접할 수 있다.

산길 옆에는 군데군데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고, 숲에서는 비둘기와 참새 등 산새들이 노래한다. 산길을 오르다가 틈틈이 뒤를 돌아보면 다도해가 발아래 펼쳐져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투명유리의 케노피하이웨이를 거쳐 산길을 돌아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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